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동생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관습과 같은 습관이 있다면 아마도 목욕탕과 극장에서 영화 보기 일 것이다. 징그럽게 커다란 두 놈이 침묵 속에서 조용히 슬픔을 해소하는 행위 같은 것이라고 나는 정의하려 한다. 21살부터 직업군인 된 나는 집에서 동생과 살지 않았다. 다행히 부대가 가까워서 주말에 가끔 오면 동생과 종종 목욕탕을 가곤 했다. 그렇다고 사우나를 좋아하거나 뜨거운 것을 좋아하는 부류도 절대 아니다. 아주 짧은 시간 체류하다가 밖으로 나오지만 그 찰나가 위안이 되었던 같다.
나는 동생보다 5살 나이가 많아서 어린 시절 아빠와 셋이서 목욕탕을 갔던 그 시절이 생생하다. 단칸방에 씻을 곳도 없고, 연탄보일러를 썼던 서울촌 동네에서, 유일하게 일주일에 한 번 짠맛을 덮인 피부를 깨끗이 하는 방법은 목욕탕이 유일했다. 아빠는 두 아들을 데리고 언덕 아래에 있는 동네 목욕탕으로 가서 피부 껍데기가 아프도록 닦아주셨다. 떠올려보면 그 당시 목욕탕은 정말 사람으로 넘쳐났다. 우리도 가난했지만 대부분 가난했다. 그러니 일주일에 한 번 목욕탕에서 씻는 것은 주요 일정 중 하나였다.
아빠가 우리를 데리고 떠나면 카지노 게임 추천는 뒤에서 손을 흔들어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카지노 게임 추천의 달콤한 휴식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린이집도 없었고, 사교육도 지금처럼 없던 그 시절에, 육아는 지금보다 더 고된 노동이었을 것이다.
영화 보기는 아마도 카지노 게임 추천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삶의 고통을 드라마를 보면서 달래곤 했다. 감정이입을 해서 울기도 하고 뻔한 스토리지만 주인공을 욕하기도 하면서 텔레비전 앞에서 하루의 고단함을 날려버리곤 했다. 아빠는 밤에 늦게 돌아다니는 스타일이라서 우리 형제는 자연스럽게 카지노 게임 추천 옆에서 같이 드라마를 보곤 했다. 옆에서 같이 주인공을 욕하고, 때로는 뻔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저녁 10시를 사수했다.
지금처럼 각자의 스크린을 가지고 각자의 취향을 보장받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기에 카지노 게임 추천의 취향을 따라 카지노 게임 추천가 좋아하는 연속극을 봐야 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은 우리 집이 조금 살만해지고 우리가 커서 각자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극장으로 옮겨졌다.
아빠가 없어도 내가 운전을 해서 동생과 카지노 게임 추천를 데리고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고, 우리는 극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지노 게임 추천는 두 아들과 극장가는 것을 최고의 자랑으로 여기곤 하셨다.
물론 지금은 아빠랑 목욕탕을 갈 수도 없고, 카지노 게임 추천랑 영화관을 갈 수도 없다. 그래서 나와 동생만 남아서 그것들을 하고 있다.
최근에 행정사 교육을 받는 것 때문에 동생집에 일주일을 머물렀다. 교육도 교육이지만 태생이 서울촌놈이라 나도 평일 약속이 하나씩 잡혔고, 교육을 마치면 사람을 만나고 오느라고 동생 얼굴 볼 시간도 별로 없었다.
그러던 중 동생이 '미키17' 영화 이야기를 했다. 나와 동생은 영화를 좋아하는 취향도 비슷하다. 아주 심각하게 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뻔한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감독 이야기를 하다고 자연스럽게 개봉하는 날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가 아프지 않을 때보다는 훨씬 줄어든 횟수지만 그래도 일 년에 몇 번은 같이 극장을 가는 사이라서 어색함 따위는 없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터라 사전 스토리 검색도 안 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세상에 나올 것이 모두 나와서 특별히 놀랍다!라고 할 소재나 내용도 없는 것이 사실인데 미키17은 묘하게 나를 집중시켰다. 망가진 지구, 새로움을 찾아서 떠나기를 갈망하는 인간들, 새로운 곳에서의 경쟁과 탐욕 등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변하면 안 되는 사랑과 존엄성을 차분히 풀어내고 있었다.
나는 미키라는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프린터에서 복사하듯 사람을 복사하는 그리고 스스로 실험을 대상이 되고 고통을 직업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그 캐릭터는 밝게 설정되어 있었지만 그 내면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점점 미키17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마치 치매 환자를 더 이상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병원에서 반신 마비가 된 상태로 콧줄에 의지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카지노 게임 추천를 떠올렸다.
'미키17의 삶과 카지노 게임 추천의 삶.. 어떤 삶이 더 비극적일까?'
끔찍한 상상이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의 의식이 살아 있다면 그 하루가 얼마나 지옥 같을까? 동생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물론 상상에서 멈춰야 하지만 이렇게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대화가 밝아지기는 많이 힘들다.
언제인지 이제는 가물가물해져 버린 몇 년 전 처음 카지노 게임 추천가 치매 진단을 받았을 때 주변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다. 병문안을 오는 사람도 있었고,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는 사람도 많았다. 당시 카지노 게임 추천의 병세는 극히 초반이고 아주 커다란 증상이 없었기에 카지노 게임 추천는 그냥 심각하지 않게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다.
물론 젊은 나이에 치매의 진행속도가 더 빠르기 해가 넘어갈수록 카지노 게임 추천는 점점 악화되었다. 그러면서 주변의 사람들도 둔감해졌다.
그냥 미키가 죽어서 다시 태어나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그냥 치매환자 한 명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를 생각해 버렸다. 그 모습이 나는 서운했고, 죽음이 두려웠다. 아니 사실 나이 먹는 것이 카지노 게임 추천 때문에 무서워졌다.
욜로라는 사상과 행위를 미친 듯이 증오하는 나이지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인생의 원동력을 상실했었다. 아니 지금도 그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유,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야 하는 이유 등등 그 이유가 하찮게 느껴졌다. 물론 건강해야 하는 이유에도 불신이 생겼다. 건강하려고 노력해도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막을 수 없기에 말이다.
영화에서 미키17는 해피한 삶을 다시 찾는다. 물론 미키18의 희생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다시 인간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목숨을 건지고, 돈을 벌고, 놀잇감으로 여기던 사람들은 모두 벌을 받고 처단되었다. 그렇게 미키는 자기 앞에서 먼저 떠난 자기들을 대신해서 더 열심히 살겠다는 각오로 밝게 웃는다.
부럽도록 말이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사가 있다. 죽을 때 느낌을 묻는 질문이다.
사람들은 죽음을 수시로 경험하는 아니 죽는 것이 당연한 미키에게 그 고통을 쉽게 물어본다. 어떤 기분이냐고? 아무렇지 않냐고? 착한 미키는 다소 긍정적으로 답변을 회피하지만 표정에는 슬픔이 남아 있다.
나와 동생은 영화를 다 보고 극장을 나와서 한 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입을 열었다.
박사과정 때 카지노 게임 추천가 뇌출혈로 쓰러졌고 수업을 빠지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궁금해했고, 어쩔 수 없이 카지노 게임 추천의 증상과 상태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몇 주가 흘러 내게 잘해주던 어느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많이 좋아지셨어?"
나는 그 질문에 폭발했다. 좋아졌냐는 그 말이 마치 놀리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말도 못 하고 인지도 없는 사람이 반신 마비가 되었는데 좋아질 수 있단 말인가.. 물론 그 선생님은 위로의 말을 건넨 것이다.
마치 '안녕하세요' , '잘 지내셨어요?' 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성을 잃었다.
나는 동생에게 아마 미키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죽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 질문에 그 감정은 아마 내가 느낀 감정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사실 그렇다. 사람이 죽는 건 어쩌면 태어난 것처럼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것을 거부하고 시간을 늘리고 하루룰 더 챙기기 위해서 애를 쓴다. 하지만 죽음을 막는 일은 불가능하다.
단지 나는 카지노 게임 추천가 좋은 기억을 품고 계셨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다. 내가 지금 엉망이라도 딸과 나눈 추억 하나에 얼굴에 웃음이 돌고, 내일 하루가 더 밝게 느껴지는 것처럼 그 좋은 기억이라도 영원히 카지노 게임 추천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
미키17의 마지막 결말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