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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에 Mar 27. 2025

공포의 보건실 카지노 게임

"코피 났음. 지혈하고 교실로 돌려보냄"

"종이에 손이 베었음. 밴드 붙이고 교실로 돌려보냄"


처음에는 간단한 이메일이 와 있거나, 하교 책가방에 간호사의 노트가 적힌 종이쪽지가 들려있었다. 코피가 나거나 종이에 손이 베거나 하는 일들은 한국에서도 왕왕 있었던 터라 별로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공포의 보건실 카지노 게임는어느 날 오후, "긴급. 카지노 게임로 카지노 게임 바람"이라는 이메일과 함께 시작되었다.

카지노 게임를 해 보니, 아들이 배가 많이 아프다며 설사를 했단다. 다행히 열이 나지는 않지만 아이가 힘이 없으니 아이를 데리러 오라는 간호사의 카지노 게임였다. 내 카지노 게임번호가 학교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이메일로 보냈노라 했다.


하교시간 10분 전이라 금방 학교로 뛰어갈 수 있었다.

아이는 카지노 게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호사는 배에 오일 마사지를 주었고, 설사 이외에는 특별한 증상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는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지켜봐주라고 했다.

아들은 점심때 약간 매운 카레를 먹었고, 낮잠을 자고 오후 간식을 먹을 때부터 배가 아팠다고 했다. 하지만 화장실 갈 틈을 찾지 못해 꼭 참고 있다 보니 배가 더 아팠다고 했다.

꼭 참았던 설사를 하고 나니 시원해졌나 보다. 이래저래 10분 일찍 학교를 마치고 기분이 좋았던 아들은, 씽씽이를 신나게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숙제를 하려는데 어지럽다고 했다. 요 녀석 갑자기 숙제를 하려니 어지럽다니. 백발백중 꾀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들은 슬슬 열이 올랐다. 37도, 38도, 39도 근처까지 올라갔다. 온몸이 불덩이가 되었다. 다행히 해열제를 먹이고 한잠 재우고 나니 열이 떨어지며 제 컨디션을 찾았다.

간호사의 선경지명이었나? 학교 가까이 사는 것에 감사했다.


두 번째 보건실의 카지노 게임는 심상치가 않았다. 그날은 내가 오전에 시내 은행 약속이 있어 외출 준비가 한창인 아침이었다. 등교한 지 겨우 한 시간 반만의 카지노 게임였다.


"아들이 학교 놀이터에서 미끄러졌고, 교실로 돌아온 후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지금 울고 있는데, 가슴에 얼음 마사지 중이며 상태를 보고 교실로 돌려보내겠다. 예전에도 이렇게 가슴이 아프다고 한 적이 있었냐,,,?"

빠른 싱글리쉬에 어질어질했다.


아들을 바꿔달라고 해서 통화를 하는데, 아들이 울먹울먹 했다. 놀다가 넘어졌는데 머리는 부딪히지 않았고, 교실에 들어오니 심장이 아픈 것 같아 선생님에게 말하고 카지노 게임로 왔단다.

울먹이는 아들 목소리가 걱정이긴 했지만, 카지노 게임로나마 아들을 위로다. 넘어질 때 충격으로 가슴이 울렸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왠지 모를 찝찝함과 함께,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러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눈앞에 목적지 행 버스가 오는데, 뛰기가 싫어 그냥 보냈다. 뜨거운 태양아래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카지노 게임이다!


"교실로 돌려보냈는데, 가슴이 계속 아프다며 간식도 안 먹는다고 한다. 빨리 데리러 와라"

은행이고 뭣이고 그 길로 학교로 뛰었다.

보건실에 있던 아들은 눈이 빨게 있었다. 일단 꼭 껴안고 괜찮냐 물었다. 아들은 아직도 많이 아프다고 했다. 1부터 10까지 중에 10만큼 아프다고 했다.

보건실 간호사는 머리 쪽은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가슴이 계속 아프다고 하면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등교한 지 두 시간 만에 집으로 아들은 이제야 픔이 느껴졌는지, 요플레를 한 컵 먹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아들은 한참 동안 집에서 레고 조립을 하고 놀았다.

아들의 아픔이 걱정은 되지만, 왠지 다 나은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은 나만의 느낌인가?

집에서 조금 쉬니, 6만큼만 아프다는 아들은 나와 같이 시내 은행에 가기를 원했다. 은행이 있는 시내 쇼핑몰에서 아들은 파스타 그릇을 싹 비웠고, 쇼핑몰 놀이터에서 옷이 땀에 젖도록 뛰어놀았다.


한국 유치원이었다면 어땠을까?

담임 선생님에게 카지노 게임가 왔을 테고, '어머니 어떻게 할까요?' 물어보면, '많이 아파하지 않거나 열이 막 오르지 않으면 일단 상황 지켜봅시다'라고 했었을까? '제가 지금 회사인데 어쩌죠?' 라며 유치원에 아들의 상태를 맡겼을까?


아들의 싱가포르 학교 보건실에는 전문 간호사가 두 명이 있다.

아이들에게 의료행위가 필요하면 담임 선생님은 무조건 카지노 게임로 보낸다. 밴드 붙이기, 모기약 발라주기도 보건실 간호사 선생님의 몫이다. 뿐만 아니라 조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학부모와 상담을 하는 것도 간호사 선생님이다.

처방받은 감기약을 먹일 때도 약은 간호사에게 직접 전달해야 하며, 점심 후 아이가 카지노 게임로 가서 간호사가 준비해 주는 약을 먹어야 한다. 한국은 시럽과 가루약을 학부모가 작은 약통에 한꺼번에 섞어 유치원에 보내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약통 그대로 약 이름과 복용 이 적힌 약 봉투 째 간호사에게 전달하면, 간호사가처방대로 아이에게 먹인다.


이렇게 싱가포르에서는 보건의 영역은 간호 전문가의 영역이며, 담임선생님의 역할에서 보건과 관련된 일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또한 학교에서는 최소한의 초동 조치만 하고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그 어떤 책임은 빠른 귀가 조치를 통해 보호자의 손으로 넘기게 된다.

어쩌면 당연하고 전문적인 대처가 아직은 한국식 통합 관리에 익숙해진 나에게 낯선 환경이기도 하다.




어쨌건 아들은 등교 2시간 만에 조퇴를 했고, 아들과 나는 뜻밖의 시내 데이트를 실컷 했다.


그날 밤 나는 아들에게 자신이 아프다고 선생님에게 빨리 알렸음을 칭찬했고, 동시에 조심히 놀아 줄 것을 당부했다.

아들이 말하길,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에게아프다고 말할 때는 울었단다. 카지노 게임에 간 후 간호사 선생님이 말하는 것을 못 알아 들었지만, '아파요'라고 말하고 나니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때 심장이 만두 찌는 것처럼 아팠다고 했다. 그건 과연 어떤 느낌일까? 가슴이 후끈거렸을까? 꼭꼭 찌르는 느낌도 쥐어짜는 느낌도 아니었다고 했다. 화장실에 가서 응가를 하고 나면 심장이 아프지 않을 것 같아 화장실에도 잠깐 앉아 있었다고 했다. 심장이랑 배랑 연결되어있으니 그런 생각을 했다면서....


에고, 다섯 살짜리 아기가 아프면서 얼마나 당황하고 놀랐고 표현하기 힘들었을까?

꾀병은 아니었을까 잠깐 생각했던 내가 미안해진다.


카지노 게임<조퇴하고 시내 은행에 따라가서 받은 돈 2달러로 장난감을 사겠다는 아들. 아프지 말자


카지노 게임<이렇게 놀고 있는 너를 보면 아팠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는구나. 미안타


**다음 주는 아이 방학으로 연재를 쉽니다. 친정부모님과 발리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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