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째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어, 논술, 한국사, 일본어 등 여러 분야를 가르쳐 왔다.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을 만나면서 ‘배움’이라는 것이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님을 점점 더 깊이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는 ‘잘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지식을 정확히 전달하고 논리를 설명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알게 되었다. 배움은 가르치는 사람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떤 사람은 쉽게 배우고, 어떤 사람은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들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처음에는 학습자의 노력이나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배움이란 결국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가르침을 ‘전달’의 개념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지식은 단순히 말이나 글을 통해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의 태도, 그의 사고방식, 말과 행동의 일관성이 함께 전달된다.
진정한 스승이란 단순히 지식을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지식과 닮은 사람이어야 한다.
머리로만 이해하고 입으로만 전달하는 가르침은 공허하다.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 태도, 신념과 맞닿아 있지 않으면, 가르침은 공허한 소리로 흩어진다.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아’라는 말이 따라붙는 순간, 그 가르침은 힘을 잃는다.
나는 카지노 게임면서 점점 말수가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다. 설명하려 애쓰기보다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오래도록 존경한 스승들은 단순히 지식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의 말과 삶을 일치시키는 사람들이었다. 정직함을 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정직하게 살아가는 스승에게서 배운 것은 오래 남았다. 배려를 가르치는 사람은 많았지만, 진짜 배려 깊은 스승의 한마디는 쉽게 잊히지 않았다.
그러니 가르치려 하지 말자. 배움은 가르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가르치는 사람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는 이제 이렇게 생각한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더 좋은 설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나은 존재가 되는 것.
가르침은 말이 아니라 삶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