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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Mar 29. 2025

밀리환초

진혼곡 1

조선인 노역자들 사이에서는 순자의 실종을 두고 이런저런 소문이 돌았는데, 크게 두 가지로 추려졌다. 하나는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했을 거란 추측이었고, 다른 하나는 간밤 산에 올라갔다 발을 헛디뎌 추락했을 거란 얘기다. 모두 정신 이상인 순자가 자의였든, 사고였든 바다에 빠져 죽었을 것이라는 관측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순자의 실종에 가장 상심한 이는 누구보다 카지노 가입 쿠폰 댁이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댁은 넋 나간 표정으로 수평선을 바라봤다.

“이년아, 어디로 간겨? 을매나 시상이 꼴 같지 않었음 바다로 뛰어든겨?”

바다를 바라보던 카지노 가입 쿠폰 댁은 끝내 통곡했다. 옆을 지키던 동영이 조용히 카지노 가입 쿠폰 댁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아짐씨, 고정하더라고요. 차라리 저렇게 떠난 게 순자한티는 더 나은 건지도 모르니.”

동영은 순팔에게 눈짓해 카지노 가입 쿠폰 댁을 동굴로 데리고 들어가도록 했다. 순팔의 부축을 받고 일어선 카지노 가입 쿠폰 댁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동굴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몇 발짝을 떼었을까, 카지노 가입 쿠폰 댁이 등을 돌려 동영에게 말을 건넸다.

“시신은 못 찾더래도, 장례라도 치러줘야 하지 않겄어? 지 뱃속으로 낳은 새끼꺼정 저래 두고, 심든 시상 살다 갔는디, 꽃상여는 못 태워줘도, 혼이나 달래줘야 하지 않겄냐고.”

카지노 가입 쿠폰 댁의 애절한 음성에 동영은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동영은 그날 밤 순팔과 몇몇 남성들을 불러 모아 순자 장례식 일정을 논의했다. 무엇보다 일본군들이 인정을 해줄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순자가 낳은 아이가 누구 씨인 줄 짐작하고 있는 동영은 괜찮을 거라며 주위를 안심시켰다. 날이 밝자마자 사내들은 나무상자와 들 것을 이용해 대강 상여를 짰다. 아침을 먹자마자 동굴 앞에서 상여가 나갔다. 동영의 예상대로 일본군들은 운구 행렬을 막지 않았다. 이토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빈 상여를 바라볼 뿐, 나머지 군인들은 애써 외면했다. 순팔은 어릴 적 동네에서 상여가 나갈 때, 요령잡이가 읊던 상여 소리를 떠올렸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어허~딸랑 소리를 반복하며 앞장섰다. 상여꾼들은 순팔의 선창에 후렴으로 답하며 뒤를 따랐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랏차 ~ 어호우. 북망산천 가는 길에 미련일랑 다 놓고 가소, 어허야~ 데헤야.”

조선인 노역자들도 고개를 떨군 채 상여 뒤를 쫓았다. 진혼곡이 바람을 타고 상여 주변을 맴돌았다.

"순자야, 인저 니 새끼는 워쩌냐. 니가 죽고 나한테 맡기고 워딜 갔냐."

카지노 가입 쿠폰 댁은눈에선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상여는 해변을 크게 한 바퀴 돈 뒤 산으로 올라갔다. 동영의 조부인 김선재의 묘 옆에 시신 없는 묘가 덩그러니 만들어졌다. 그 시각 사카이는 자신의 방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하얀 담배 연기가 회한의 한숨과 섞여 공중에서 흩어졌다.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 한쪽에서 안도의 한숨이 길게 흘러나왔다. 그는 순자가 어떻게 사라진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과 이토만이 알고 있어야 하는 ‘1급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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