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 카페에서.
석 달은 지난 것 같은 복직 2주 차 주말이다. 지난주 토요일은오전 11시가 되어도 침대에서 일어나질 못했고, 얼굴 부기가 저녁까지 빠지지 않았다. 한 주 지난 오늘은 6시 반에 눈이 떠졌지만 일어나지는 못하고 멍하니 누워있었다. 옆에 곤히 자고 있는 둘째 아이의 뒤척임을 토닥여 주며 나도 더 자고 싶다 되뇌었지만 다시 잠들지 못하고. 어젯밤, 토요일 일정을 짜고 잠든 둘째는 기상목표시간인 8시보다 10분 일찍 깨서는 계획한 대로 머리를 감 갰다고 서두른다. 덕분에 나도 몸을 일으킨다. 아이가 씻는 동안 거실에 널려 있는 아이들 책과 문구류, 먹다 남긴 간식 부스러기, 사탕껍질, 무릎담요 등을 정리한다. 내일은 출근하지 않는다는 어젯밤의 자유함 탓에 집안 곳곳이 자유하다. 점점 정돈되는 거실 테이블, 소파 위를 보니 내 마음도한결 차분해진다.
텅 빈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머님은 오랜만에 주말약속을 잡으시고 새벽에 사라지셨다. 잠결에 들은 띠리리 현관문 잠금 소리. 남편한테 어머님의 외출 소식을 미리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새벽부터 나가실 줄이야. 주인 없는 주방에 주인인 양앞치마를 두르고 주부모드 딸깍. 아침은 무얼 먹을까 하며 냉장고 문을 활짝 연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준비해 놓으신 김치부침개 반죽과 찌개 냄비 뒤로, 지난달에도 본 것 같은 반찬이 빤히 보이는용기,야채박스에 있어야 할 콩나물, 파 등이 레이더망에 걸린다. 장류와 반찬용기가 섞여있는 것도 눈엣가시. 음식물쓰레기로 처리해야 할 반찬용기들을 꺼내고 흩어져 있는 채소, 장류, 밀키트 등은 끼리끼리 모아 제자리를 찾아준다. 이렇게만 해도 냉장고 안이 훤해진다.
엄마, 할머니는 이번 주에
베란다 청소하셨어.
개수대 한가득 쌓인 반찬용기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씻고 나온 둘째가 대뜸 하는 말이다. 아무생각 없이 설거지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이상하다.
둘째야, 무얼 느껴서 이 말을 한 거니. 괜히 엄마가 할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들잖아. 그래, 할머니도 너희들 등교시키랴, 먹이랴, 학원 데려다 주랴 바쁘셨을 텐데 베란다 청소까지 하셨구나. 그러니 냉장고 안까지 손길이 미치기는 쉽지 않으셨겠지. 알지, 엄마도 알지. 엄마랑 할머니랑 냉장고 사용법이 달라서 한번 정리해 본 것뿐이야. 할머니 안 계시니까. 엄마가 이렇게 해놔도 며칠 지나면 할머니 스타일대로 되돌아갈 것도 알고. 모르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엄마가 굉장히 깔끔하고 단정한 사람인 줄오해할 것 같은데 오늘은 그냥 엄마 스타일대로 한번 해봤어. 지난 주말엔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했는데 이젠 적응이 좀 됐는지 몸이 움직여지네.
이렇게 속말을 하며 설거지를 마무리한다. 김치얼룩이 지워진 유리용기처럼 투명하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니께마음의 소리를 전해본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1년 동안 쉬셨던 손녀들 돌봄과 집안살림다하시느라 2주 동안 너무 힘드셨죠. 3월은 저도, 어머니도 적응기다 생각하고 쉬엄쉬엄 보내기로 해요. 베란다 청소, 묵은 살림 정리 이런 건 아들한테 맡기시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어머니 아들만 편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어머니 아들한테 아이들 맡겨 놓고, 집 앞 카페에 혼자 나왔어요. 아이들한테 엄마랑 카페 가고 싶은 사람?!하고물어보면당연히 없어!라는 대답을 할 걸 알고 있기에 친절하게 물어보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지요. 어머님이 집에 계시든 안 계시든 저는 이렇게 혼자 카페 가는 걸 좋아하는 며느리이니, 혹시나 어머니 때문에 혼자 나가나 하는 이런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어머니도 오늘 홀가분히 외출하시니 좋으시죠?! 마침 하늘도 깨끗하고 날씨도 포근하네요. 맛있는 식사 하시고, 기분전환하고 오시길 바라요. 토요일 하루쯤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니도 저도 이렇게 자유시간을 충분히 즐기기로 해요.
엄마 언제 올 거야? 아빠가 라면 끓여준대.
그리고 올 때 카페에서 흑당버블티 사다 줘~
주말이라 그런가 평소 까칠한 첫째의 말투도 오늘은 나긋나긋 듣기 좋다. 2주 넘게 손 놓고 있던 글도 쓰고, 소설단편도 하나 읽고. 그래, 이만하면 오늘 자유시간을 흡족히 누렸다.이제 집으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