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재원 Apr 06. 2025

1. 카지노 쿠폰을 시작하며

나는 직업이 없다. 2025년 2월 28일자로 퇴직했고, 어디에도 재취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딱히 재취업할 마음도 없다. 5년 빠른 퇴직이었다. 내 정년은 2030년이다.


남은 5년을 마저 꽉 채우고 싶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몸과 마음에 여유가 남아 있을 때 물러나 그 동안 못했던 일들 실컷 하며 살고 싶었다. 그 동안 퇴임한 선배 교사들을 보면 정년이 가까워질수록 한 해, 한 해가 다르게 급격하게 소진되고 시들어 갔다. 그렇게 되면 막상 자유로운 신분이 되었을 때 그 자유를 누릴만한 여력이 남지 않을 것 같았다. 고기도 이가 있을 때 씹는다고, 자유 시간도 조금이라도 더 싱싱할 때 누려야 하는 법이다.


사실 그렇게 이른 나이도 아니었다. 내 나이가 이미 만으로 57세. 아버지 세대만 해도 이미 정년을 넘긴 나이다.지금도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실제로 55세가 되면 자의 반 타의 반 직장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56세 넘어서까지 직장에 남아있으면 도둑이라며 줄여서 오륙도라는 아재개그가 있을 정도다. 그러니 내 경우는 오히려 인생2막을 카지노 쿠폰기에는 조금 늦은 나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퇴직 생활에 비교적 빨리 적응했다. 주변을 보면 많은 직장인들은 퇴직하고 나면 월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것이 어색해서 당황하고 방황한다. 하지만 나는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출근하지 않는 날이 연속되는 것이 익숙했다.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교사 욕할 때 단골로 끄집어내는 그것, 방학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퇴직은 일종의 방학의 연장 같았다. 다만 개학이 없는 영원히 연장되는 방학.


가르치고 관계 맺을 아이들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은 생각처럼 허전하지 않았다. 그만큼 요즘 학교가 힘들어 진 카지노 쿠폰. 물론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많이 냉담해진 면도 있을 카지노 쿠폰. 10여년 전만 해도 교육청 파견 나간 1년간 아이들이 너무 그리워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는 이미 아이들 없는 일상에 완전히 적응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교육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을 섞지 않으려 한다. 이미 나는 그 자격을 상실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 없이 하루 하루를 보내는 백수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몸과 마음이 쪼그라 들고 결국 삶 자체가 앙상하게 메말라 버릴 것 같았다. 인생의 후반부를 그렇게 앙상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퇴직을 몇 달 앞두고 이런 저런 계획을 분주하게 세워 보기는 했다. 일본어를 공부해서 그것과 관련된 일을 해 볼까? 인디자인을 공부해서 독립출판사를 세워 직접 책을 편집해서 낼까 등등. 하지만 막상3월이 되고 33년만에 봄 평일에 출근하지 않는 달콤함을 맛보자 계획들은 모두 잊혀지고 그저 등산에만 탐닉하는 나를 발견했다. 아, 그래도 인디자인 몇몇 기능은 익혔고, 일본어는 비록 듀오링고지만 진도가 꽤 많이 나갔다. 물론 막상 일본 사람 앞에 서면 한 마디도 못할 것이다.


등산이 나쁜 활동은 아니지만, 생산적인 활동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세상에 무엇인가를 내어 놓던가, 누군가를 가르치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내 머리 속이라도 채워 넣지 않으면 인생을 낭비하는 것 같아 초조했다. 33년을 부지런하게 살아왔으니 그 강박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터였다.


그래서 매일 아침 적어도 두 시간은 책을 읽기로 했다. 퇴직 전에도 매일 아침 스타벅스에서 한 시간 가량 책을 읽은 뒤에 출근했는데 이걸 두배로 늘린 것이다. 두 시간은 책을 읽고, 두 시간은 글을 쓰고, 이렇게 하루 네 시간 일하기로 했다. 입력과 출력, 얼마나 좋은가? 왜 네 시간이냐고? 여덟 시간을 일하면 퇴직의 의미가 없으니까.


그리고 그냥 책만 읽으면 너무 눈이 지치기 때문에 30분 정도 책을 읽으면 5분 정도 스타벅스 안의 풍경을 보거나 매장을 한 바퀴 돌며 다리를 풀어주었다. 그런데 그냥 두리번 거리기만 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읽지 않고, 쓰지 않는다면 생각이라도 하자 이렇게 마음 먹었다. 잠시도 쉬지 못하는 성격은 어머니한테 물려받은 것이니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물론 스타벅스에 대한 생각은 아니다. 장소는 장소일 뿐, 결국 생각의 주제는 스타벅스에서 걷고 있는 퇴직교사 권재원이다. 그럴듯한 말로 표현하면 자기 내면을 성찰하는 것이다. 지난 33년간 다른 사람의, 그것도 변덕이 용암처럼 들끓는 중학생들의 마음을 읽느라 정작 내 자신을 충분히 돌아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세상에서 제일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한 구경은 바로 자기 내면을 구경하는 카지노 쿠폰. 도스토예프스키를 보라. 이른바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본 경험만으로 벽돌처럼 두꺼운 소설을 썼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며 찾은 새롭고 참신한 자신의 모습을 텍스트로 옮겨놓으면 소설이 되는 카지노 쿠폰.


하긴 누구는 감옥에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대화만으로 책을 냈는데 감옥보다 훨씬 자유로운 스타벅스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스타벅스에서 퇴직교사 권재원이 너무 오래 들여다 보지 못했던 자기 내면 탐사기. 하지만 제목을 이렇게 지으면 너무 지루하니 장소를 앞에 내세워서 ‘별다방에서의 카지노 쿠폰’ 이렇게 짓기로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