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2
“으윽..아악..”
산통이 시작된 건 그로부터 한 달 뒤였다. 조산이었다. 담양 댁은 뭐가 급해 일찍 나오려고 그러냐며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순자는 진통이 올 때마다 동굴이 떠내려가라 비명을 질렀다. 머리부터 흘러내린 땀은 온몸을 적셨고, 머리카락은 고통에 진저리 쳐 잔뜩 헝클어졌다. 담양 댁은 아낙 둘과 함께 더운물을 가져다 출산 준비를 했다.
“맴 단디 묵어야 한다. 안 그럼 너도 아도 다 잘못돼뿐게.”
담양 댁은 순자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지만, 출산 경험이 없는 순자는 좀처럼 힘을 주지 못한 채 비명만 내지르고 있었다.
“워매, 나 죽겄소. 으아악.”
카지노 게임 사이트 눈에선 눈물이 솟구쳤다. 흐르는 땀과 눈물이 한데 섞여 옷가지를 만든 베개가 흠뻑 젖었다.
“안직도 멀었다. 더 힘을 줘봐라, 순자야.”
담양 댁은 순자의 배를 누르며 용기를 북돋웠다. 어스름 새벽 시작한 진통은 정오를 지나 저녁놀이 질 때까지 이어졌다. 순자는 기진했고, 담양 댁을 비롯한 산파들도 지쳐갔다.
“아짐씨? 순자가 멕아리가 한나도 없는디, 이러다 둘 다 잘못돼 뿌면 우짜요?”
아낙 하나가 걱정스럽게 담양 댁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명이 질면 둘 다 살 것이고, 안 그람 둘 다 죽지 않겄나. 목심은 하늘에 달렸다고 항게 천지신명이 알아서 하겄제.”
담양 댁은 덤덤하게 답했지만, 속으론 산모와 아이 둘 다 잃으면 어쩌나 애가 탔다. 날이 지고 어둠이 왔을 때, 순자는 몸을 풀었다. 동굴 안에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담양 댁은 달궈진 가위로 아이 탯줄을 잘랐고, 순자는 아이를 볼 겨를도 없이 기절했다. 꼬박 하루가 걸렸다. 순자는 새벽녘 눈을 떴다. 아이는 젖을 문 채 잠들어 있었다. 순자의 기척에 발목 아래서 곯아떨어졌던 담양 댁이 잠에서 깼다.
“계집애가 널 닮아서 아주 곱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누운 채로 고개를 살짝 돌려 젖무덤에 엎드려 쌔근거리며 잠든 아이를 내려보았다.
“우리 순자, 심 들었지? 고생혔다. 니는 인저 어미가 됐어야.”
순자는 담양 댁 입에서 튀어나온 ‘어미’라는 단어가 자신의 품에서 잠든 아이처럼 낯설게 들렸다. 아직도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본능적으로 반응했는지,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리고 아이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볼도 살짝 꼬집었다. 자다 깬 아이가 부르르 떨며 울어 젖혔다. 순자는 재빨리 아이에게 젖을 물려 울음을 멎게 했다. “아가, 엄니다. 니 어미다. 인저 괜찮다.”
순자와 아이를 번갈아 보던 담양 댁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출산을 계기로 순자의 정신도 온전히 돌아오기를 바랐다. 날은 깊었고, 동굴 안은 잠잠해졌다. 이따금 코 고는 소리와 잠꼬대만 들렸을 뿐, 적막한 공기가 맴돌았다. 순자도, 아이도, 담양 댁도, 출산을 도운 산파 아낙들도 모두 잠들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밀리환초에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함께 또 하루의 여명이 해수면을 타고 서서히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