마을버스를 탔는데 20대 초반처럼 보이는 학생이 임산부석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자 벌떡 일어났다. 사실 자연스럽게 일어났다면 그냥 내리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겠지만 나와 정면으로 대치?했을 때 벌떡 일어났으니 나를 보고 일어났다는 합리적 의심을 아니할 수가 없다. 머리색이 하얗긴 하지만 요즘 10,20대들이 마을버스에서 자리양보 하는(지적하는 건 아님)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난 '설마 머리때문이겠어.'하는 생각에서 '오버핏 후드티 때문일 거야.'라는 생각으로 이동했다. 임산부로 오해받은 것이 다소 당황스럽긴 하나, 나도 안다. 후드티만 입으면 왠지 모르게 푸근해진다는 걸. 그래서 그 학생 잘못은 아니다. 나는 20년 전, 대학생(그 때도 지금과 비슷한 바디라인)이었을 때도 세탁소에서 몇 개월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학생이고, 임산부도 아니라구욧!' 물론 그 때는 그 자리에서 '하하하~' 웃으며 임신도 안 했고, 학생이라고 말씀드렸지만 꽤나 충격이었는지 기억력 안 좋은 내가 20년이나 지나 이런 글을 '또' 쓰고 있다. 하여튼, 나는 임산부 자리는 비어 있어도 앉지 않기에 그 학생의 양보에도 우뚝 서 있었다. 그 학생도 그대로 서서 3정거장이 지나 내렸다. 이제 자리를 양보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머리가 하얘서 앞으로는 더더욱 나이보다 더 나이들어 보일 것이다)가 되고 있다. 자리를 양보하는 이들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