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관한 이야기 2
임신한 여자가 밥을 먹다 헛구역질하며 급히 화장실을 들렀다가 쓰러지듯 침대에 눕는다. 남편이 세상 근심스러운 얼굴로 다가와 “자기 괜찮아? 너무 못 먹는데 자꾸 토해서 어쩌지? 혹시라도 먹고 싶은 거 생각나면 말해줘. 당장이라도 나가서 사 올게.”라고 말한다. 여자는 힘없이 누워있다가 갑자기 심 봉사 개안하듯 눈을 크게 뜨며 외친다. “딸기!! 나 딸기 먹고 싶어. 롸잇 나우.” 어떤 시련이 닥쳐도 꼭 딸기를 사 오리라는 비장함을 갖춘 남편은 외투를 걸쳐 입고 후다닥 나간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뒷모습.
아마 이런 장면이 담긴 드라마를 본 적이 한 번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여자라면 ‘오, 나도 임신하면 저런 거 한번 해보고 싶네?!’라고 생각한 사람이 꽤 많으리라. 나도 꿈꾸었던 것 같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을.
큰아이를 임신했던 10개월간, 남편은 해외 장기 출장으로 내 곁이 아닌 일본에 있었다. 안타깝게도 입덧은 몹시 심해서 물만 마셔도 노란색 위액을 토해냈다. 약 4개월간,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누워서 다음번 구역질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배가 고파 오면 안 먹을 수도 없고, 토하면 토하기 전보다 조금은 나을 테니, 구역질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입덧에 동반되는 구역질이 꼭 음식 냄새 때문은 아니었다. 혼자 집에 있었기에 요리는 거의 안 했지만, 아침저녁 이를 닦을 때, 잠깐 왔다 갔다 하며 집 청소할 때, 쉬려고 잠시 누워있을 때도, 구역질이 올라왔다. 내 몸은 자라나는 새 생명을 전력을 다해 거부하고 있었다.
음식 사다 줄 남편이 없어서 그런가, 먹고 싶은 음식도 떠오르지 않았다. 먹으면 저 음식은 어떤 모양으로 다시 내 앞에 돌아올까, 그런 생각을 하면 어떤 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누워 구역질이 오기를, 또 구역질이 가라앉기를, 하루라도 구역질이 없기를 그렇게도 빌었다.
더운 여름이었지만 혼자 견디는 게 힘들면 종종 친정집으로 향했고, 이런 내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 아빠도 많이 힘들어하셨다. 엄마는 ‘이건 좀 넘기려나’하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만들어 주셨고, 번번이 실패하면서도 나도 궁금했다.
‘이건 좀 넘기려나?’
“엄마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 했는데 좀 와서 먹어봐.”
“아 싫어 싫어요. 면류는 토할 때 더 힘들어.”
“이건 좀 특별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야. 잣온라인 카지노 게임라고, 이건 새로운 거라 혹시 넘어갈지도 모르잖아. 딱 5번만 넘겨보자! 그리고 이건 토하더라도 별 냄새도 없을 거야. 응?”
마지막 그 한 마디에 용기가 났다. ‘그까짓 거 한 번 넘겨볼까?’ 난생처음 먹는 잣온라인 카지노 게임에는 고소함과 짭조름만 다소곳하게 담겨 있었다. 잣의 느끼함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모양이 비슷한 콩온라인 카지노 게임처럼 비릿한 맛도 없었다. 수정과나 식혜 위의 잣도 몰래 건져놓고 먹지 않던 나는 잣온라인 카지노 게임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불안한 마음으로 조용히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구역질은 오지 않았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국수래. 잣국수가. 남편 옆에 없다고 너무 속상하게 생각 마라. 엄마가 입덧 끝날 때까지 임금 대접해 주마.”
그리고 잣국수가 얼마나 만들기 귀찮고 힘들고 귀한 음식인지 끝도 없이 옆에서 구시렁거렸던 엄마의 레시피 설명. 유별난 놈이 태어나려고 저러는 거냐는 볼멘소리. 입덧 끝나면 이것저것 먹고 내가 살찔까 봐 걱정이라는 아빠의 말씀. “잣국수가 슬슬 지겨워진다.”며 웃던 아빠의 얼굴.
잣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차려진 식탁 위의 우리는 그렇게 시끄럽고 불만이 많았다.
걸쭉하면서도 희멀건 국물에 조금조금 하게 모습을 띄운 잣들, 그 중간에 엄마가 묶어준 머리마냥 곱게 틀어 올라간 하얀 소면 국수. 그게 다였다. 그리고 입덧 기간 동안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도 그게 다였다. 엄마의 사랑, 엄마의 웃음이 되어 내 마음속에 오래오래 남아있는 그 잣국수가 지금도 가끔 먹고 싶다. 그 소란스러웠던 여름 점심의 식탁이 가끔 너무도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