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가 없는 카지노 게임.
비가 온 직후라 지렁이들이 땅 위로 올라와 있었다.
지렁이는 빗물로 땅속이 질척해지면 질식할 위험이 있어 땅 위로 기어 나오는 습성이 있다.
이미 여러 번 경험을 해봤던 카지노 게임은 그들이 어디서 많이 출몰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제껏 사냥했던 것 중 가장 쉬운 먹잇감이었기 때문에 각인되어 있었다.
카지노 게임은 곧바로 몸을 날려 지렁이를 덥석 물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도망쳤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고, 온몸이 긴장되어 경직되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 전 올빼미가 날아올랐는지 궁금했지만 쳐다보지 않았다.
동굴 입구에서 손을 흔들다 잡혀간 큰형의 모습이 스쳤기 때문이었다.
굴 속으로 들어와서야 카지노 게임은 숨을 헐떡이며 지렁이를 씹었다.
맛을 음미하거나 지금 어느 부위를 먹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음식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 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뜨거운 피가 온몸을 돌았고, 희미했던 의식이 서서히 돌아왔다.
바들거리던 손도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제야 환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포만감이 주는 만족의 미소였다.
살아 있음을, 그리고 그렇게 또 살아냈음을 감사하고 있을 때 문득 굴 입구를 지키던 올빼미가 생각났다.
몸을 돌려 입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야! 그대로 있네..."
처음 봤을 때와 같은 자세로 흐트러짐 없이 앉아, 고개만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극강의 공포를 경험하고 난 뒤라 그런지, 처음 느꼈던 두려움보다는 조금 완화된 불안 혹은 긴장감 정도로 바뀌었다.
그러다 문득 올빼미가 처음부터 자신을 노리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올빼미는 타고난 사냥꾼이었다.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형처럼 자신도 잡아먹혔을 것이다.
그러나 올빼미가 배가 불렀기 때문에 사냥하지 않았다는결론에 이르자 카지노 게임은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희생이 자신을 살렸다는 생각이떠올리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렇게 당연히 자신을 덮칠 것이라 믿었건만, 막상 올빼미는 전혀 관심도 없었다.
그제야 카지노 게임은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걸까?"
그는 너무 오랜 시간 굶주림과 카지노 게임 속에서, 때가 되기를 마냥 기다리기만 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을 위협한 것은 올빼미가 아니라, 확실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스스로를 움츠러들게 만든 카지노 게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더 늦기 전에 행동했다는 것이었다.
만약 조금만 더 늦게 결단을 내렸더라면, 그는 배고픔에 쓰러져 그대로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카지노 게임은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았다.
카지노 게임이란 실체가 없는 그림자일 뿐, 행동하지 않는 순간 현실이 된다.
확신할 수 없는 미래를 끝없이 걱정하며 움츠러든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과중요한 것은 카지노 게임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때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길을 찾는 것 이라는 점이다.
만약 조금만 더 늦게 결단을 내렸더라면, 그는 배고픔에 쓰러져 그대로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겁내야 하는것은 '불확실한 미래'가 아니라, '행동하지 않는 자신'이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