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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사로운 Feb 22. 2025

집 놔두고 카지노 게임 가는 며느리

숨 좀 쉬고 갈게요.

외출 전 약 50분의 시간 여유가 있다. 집 앞 카지노 게임로 갈까? 시간이 애매하니 집에서 책 좀 보다 나갈까?샴푸거품을 최대한 풍성하게 내어 한올이 아쉬운 두피를 정성스레 마사지하며 머리를 굴린다.1분 1초가 아깝게 흐른다.아침에 눈뜨자마자 일어났으면 한결 여유로웠을걸. 만날 하는 후회를 오늘도 한다. 후다닥 옷을 걸치고,푸석한 머리를 손보고,점점 커지는모공을 조금이나마 감춰본다. 가방에 다이어리, 작은 책, 필통, 파우치 등을챙기며 고민을 계속한다.카지노 게임에 갈까,집에있을까. 커피를너무 자주 많이 마셔서 위가 아프다는 게 뭔지 좀 알 것 같은 요즘, 커피를 좀 줄여야 하나. 그리고 이제 50분 아니(그새 지체된 준비시간) 40분만 카지노 게임에 있다 나오기엔 커피값이 좀 아쉽지. 이런저런 생각에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벽시계를 바라보며 시간 계산을 하는 데 문밖으로 소리가 들린다.점점 크게 들린다. 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하니 귓가에맴돈다.


음음

달그락달그락

윙~~

어머님이 만들어내는 소리들.


이 소리는 서울시 00구 00동 000 여사님이 일상에서 만들어내는 지극히 무해한 소리입니다.


그런데나에게 그 소리는 우리 가족(이제 어머님도 우리 가족이지 않은가. 하지만 아직도선을 긋고 있는내 마음. 누군가 손가락질한다 해도 내 마음이아직 그러하다.)만 사는 집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시켜 주는 알림음이다. 갑자기 안절부절못해져서는가방에 넣은 책을 꺼내 다른 책을 넣었다가 다시 또 꺼내고, 정돈된 이불을 재차 손보고 괜히 베개 위치를 바꿔보고. 나 지금 뭐 하니? 이래서책 한 장보고 나가겠니.안 되겠다. 카지노 게임가 낫겠다. 카지노 게임에서 시간을 보내다 볼 일을 보러 나가기로 한다.


내가 애정하는 카지노 게임는 집 현관문을 나서서 20초면 도착한다. 후다닥 뛰면 10초 컷.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쿠폰 도장을 셀프로 꾹~찍고, 늘 앉던 자리에 앉는다. 싱싱한 초록이들과 모네의 그림들이 따뜻한 조명 아래로 보이자 '후'하고 입 밖으로 한숨이 작게 터져 나온다. 답답함의 한숨이 아니라 이제야 편안히쉬어지는 한숨이다.


미디엄템포의 익숙한팝송

커피 내리는 소리

카지노 게임 오픈 주방의 달그락달그락

사장님과 단골손님의 소소한 대화

이 소리는 분주하고 시끄러운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소리.



고된 시집살이를 하는 카지노 게임가 아니다. 눈치를주시거나 잔소리하시는 시어머니도 아니다. 오히려 어머님이 계셔서 살림도, 육아도 도움만 더 많이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여전히마음이 불편하고, 자꾸 집 밖으로 나가고 싶다.남편과 아이들이 나가고 없는 평일 오전 시간엔 더욱. 어쩌면 그래서 평일 오전에 없던 일도 만들어 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집보다 밖에 나가야 편한 내 마음.


그래, 어쩌면 어머님도 나랑 같은 마음이실 게다. 요즘은 날씨도 춥고, 교회 모임도 뜸한 기간이라 집에 계실 때가 많지만 지난 초겨울까지는 이 모임, 저 모임 나가시는 날이 부지기수였으니까. 내가 방에 들어 가 있는 오전 시간, 어머님도 주방 일 아니면 거의 어머님 방 안에 계신다. 아이들이 하교할 때까지 거실은 뱅갈고무나무 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만이 길게 자리한다. 생각해 보니 아버님이 계셨을 때는 다 같이 저녁 먹고 야구보고 뉴스 보며 9시까지는 거실에 있었다. 지금은 저녁 식사 후에는 우리만 거실에 있다.어머님은 식사만 마치시고는 안방에 바로 들어가셔서 티브이를 보시다가 주무신다.한 날은 오전에 외출했다 들어오니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계시더라.카지노 게임하고만 있는 그 시간과 공간이어머님도편치않으시겠지.


이제 3월부터 복직을 하면 오전시간, 어머님도 온전히 편안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으리라. 날은 친구들이랑 놀러 가셔서 맛있는 점심식사도 하시고, 한 날은 집에서 편안하게 거실과 방을 넘나들며 편할 대로 누워계시고. 어머님도 어머님의 시간과 공간을 마음껏 누리며 허전한 마음은채우시고, 무거운 마음은 훌훌 털어버리시면 좋겠다.




그럼 어머님,

저는퇴근하고 30분만 아니 한 시간만 10초 컷 카지노 게임에서 휴게시간 좀 갖고 와도 될까요?퇴근하자마자 바로 육아출근은너무 안쓰럽잖아요. 이제 집과 가까운 곳에 발령도 받았으니 카지노 게임 들렀다 와도 평소 퇴근시간이랑 별반 차이 없을 거예요. 주 5회는 아니고요, 주 2회 정도?!


함께 만들어가는 슬기로운 합가생활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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