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 보이나?
어느덧 회계연도가 반년이 흐른 지금, 인사팀에서는 중간성과평가를 하라고 매일같이 재촉하며 팀장들을 압박하고 있다. 밑에 무려 4명이나 데리고 있는, 외국계 회사의 재무회계팀 치고는 꽤 많은 인원을 데리고 있는 나로서는 한 명당 한 시간씩만 면담을 해도 4시간 이상은 족히 걸리는 일이다.
때문에 하루에 몰아서 하지 못하고 한 주에 적절히 시간을 배분해 그 주는 면담의 주간으로 만들곤 한다. 물론 그러다 보면, 보통 순차적 밀어내기로 순번을 정하고는 하나 으레 누가 먼저 첫 희생양이 될 것인가에 대해 팀원들의 두려운 눈빛도 읽을 수 있게 된다.
다른 글에서도 몇 번 다룬 내용이지만, 지원부서의 입장에서 KPI라든지, 한 해의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꽤나 가혹한 일이다. 수치화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량적인 평가는 거의 불가능하고, 정성적 평가에 많이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달엔 세금계산서 누락이 1건도 없었습니다라든지, 회계감사에 이슈 없이 대응했다든지 그나마 눈과 자료로 말할 수 있는 업무들도 있긴 하지만, 아무 일 없이 마감을 끝냈습니다. 같은 걸로 업무능력의 경중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재무회계팀이 그러면 커리어적으로 아무런 미래가 없는 것이냐, 계속해서 남들이 세법과 상법에 무관하게 치고 온 사고를 마법같이 그들이 기대하는 대로 ‘회계적’으로 멋있게 풀어내는 역할만이 앞길에 끝없이 남아있는 쇠똥구리가 나의 미래냐,라고 하면 그건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흔히, 회사에서 영업을 아버지에 비유하고, 재무회계를 어머니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나의 입장에서 재무회계는 ‘지독한 현실주의적 화가’에 가까운 존재다.
손익추정을 할 때나, 회사의 사업계획을 짤 때나, 어떤 프로젝트에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결정을 해야 할 때나, 모든 결정사항에서 재무회계팀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추상적인 언어로 풀어내기보다는, 1억 원을 지출한다는 가정 하에 1억 원 이상의 효익을 내는 것인지, 당장에 그렇지 않다면 어느 미래에 효용성을 볼 수 있는 투자인지 등,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 내에서 그를 수치화하길 원한다.
이게 극단적으로 심해지면 ‘이익 없는 곳에 투자도 없다’라는 이른바 허리띠 졸라매기, 또는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소극적 경영으로 빠지는 경우도 우리는 많이 봐 왔지만, 재무회계의 기본 입장은 언제나 ‘손실을 구체화한다’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 또한 Commercial Finance라는, 영업조직의 영업활동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주로 진행하는 팀의 팀장으로서 수많은 결재라인에 들어가 그들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수치화된 언어로 회사의 입장을 대변한다.
내가 개발이나 제품에 대한 전문용어를 잘 모르듯이, 그들도 회계적 언어를 잘 알지 못할 것을 감안하여 누구나 알기 쉽게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들며 숫자를 언어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지만, 본질적으로 나의 입장은 언제나 계산된 숫자를 근거로 허상을 담지 않았다.
중간평가를 할 때나, 팀원들과 1on1 면담을 진행할 때나 나는 이런 나의 현실이나, 내가 맞부딪치는 상황들에 대해 팀원들에게 가감 없이 공유하곤 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는 자연스럽게 언젠가 그들의 미래의 목표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기에.
좋은 팀장은 자기 혼자서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후임에게 미래를 물려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독하게 들어온 교육을 상기하며, 나는 팀원들의 업무 평가에 으레 몇 년 뒤엔 이런 일로 현재 업무가 발전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이런 일을 하면서 이런 상황도 많이 생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부족한 부분을 이렇게 발전해 나가면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자주 하곤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나의 이 조언을 듣는 팀원들의 눈빛에 긍정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팀의 가장 가까운 차석부터 막내까지, 다양한 연차에게 비슷한 목소리를 내어도 대답은 한결같이”저는 카지노 게임 추천 밑에서 그냥 오래 평사원 할래요, 팀장 안 하고 싶어요 “라는말을 들으면서 나는 요즘 꽤나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왜 카지노 게임 추천을 하고 싶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스스로가 옛날부터 팀장이 되길 원했느냐 하면 거기에 대해 깊게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다만, 직장 생활 초년생부터 카지노 게임 추천들은 그 위치에서 가장 베테랑으로 자리 잡으신 분들이었고, 문제 해결능력이 뛰어났으며 개중에는 성격적으로도 굉장히 귀감이 되는 모습인 분도 계셨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 또한 어른이었음에도, 그분들에게는 ‘진짜 어른’의 느낌이 진하게 났다. 어렴풋이, 그렇게 팀장이라는 존재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회사에서 입사 1년 만에 팀장님이 그만두시고 나에게 도전하라 하셨을 때, 그분께서 제안하지 않아도 나는 당시의 최고 선임이 나였기에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남아 있는 팀원들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내 자신도 나를 스스로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고민하지 않았고, 도전했고, 카지노 게임 추천이 된 후 지금도 매일을 좌충우돌하며 어찌어찌 팀을 운영카지노 게임 추천 있는 중이다.
그런데 나의 이 모습이 너무 불안정해 보이는 걸까? 아니면 옆에서 보기에 너무 메리트가 없어 보이는 걸까? 궁금함에 하루 이틀 잠을 설친 나는 나중에 넌지시 팀원들에게 ‘혹시 왜 카지노 게임 추천이 되고 싶지 않니?’라고 물었고, 돌아온 대답은 굉장히 단순했다.
‘책임만 많고 즐거움이 없어 보인다’
조금은 아픈 말이었다. 뭐라고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회사 일이 즐거운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마는 틀림없이 내가 카지노 게임 추천이 된 이후로 나의 직장 생활은 그다지 즐겁지 않아 진 건 사실이다.
운 좋게도 카지노 게임 추천을 잘 이해해 주는 유대관계가 깊은 팀원들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다행인 일이지만, 피평가자와 평가자의 입장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깰 정도는 아니었고 언제나 모순된 회사의 입장과 정책을 법카 하나 제대로 쓸 수 없는 팔다리 잘린 상태에서 입으로만 ‘미래가 있다’라고 호소하며 그들의 미래를 달래야 하는 입장, 그들의 눈에도 썩 좋아 보이는 건 아니었나 보다.
아직 직장 생활을 족히 15년 이상은 해야 하는 걸 감안하면, 몇 년간은 더 지금의 팀원들과 카지노 게임 추천으로서 같이 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지금의 내 자리가 미래의 카지노 게임 추천 후보에게 매력적인 자리가 아니라 하면, 지금의 팀원뿐만 아니라 누구도 내 뒤를 잇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팀원들을 위한 중간평가였지만, 어쩌면 이를 통해 나 또한 내가 앞으로 해야 할 또 다른 수치화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를 하나 받은 것만 같은 기분이다. ‘내 자리, 그렇게 나쁘기만 한 자리는 아니야 ‘라는말에 좀 더 힘이 실릴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많이 자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