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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뭐라고요?”
말을 한 나도 깜짝 놀랐다. 하고 많은 반응 중에 왜 하필 이런 말이 튀어나왔을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썩 좋지 않은 기분을 전달하는 데는 충분히 성공적이었으니까.
전기를 쓰라고? 정우의 전기를?
솔직히 자존심에 큰 흠집이 났다. 카지노 가입 쿠폰 금이 쩍 갈라졌다. 유명 인사들이 정계에 출마할 때 마다 무슨 회고록이니 자서전이니 하는 책 내는 모습, 그리고 그런 책들을 대필해주는 무명 작가들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아무리 내가 책을 써내는 족족 마의 3 쇄에서 막히는 2000권 짜리 2류 작가에 불과했다지만, 그래서 10권이 넘는 책을 써서 겨우 3만권 팔아치운 영세 작가에 불과 했다지만 그래도 그 지경까지 내려 앉지는 않았다는 오기가 생겼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을 때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는 자주적인 작가라는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 것이다.
“거절합니다.”
단 한 마디로 거절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 거절해야 했다.
“저어, 그래도.”
“죄송합니다. 하지 않겠습니다. 더 이상 드릴 말씀 없고요.”
냉정하게 못을 박았다.
그리고 차가운 등판을 보이며 정우 집, 카지노 가입 쿠폰 기념관을 나왔다. 어차피 내가 사는 집도 거기서 별로 멀지 않았기에 그냥 걸었다. 날이 더워서 그런 건지 내가 흥분해서 그런 건지 얼굴이 후끈거리고 등이 땀으로 담뿍 젖었다.
그렇게 집으로 가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낯선 국제전화 번호가 찍혀 있었다.
이런 경우 내가 전화를 받지 않을 확률은 99.999%다. 그런데 하필 그 순간 나머지 0.0001%의 기적이 일어났다.
울리지 않았어야 할 전화벨이 울리고 받지 말았어야 할 전화를 받았다. 하루에 두 번이나 이런 일이 일어났다. 달리 할 말이 없다. 운명이다.
“나야.”
전화를 받자 낮은 톤의 여자 목소리가 차갑게 들렸다.
“나라뇨?”
“선배, 벌써 잊었어? 나, 최유선.”
깜짝 놀란 나는 얼른 사회적 가면을 뒤집어썼다.
“아, 유선이구나. 오랜만이다. 잘 지내지? 쌍둥이도 잘 있지? 참, 거기 지금 영국?”
“카지노 가입 쿠폰 전기 쓰는 거 거절했다고요?”
유선은 내가 최선을 다해 구사한 사회적 의례에 대한 답변 따위 무시하고 다짜고짜 따지며 들어왔다.
“그랬어.”
“왜?”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카지노 가입 쿠폰야.”
“왜? 선배, 작가잖아?”
“작가라고 아무 글이나 쓸 수 있는 건 카지노 가입 쿠폰야. 게다가 나는 전업 작가도 카지노 가입 쿠폰고. 왜 하필 나 같은 아마추어 작가한테 연락한 거야?”
“당연한 거 카지노 가입 쿠폰예요? 선배가 카지노 가입 쿠폰면 누가 써?”
“글쎄? 이름을 딱 대지는 못하겠지만, 여튼 찾아보면 그럴만한 역량있는 작가야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아뇨. 선배보다 적임자는 없어. 내가 이유 대 볼테니 카지노 가입 쿠폰다 싶으면 바로 지적해.”
이때부터 나는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최유선이 이렇게 정식으로 각 잡고 하나 하나 따지고 들어오면 당할 재간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도 겨우 한 살 어린데 꼬박 꼬박 선배, 선배 그러면서 존댓말 반말 섞어 쓰는 것도 무서웠다. 그렇다고 더 말하고 싶지 않아, 이러면서 전화를 끊을 수도 없는 일이고.
할 수 없이 듣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들을테니 말해 봐.”
“하나, 선배는 카지노 가입 쿠폰하고 초, 중, 고, 대학 계속 같이 다닌 친구죠? 그 중 같은 반도 세 번이나 되고?”
“이건 뭐, 팩트니까.”
“둘, 선배는 음악 애호가죠? 듣는 것도 좋아하지만 연주하는 것도 좋아하고, 내 기억이 맞다면 간혹 곡을 쓰기도 했어요. 맞죠?”
“맞아.”
“셋, 선배는 작가다.”
“그것도 일단은 맞다고 봐야겠지.”
“자. 이렇게 세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사람이 또 있나요? 게다가 다른 이유도 있어. 선배가 카지노 가입 쿠폰면 안 되는.”
“동창, 20년 지기, 음악애호가, 작가 그리고 또 다른 이유?”
“선배 성격.”
예상 밖의 말이 나왔다. 카지노 가입 쿠폰, 내 성격이 뭐가 어떻단 말인가? 평소 스스로 내 성격을 싫어하고, 나의 저주처럼 느끼고 있었던 나는 고개를 흔들며 -물론 최유선에게 내 모습은 보이지 않겠지만- 나의 어이없는 심정을 표시했다.
“내 성격? 나 성격 안 좋아. 그래서 친구도 별로 없고.”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아, 그걸 그렇게 바로 인정해 버리면 어떡하냐? 민망하다.”
“우리 나라에서 성격 나쁘다는 말 듣는 사람의 특징이 뭐죠?”
“그냥 하고 싶은 말 해.”
“좋아요. 어떤 사람이 한국에서 성격 나쁘다는 소리 듣냐 하면 말이죠, 이건 선배 뿐 카지노 가입 쿠폰라 나도 많이 들어본 말이라서 하는 말인데,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남의 눈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란 뜻이죠. 옳고 그름, 합리, 불합리만 따지지 그 밖애 지절지절한 인간관계 이딴 거 신경 안 쓰는 사람.”
“내가 그런다고?”
“내가 보기에 선배는 그래.”
“아, 그렇다 치고. 그런데 성격 더러운 작가가 왜 필요한데?”
“거짓으로 윤색된 카지노 가입 쿠폰 이야기를 내 보이기 싫거든. 빛은 빛 대로, 그림자는 그림자 대로, 얼룩은 얼룩 대로 세상이 알았으면 해요. 그래야 카지노 가입 쿠폰의 작품과 연주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이걸 선배 말고 누가 할 수 있죠? 있으면 어디 한 번 소개시켜 주던가?”
슬슬 힘이 빠졌다. 나는 최유선과 언쟁해서 이겼다는 사람을 들어본 적 없다. 이건 천하의 정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나 따위야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어느새 나는 최유선에게 설득되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바로 최유선이 치고 들어왔다.
“하는 거죠?”
“음. 그게.”
“해 줘. 좀. 응?”
이로써 대세는 기울었다. 하지만 무조건 항복은 싫었다. 나는 토를 좀 달아 가며 마지막 저항을 시도했다.
“다만.”
“다만?”
“조건이 몇 개 있어.”
“말해 봐요.”
“정말 내 맘대로 쓸 거다. 글 형식, 서술 방식 등등등. 경우에 따라서는 등장인물 이름도 익명으로 바꿔버릴 수 있어. 아주 소설로.”
“좋아요. 어차피 읽어보면 그게 카지노 가입 쿠폰 이야기라는 거 결국 다 알게 될테니까. 달과 6펜스에서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이름을 썼다고 그게 폴 고갱 이야기라는 거 모르지 않잖아요?”
“기한도 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완성되었다고 느낄 때까지. 몇년 걸릴지도 몰라. 어쩌면 십년 넘게 걸릴지도.”
이 때만 해도 나는 정말 10년 넘게 걸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여간 말이 씨가 되는 법이다.
“상관없어. 파우스트라도 쓰시게? 걸작 한 번 기대해 보죠. 좋아요. 한 20년 잡아 볼까요? 카지노 가입 쿠폰면 그냥 우리 살아 생전에 완성하는 걸로 할까요? 얼마든지 기다릴게.”
일부러 거절하기 딱 좋은 조건을 마구 던졌는데 뜻밖에도 최유선은 주저없이 이 모든 조건을 다 받아들였다.
토를 달아보려 했는데 이렇게 쿨하게 받아버리니 조금 심통이 났다. 그래서 좀 더 찔러 보았다.
“난 정우의 인간적인 약점을 많이 알아. 상처도 많이 받았고. 불쾌한 사건, 감추고 싶은 어두운 이야기가 드러날 수도 있어. 어쩌면 네가 차라리 알지 못하는 게 나았을 그런 이야기도....”
최유선이 내 말을 톡 잘랐다.
“카지노 가입 쿠폰 여자관계 복잡했던 거 나도 알아. 아내 입장에서 당연히 불편하죠. 하지만 세상 떠난 사람 두고 질투 같은 거 안 해. 더 할 말 있어요?”
“카지노 가입 쿠폰.”
나는 백기를 들었다. 그러자 최유선이 딴에 농담이라고 한 마디 던졌다.
“국제전화 요금 올라가는 소리가 툭툭 들리네요. 여기서 그만 얘기 마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겠어요?”
“괜찮아. 그 정도면 충분히 얘기 했어. 다시 연락할게.”
나는 유선이 전화를 끊기 전에 먼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거라도 하고 싶었다. 유치하게 그것도 승리라고 나름 우쭐대는 쾌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전화 한 통 때문에 앞으로 내 인생에 펼쳐질 미궁에 대해서는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