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옥 Apr 20. 2025

부도맞고 목표가 생겼다 7편


날개를 달자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무료 카지노 게임.


한참을 날아 도착한 그곳은 싱그러웠다. 젊음이 가득 차 있었다. 이제 막 모양을 갖추어 가는 수목들이 고유한 형태로 자라날 때 숲에서 풍겨오는 생동감과 기운이 가득 담겨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내 모습은 그들과 달랐지만. 혹독한 겨울을 지내고 언 땅을 뚫고 움트려는 새싹 같은 내 마음은 그 누구보다 싱싱했다.


새로운 세계는 아름다웠다. 동시에 혼란스러웠다. 마치 물과 기름의 관계처럼. 섞이려 노력했지만 잘 섞이지 않았다. 그 안에서 잘 섞이는 듯하다가도 다시 나는 나대로 그 세계는 그 세계대로 완벽한 선을 만들며 분리되기를 반복했다.


모든 것은 그 세계 밖에서 꿈꾸고 동경할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일지도 모른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꿈꿨던 세계가 맞을까. 내가 상상했던 세계가 아니었다. 모든 것은 어려웠고 생소했다. 결국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좋은 것들을 발견하기 위해 서는 눈을 크게 떠야 했다.


분명 그곳에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좋은 것들이 존재할 것이기에.


당신이 상상하는 지구 행성이 아닐 거야. 당신이 생각하는 인생이 아닐 거야. 그래서 하루하루가 난해하면서도 설레고 감동적일 거야. 자신의 관념과 기준 속에 갇혀 있지 않는다면, 당신이 상상한 것보다 더 좋은 것들을 발견하기 위해 눈을 크게 뜬다면.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P20, 류시화, 수오서재



2003년 3월, 나는 내가 원하던 K대 사회복지학과 대무료 카지노 게임이 되었다.


3월 캠퍼스 풍경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활기찼다. 고등학교 딱지를 떼고 대학생이 된, 새로운 생활을 고대하는 아이들. 모두들 자신이 4년 동안 생활하게 될 이 세계를 탐색하고 탐색했다.


대학생이기 앞서 주부였던 나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냄과 동시에 광역버스에 몸을 실으며 대학생으로 변신했다. 4년 동안 아침이면K대학교를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새로운 세계로 향했던 그 순간의 기억은 내 마음속에 여전히 생생하다. 버스 차창을 지나치는 나무 끝에 연둣빛 새순이 솟아나고 있었다. 나의 2003년 3월 이야기가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은 만만하지 않았다. 아니, 마흔이 넘은 내게 공부는 쉽지 않았다. 대학교 첫 수업 시간, 하얗게 백발을 한 교수님은 칠판 앞에 서서 사회복지 이론에 대해 열띤 강의를 하고 계셨다. 교수님의 머리 색만큼 사회복지학이라는 학문의 깊이가 나에게는 유난히 깊고 고유하게 느껴졌다. 교실 문을 들어서며, 사회복지에서 한 획을 그어 보고 싶다는 의지를 배반하듯, 나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졸다가 결국은 얼굴이 책상에 닿았고, 노트에 침까지 적셔가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깨고 보니 교수님께서 다음 수업 시간에 리포트 과제를 발표할 거라는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 수업은 이 끝나 버렸다.


졸다 일어나 급히 흘러나온 침을 닦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학생들이 바삐 교실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옆에 있는 학생에게 혹시 과제가 있었는지 물으려 고개를 돌렸지만 학생은 재빨리 가방을 싸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결국 그 누구에도 내가 얼핏 들었던 리포트 숙제가 꿈인지 아니면 실제인지 물어보지 못무료 카지노 게임.


그렇게 다음 주 수업 시간이 돌아왔다.


"금옥 학생, 저번 주 숙제 내주었던 리포트 나와서 발표해 보세요."


백발 교수님이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내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저번 주 숙제? 뭐지!'


그날 역시 비몽사몽 한 상태로 꿈속으로 빠지려는 찰나, 금옥이라는 이름을 외치는 교수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리둥절하면서 옆에 앉은 학생을 쳐다보았다. 학생은 나를 보더니 무표정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며 모르겠다는 몸짓을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을 만나자, 뜨거운 가마솥에 들어간 사람처럼 머리부터 땀이 나고 가슴이 요동치지 시작했다.


"금옥학생, 발표 준비 되었나요?"

교수님이 내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네!"


무슨 용기였는지 전혀 준비도 안되어 있으면서 교탁 앞으로 나갔다. 나는 교수님과 무료 카지노 게임들에게 큰 절을 하고 말았다.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무료 카지노 게임들은 웅성거렸고, 백발 교수님은 얼굴이 빨개지셨다. 나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입을 떼었다.


"여러분, 젊음의 강의실에 웬 보글 머리 아줌마가 앉아 있어서 궁금하셨지요? 저는 금옥이라는 이름을 가진 03학번 신입생입니다. 제 이름에는 이제 금도 나오고 구슬 옥도 나옵니다. 삼 남매를 키우다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를 배우고자 대학에 왔습니다. 마흔이 넘은 저는 젊음을 가진 여러분이 참 부럽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에 있는 그 열정 또한 여러분 못지않기에 앞으로 4년 동안 저도 함께 여러분과 함께 기억에 남는 대학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음.... 그런데.... 이런 마음과 달리 저에게는 공부가 참 어렵네요.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공부가 어렵다는 이야기에 강의실 여기저기에서 공부가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맞아요. 공부는 어렵습니다. 그런 만큼 더 열심히 정진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교수님 잘 부탁드립니다. 이것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리포트를 발표하라고 했더니 나와서 절을 하고 엉뚱한 자기소개를 늘어놓은 나를 바라보는 교수님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발표가 끝나자 안쓰러웠는지 교수님께서는 박수를 쳐주셨다. 교수님 박수 소리에 이어 같은 과 태호학생과 그 무리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멋쩍어하며 들어오는 나에게 태호 학생이 말했다.


"금옥이 누나, 괜찮아 괜찮아!!"


그 옆에 앉은 영민 학생도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무료 카지노 게임.


"누나 멋져요."



벚꽃이 휘날리던 봄날, 나의 첫 대무료 카지노 게임활은 어설프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시작되고 있었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할 때는 2003년도로 캠퍼스 분위기가 자유로웠던 과거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사람들은 대학가 분위기가 이렇게 바뀐 것은 IMF 영향이라고 말하기도 무료 카지노 게임. IMF를 고되게 겪고 난 이후 어른들은 물론 학생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최고로 생각무료 카지노 게임. 그중 으뜸은 학교 선생님이었고, 그 뒤로 철밥통인 공무원이 줄을 이었다.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아버린 학생들에게 젊음은 선택사항 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어린 시절 IMF시절을 겪으며 잘 알고 있었다. 먹고사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생존에 대한 두려움은 그때만 발하는 젊음의 색깔을 무척이나 바래게 만들었다. 물론 바랜 색깔도 아름다웠지만. 그 시기에 즐길 수 있는 시간들을 미래와 맞바꾸었다. 더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해 젊음을 쏟았다. 스펙을 쌓기 위한 무료 카지노 게임들로 도서관 좌석은늘 가득 차 있었다. 운동 동아리라든가, 연극 동아리 같이 생존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동아리들은 동아리원 모집에 큰 애를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젊은이들은 힘차게젊음의 광장에 들어섰지만 서로를 바라볼 여유가 없었다. 그저책 속으로 달려갔고, 이력서에 새겨야 하는 단 한 줄을 위해 달려갔다.


좋은 학점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에서 컴퓨터를 못하는 나는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사회복지학과 특성상 조별 발표가 많았고, 그 안에 들어가 내 몫을 분명히 해내야 무료 카지노 게임. 하지만 그 과업을 해내기 위해서는 컴퓨터에 능숙해야 무료 카지노 게임. 모든 발표에는 피피티 만들기와 문서 작성하기가 필요했지만 집에서 삼 남매를 키우며 나에게 장착된 능력은 된장찌개 끓이기, 청소하기, 그리고 장보기 등의 가사 능력이 전부였다.


최소한 같은 조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컴퓨터 공부를 무료 카지노 게임. 학원에 다니려 생각했지만 생활비마저 부족했기에 불가능무료 카지노 게임. 그러던 중 집 앞 재활용 구역을 지나는데 컴퓨터 활용 관련 책이 눈에 띄었다. 피피티와 워드프로세서 관련 책이었다. 이거라도 봐야겠다는 마음에 노랗게 바랜 책을 가방에 넣었다. 집에 와서 펼쳐 보니 이전에 그 책을 보았던 사람이 중요한 부분에 밑줄과 메모가 꼼꼼하게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책을 따라 공부하다 보면 모르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결국 이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그 비장의 방법이라는 것은 매일 아침 학교에 가기 위해 광역버스를 기다릴 때 기다리는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물어보는것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웬 아줌마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잘 모르겠다는 무료 카지노 게임도 있었지만 아줌마가 안쓰러웠는지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무료 카지노 게임들도 많았다. 나는 그럴 때는 본래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아니라 그 무료 카지노 게임이 타는 버스를 함께 탔다. 그리고 옆자리에 앉아 이해가 될 때까지 질문을 하고 설명을 들었다.


이 방법을 들은 우리 집 아이들은 "엄마! 제발 좀"이라며 성화였지만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방법으로 컴퓨터 학원을 다니지 않고, 점점 컴퓨터 활용 능력을 키워 나갔다. 신기하게도 몇 달이 지나자 문서작성은 물론, 피피티까지 어느 정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컴퓨터를 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 나는 심리학 교수님이 조별 발표를 위해 5명씩 조를 짜라 할 때면 화장실로 급히도망치기 바빴다. 컴퓨터도 못하면서 무료 카지노 게임들에게 끼어 달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좋은 학점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괜히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같은 과 무료 카지노 게임들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나는 조원이 아니라 짐덩어리였다.그럼에도 그런 짐스러운 나에게 함께 조를 하자며 손을 내미어준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이들을 반짝이 친구들이라 불렀다. 마음이 반짝반짝 너무 예쁘고 고마운 친구들. 그들은 처음에도 그랬고, 언제나 조별 발표가 있을 때면 나에게 슬그머니 다가와


"금옥이 누나! 우리랑 한 팀이에요."

하고 웃으며 말해 주었다.


"나랑 같은 팀 하는 거 괜찮아? 나 혼자 해도 괜찮은데."


내가 고개를 숙이며 미안해 눈도 못 보고 말하면 연습이라도 한 듯 금옥이 누나와 함께 하고 싶다고 이야기해 주는 친구들이었다. 나보다 더 어른 같은 그런 친구들이었다.


컴퓨터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가장 설레었던 것은 나를 응원해 주던 반짝이 친구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1학년 1학기에 배정된 조별 발표가 수없이 많았다. 밤새 컴퓨터 앞에 앉아 리포트를 준비했고, 파워포인트도 보기 좋게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수정한 수정본을 반짝이 팀 밴드에 올려놓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쌈짓돈으로 반짝이 친구들과 맛있는 간식도 먹으며,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했다.


그렇게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던 반짝이팀 5인은 매번 발표마다 큰 박수를 받았다. 우리는 학기말에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모두 A+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낯설기만 했던 새로운 세계 속에 점점 스며들고 있었다. 대학생 새내기들과 함께 하기 위해 옷 스타일도 머리도 변화를 주었다. 옷은 청바지에 청자켓을 입었다. 파마머리가 아닌 단발로 최대한 어리게 보이도록 여러모로 노력했다. 물론 얼굴에 새겨진 주름살만큼은 어쩔 수 없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세계보다 더 멋진 세계가 그곳에 있었다. 물론 새로운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난해한 하루가 지속되는 날들이었지만. 그럼에도나는 그곳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더 좋은 것들을 만났다.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만났다. 그 마음에 답하기 위해 나를 다시 성장시키고 또 성장시켰다.


그 길에서 나는 그렇게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었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이 인생은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다. 내가 생각한 세상이 절대 아니며, 내가 상상한 사랑이 아니다(아픔이 너무 크다). 신도 내가 생각한 신이 아니다(때로 인간에게 가혹하다). 지구별은 단순히 나의 기대와 거리가 먼 정도가 아니라, 좌표 계산이 어긋난 엉뚱한 행성에 불시착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모든 일들이 나의 제한된 상상을 벗어나 훨씬 큰 그림 속에서 펼쳐지고 있으니."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P18, 류시화, 수오서재


*메인화면: pinters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