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조 화장품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아니다.
사실,파운데이션을 사러 왔다가 아들의 꼬드김에못 이겨색조 화장품까지 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다.
파운데이션마저 살 생각이 없었는데 아들이바꿔보라고 해서 이렇게나선길이었다.
초딩 아들로부터 화장품 조언을 들어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엄마라니이 얼마나 한심스러운가.
자주 쓰던 파운데이션이 단종되는 바람에다른 품목으로 바꾸면서 내 피부톤과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한국에서는 20호, 21호... 이런 식으로 피부톤을 단순히'숫자'로 구분한제품을 쓰다가 영국에 오니'단어'로 분류한 제품과 씨름해야 했다.'Warm','Ivory', 'Nude' 등 애매한 단어의 파운데이션을 내 피부에 맞게 고르느라 골치 아픈데, 브랜드마다 각기 다른 단어로 나오니 고민이 더해졌다.
오랜만에 한국의 화장품웹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요즘 한국에도 내가 알던 단순 번호식 제품 분류가 사라진 것 같다. 번호가 있다 하더라도 내가 알던 번호 체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분류 체계에 익숙하지 않던시절사들인 파운데이션이 내 피부와 맞지 않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들이 '엄마 얼굴이 이상해 보인다'라고 할 정도니.
초딩에게 지적당하는 일만으로도 자존심 상하는데 반복적으로 간섭하길래, 이를 물리치고자 '그럼 니가 직접 골라 줄래?'라고 묻기에 이르렀다. 선뜻 그러겠노라 답하는 아들 덕택에 이렇게 두 모자가 화장품 쇼핑에 나선 것이다.
자신의 임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아들은 테스터 제품을 하나씩 건네며 발라보라고 했다. 아무 불평 없이 파운데이션을 바르는 내 모습이 대견했는지 색조 화장품에까지 손길을 뻗었다. 화장의 기본인 파운데이션도못 찾는 엄마가 색조 화장은 제대로 알 리가 없다 이거지.
처음에는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자괴감이 들었지만 점차아들의 태도가 대견하고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두 모자가 모처럼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이 엉뚱한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앗...
하필, 이런 때 내게 인사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람이 나타나다니.
화장한 모습과 생얼을 비교한다는 목적에서 얼굴 오른편에만 화장품을 바르고 있을 때였다. 극명하게 명암이 드러날 정도로 색채가 다른 파운데이션 세 종류가 뺨 곳곳을 점령한데다 점점 과감해지는 색상의 아이섀도까지 하나씩 덧발라 눈두덩이가 도드라지게 짙어진 상태였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상점에서 두 모자만의 아늑한 쇼핑 시간을 가지리라 기대카지노 게임 사이트 건 오산이겠지.
조명 때문에 눈이 시리기라도 한 것처럼 손으로 한쪽 눈을 가리며 쳐다봤더니 모녀로 보이는 두 사람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향해 웃고있었다. 익숙한 얼굴이긴 한데 잘 기억나지 않았다.
어리둥절해하는 내 표정을 읽은 여자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수업을 마친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향할 때마다 마주치곤 하던모녀로 추정(?)된다. 이렇게 추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영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외모의 사람을 일일이 기억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학교 앞에서 교복 차림의 여아와 그 옆 엄마로만 기억하다가 이들을 전혀 다른 상황에서대하니 낯설어 보였다.
미소로 다가오는 둘을향해 나도 웃어야 하는데 얼굴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린아이의 장난처럼 한쪽 얼굴에 화장품을 마구 발라놓고 무얼 하겠나.
이번에도 상점이다.
진열대 바닥 공간을집중 탐구하느라쪼그리고 앉은 상태였다. 시리얼 상자의 한쪽 모서리에 적힌 문구가 아래에서 위로 그것도 옆으로 누운 형태라 고개를 왼쪽으로 꺾어 힘겹게 읽고 있던 중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살짝 눈만 돌렸다. 눈앞의 사물이 다 옆으로 기울어져 있으니 누군지 알턱이 있나.
다 큰 성인이 슈퍼마켓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도 모자라 아이처럼 고개를 갸우뚱한 모습까지 보였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자리에서 곧바로 일어섰다.
상대가 움찔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차...
또 실수했다.
웬만한 여자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키라 이런 식으로 갑자기 일어서면 상대가 놀라고 만다.웅크리고 있다가 예상치 못한 큰 키를 순식간에 드러내니 위협감을 느낄 정도라고 했다.
여러모로 상대에게 미안한 감이 들었다.
갑작스레 몸을 일으켜 놀라게 한 점도 그렇지만 그렇게 똑바로 서서 눈을 마주하는데도 누구인지 몰라서다.
"아임... 쏘리... 어... 두 아이... "
최대한 정중하게 그대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털어놓으려는 순간, 아들이 옆에서 지원군으로 나섰다.
이런 때 아들과의 한국어 대화는 유용하다.
10초 전만 해도 멍한 표정으로 '뉘신지?'질문을 던지려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반가운 친구를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다정하게 인사를 했다. 늘우중충한 영국 날씨가 둘만의 특별한 화젯거리라도 되는 양수다도 떨고.
얼마 전 이사 온 가족인데 아버지와 초등학생 아들, 할아버지까지 세 사람은 자주 만났지만 이 여성은 마주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기억하다니.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남편과 함께 시내를 향해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우리 쪽으로 자동차 한 대가 들어서면서 가벼운 경적 소리가 울리고운전석 쪽 창문이 내려왔다. 낯선 여성이 우리를 향해 반가이 손을 흔들었다.
누구지?
갑자기 조급해졌다.
손을 흔들고 간 여성이 주차를 하고 우리 쪽으로 걸어올 때까지 빨리 기억해내야 했다.이런 곳에서 우리를 알아볼 사람이 누구인지.
금발의 파란 눈을 한 중년 여성으로 영국에서는흔하게 볼 수 있는 외모라 내가 아는 인물인지떠올리기 쉽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다가방금 스쳐 지나간레게 머리가 떠올랐다. 백인에게는 흔하지 않은 스타일이다 싶어 기억에 남았던 사람, 바로아들의 친구 엄마인 애비게일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한 번 만난 사람의 얼굴을 시간이 지나고도 기억해 내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영국에서는 이런 내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왜냐고?
"아시아인들구별하기 힘들어요."라고 호소카지노 게임 사이트 서양인 입장부터 고려해 보자.
이들의 눈에는 한국인은 물론 중국, 일본인까지까만 머리에 까만 눈동자, 밋밋한 이목구비로 다들 비슷하다. 반면, 한국인의 경우,흔한 외모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개개인을 구별하지 않는가.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눈과 코의 크고 작음, 머리 스타일과 피부색, 키와 몸집 등 신체적 특성이 다들 다르니까.
영국인도 이러한 외모적 특성이 있을 텐데나는 왜 구별을 못 하냐고?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주변 한국인의 신체적 특성을 자연스럽게 보고 익힌 사람만이 한국인의 미묘한 외모적 차이를 구분하는 것처럼, 영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사람만 가능한 영국인의 신체적 특성 구별이 있다.
물론, 나처럼 영국에 오래 살면서후천적으로 영국인을 판별하는 능력을 키우기도 하겠지만, 현지인의 능력과 비교하기는 힘들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더러있을 것이다.
금발 머리와 파란 눈, 크고 부리부리한 눈매와 코라면한국어디에서나 금방 알아볼수 있는 외모다.
하지만, 혼잡한 런던의 거리 한복판에서 이들을 만난다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볼 자신이 있는가?
앞서 묘사한 서양인의 이목구비는 영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외모다. 어디 영국만 해당하랴. 미국과 유럽인들 대부분 신체적 특성이 비슷해서군중 사이에서 이들을 금방 구분해 내기 쉽지는 않다.
반면, 영국인에게 비친 내 모습은 어떠한가.
한중일 아시아계는영국 어디에서나 소수 민족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서양인을금방 찾아내듯, 영국 또한 주변에서 아시아인을 찾기는 쉽다.
참,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국에서도 눈에 띄는 외모였지.
첫 만남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금방 카지노 게임 사이트본 사람의 말이 기억났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Edmond Dantès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