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 화. 연분홍 원피스 뽀득카지노 쿠폰와 꽃분홍 원피스 불독할매
오늘 가게 문을 열자마자 불독할매가 내려왔다. 오늘의 공식적인(?) 방문이유는 옆 건물이 공사를 하는데 혹시 건축자재트럭이 상가건물 앞에 불법주차를 할까 봐 미리 순시차원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들른 거란다. 어제는 골목 안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들에게 행여나 밥을 대주지 말라며 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죄다 뜯어놔서 골치라고 넋두리를 한참 했다. 그저께는 뭐였더라? 딱히 중요한 안건은 아니었다. 아무튼 불독할매가 요즘 부쩍 뽀득카지노 쿠폰 가게에 하루에 최소한 한번 이상씩은 출근도장을 찍는 것이었다.친절한 뽀득카지노 쿠폰는 그럴 때마다 따뜻한 차를 대접해 주었다.
그리고 눈썰미가 좋은 뽀득카지노 쿠폰는 불독할매가 가게 문을 열 때 예전과 다르게 조심스럽게 문을 연다는 것. 빠른 속도로 늘 초록소파를 슬쩍 살펴본다는 것. 할 얘기를 다 하고도 무언가 머뭇거리며 입술을 달싹거리다가는 좀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린 다는 것을 안다.그리고 불독할매가 예전과는 사뭇 다르게 나름 꾸미고 늘 방문을 한다는 것도. 그러고 보니 오늘은 달콤한 향수냄새도 슬쩍 났다.
‘아이고 답답해라. 며칠 째 허탕이네 그려. 허구 헌 날 창밖으로 내다보며 살필 수도 없고 말이여.’
불독할매는 지난번 군고구마 미팅이 있은 후로 호시탐탐 제2의 만남을 고대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터였다. 오늘은 머리털 나고 생전처음 향수까지 ‘칙칙’ 뿌리고는 1층으로 내려왔다.물론 그 향수이름은 모른다. 최근에 단골이 된 길 건너 화장품 가게 카지노 쿠폰장이 ‘끝내주는 향’이라고 장담한 향수이다.‘코딱지만 한 게 요게 사만 원이나 하냐’며 펄쩍 뛰었지만 ‘세상에 이렇게 크고 향기로운 코딱지가 어디 있겠냐’는 카지노 쿠폰장의 너스레를 못 이기는척 받아주며 생애 최초로 장만한 귀하디 귀한 향수.이 향수를 무려 세 번이나 ‘칙.칙.칙’ 뿌리고는 내려갔는데(엄밀히 말하자면 처음 한 번은 구멍을 잘못 조준해서 괜한 공중에 뿌려댔으니 총 네 번이나 ‘칙.칙.칙.칙.’뿌린 것이다) 허탕을 치니 더욱 조바심이 났다.
그렇다고 여기서 좌절하고 포기할 불독할매가 아니다. 불독할매는 작전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작전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바로 ‘적과의 동침 전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멋쟁이 호주 신사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기 위해서 일단 뽀득카지노 쿠폰와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그러면 참새방앗간 들르듯 하기도 편해지고, 슬쩍 멋쟁이 호주 신사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게 되고 할 터이니 말이다. 지난번 군고구마 회동 때 파악한 바로는 뽀득카지노 쿠폰와 멋쟁이 신사양반과 서로 호감은 있을지라도 깊은 사이는 아니라고 여겨졌다(그러기를 바란다). 그래서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오랫동안 동굴에서 잠자고 있던 불독할매의 연애세포가 꿈틀꿈틀 깨어나더니 순식간에 펄쩍펄쩍 뛰어올랐다.
‘가만있자. 뽀득사장과 어떻게 좀 친해질 까나.’
불독할매는 일단 거울 앞에 서 보았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삼층 짜리 건물주가 된 뒤로는 어깨뽕이 다섯 겹은 올라간 듯 더욱 당당한 불독할매였지만 이성에게 어필되기에는 불독할매 자신이 봐도 영 아닌 것이다. 더구나 그 대결상대가 ‘묘하게 우아하고, 묘하게 분위기 있는’ 거울가게 카지노 쿠폰장이라니. 불독할매는 허리춤에 손을 얹고 발꿈치에 힘을 주고 불룩 나온 배에 ‘얍’ 기압을 넣었다.최대한 몸매를 가다듬고 이리저리 몸을 돌리며 거울을 노려봐도 역시나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도 처녀 적에는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와서 봐줄만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몸이 불어났을까.’
불독할매는 팬티 고무줄을 옴팡지게 먹고 밖으로 두둑이 튀어나와 있는 허리살을 양손으로 움켜쥐고는 마구 흔들어댔다.
‘아구구, 안돼 안돼. 이건 뭐 게임이 안 되잖아. 이 쓰잘데기 없는 살덩이들아 다 떨어져라. 훠어이!’
불독할매는 한참을 ‘쓰잘데기 없는 살덩이들’ 여기저기를 꼬집고 비틀고 흔들어대다가 심한 허기를 느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먹다가 남겨놓았던 족발이 생각났다. 3초도 망설임 없이 불독할매는 냉장고로 달려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요. 자고로 전쟁터에 나가려면 일단 배를 채워야지. 허기지면 헛것 뵈고 자빠진당께.’
불독할매는 살점이 두둑이 붙어있는 커다란 돼지뼈를 양손으로 야무지게 잡고는, 맛나게도 고기살점을 씹으며 ‘작전’을 짜느라 눈빛이 반짝반짝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은발의 왕자님으로 등극한(뽀득공주님과 불독공주님 사이에 은발 왕자님이 멋지게 서 있는 동화 속 장면이 떠오른다) 재우님은 오늘 특별히 은발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빗어 넘기고는 잘 다려진 버버리 체크 남방까지 갖춰 입었다.
왜냐면 오늘은 뽀득카지노 쿠폰와 뮤지컬을 보러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얼마 전 뽀득카지노 쿠폰와 뮤지컬 이야기를 하다가 ‘노트르담의 드 파리’ 오리지널 팀이 내한 공연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뽀득카지노 쿠폰는 한국배우들 버전의 ‘노트르담의 드 파리’ 뮤지컬은 본 적이 있지만 오리지널 팀의 공연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사실, 재우님은 오리지널 팀이 호주 공연을 왔을 때 본 적이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저도요. 프랑스어로 부르는 대성당들의 시대의 원곡을 듣고 싶네요.’라고 말하고는 ‘그럼 같이 보러 가실래요?’라고 한 것이었다.
재우님은 거짓말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새미에게 무조건 거짓말은 나쁜 거라고는 가르치지 말아야겠다는 할아버지로서의 역할도 더불어 되새기며 뿌듯한 마음으로 뮤지컬을 예매했던 것이다.
재우님은 며칠 전부터 자기도 모르게 흥얼흥얼 ‘대성당들의 시대’의 노래를 부르며 흥분되고 설레는 감정으로 일주일을 보내고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은 설렘’의 파도 속에서 행복한 일렁임에 몸을 맡긴 듯했다.
설레기는 우리의 소녀감성 뽀득카지노 쿠폰도 마찬가지. 뽀득카지노 쿠폰는 오늘 더욱 ‘묘하게 우아하고 묘하게 분위기’ 있는 데다가 설렘으로 얼굴빛이 옅은 복숭아 빛으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은은하게 퍼져 있는 뽀득카지노 쿠폰의 눈가의 잔주름조차도 오늘은 유독 고와 보였다. 아직은 봄을 느끼기에는 추운 늦겨울의 끄트머리이지만 옅은 연핑크 원피스를 입은 뽀득카지노 쿠폰의 모습에서 벚꽃이 만발한 봄이 연상되었다.
재우님이 뽀득카지노 쿠폰에게 공연을 보러 가자고 했을 때 뽀득카지노 쿠폰는 자신도 모르게 너무 빠르게 ‘네 좋아요’라고 답을 한 것은 아닌지 살짝 민망한 생각도 들었지만 ‘아니야, 아니야. 솔직한 게 좋지 뭐. 좋은 건 좋다고 싫은 건 싫다고 하면서 사는 거지.’ 싶은 마음으로 민망함을 던져버렸다.
그 마음을 눈치챈 우리의 꼬마 철학자 아가가
‘할머니, 잘하셨어요. 괜히 싫지도 않은데 튕겨보는 건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예요. 튕기는 건 기타 줄이나 튕기는 거죠. 에헴.’
모습은 딱 아가인데 속은 알 거 다 알고도 남은 능구렁이가 앉아 있는 듯 아가는 나오지도 않는 헛기침을 하며 뽀득카지노 쿠폰를 부추겨주는 것이었다.
“그래, 이 나이에 괜히 이것저것 눈치 보고 재고 튕기고 하다가는 세월 다 가버리지. 나도 이제는 그렇게 안 살기로 했단다. 인생이 너무 아름다워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은 때가 많지만 우리 인생이 어디 그러니. 우리 인생에는 그 버튼이 없으니 너무 망설이지도, 후회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흘려버려서도 안 되지. 그렇지. 꼬마 철학자님?”
‘암요. 암요. 지당하신 말씀.’
그렇게 뽀득카지노 쿠폰와 재우님은 설레는 마음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을 보러 평소보다 두어 시간 일찍 가게문을 닫았다. 동네가 순간 환해질 정도로 보기 좋은 중년의 남녀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뜨거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불독할매였다.
이제나 저제나 오나 싶어서, 아직은 바람이 찬데도 삼층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일층을 망보던 차에 근사하게 은빛 머리를 빗어 넘긴 재우님이 뽀득카지노 쿠폰의 가게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불독할매는 ‘바로 이때다’ 싶어서 부리나케 거울을 보며 매무새를 살피고 삼층 계단을 총총총 내려가던 찰나. 뽀득카지노 쿠폰와 재우님이 같이 가게에서 나오더니 ‘삐비비빅’하며 가게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어라 왜 벌써 가게 문을 닫지?’ 빠르게 내려오던 발걸음의 속도를 늦추며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와 일층에 다다랐을 때, 동네를 환히 밝히며 걸어가는 멋진 중년 남녀의 뒷모습이 불독할매의 눈에 들어왔다.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눈두덩이가 살짝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멍하니 점점 멀어져 가는 뽀득카지노 쿠폰와 재우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불독여사는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아녀. 저 봐 상당히 떨어져서 걷잖여. 팔짱은 고사하고 저렇게 뚝 떨어져서 걸어가는 건 아직 아니란 거여. 암만. 아직은 아니지.”
불독할매는 다시금 두 다리에 힘을 주며 주먹을 꼭 쥐었다.그리고는 곧장 건너편 옷가게로 직행했다. 그날 불독할매는 생전 입어보지도 않았던 진한 꽃분홍색 원피스 한 벌을 거금 '칠 만 오천 원'을 주고는 통 크게 사 입었다.
그날, 한 여인은 연분홍 원피스를 입고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을 보았고 한 여인은 진한 꽃분홍 원피스를 사고 누룽지를 꼭꼭씹어가며 '사랑과 전쟁' 드라마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