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터 10까지만 세어 보세요, 일단요.
내가 ‘카지노 게임’이라는 걸 ‘완전히 처음으로’ 맛본 계기를 듣고 나면 모두 어이없어서 웃을 거다. 왜냐면 내 앞에 있는 사람을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은 걸 참다가’ 카지노 게임의 효용성을 깨달았거든.
무례하고 말도 안 통하는 상대방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한참이나 듣고 있자니,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쯤 되면 그냥 한 방 시원하게 먹이고 나중에 후회해도 되지 않을까 고민하던 순간, 머리를 스친 문장 하나.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날 때, 속으로 10까지만 차분히 숫자를 세어라.’
유튜브 숏츠에서 본 조언인 것도 같고,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읽었던 생활정보 기사 속 한 줄이었던 것도 같다.
아무튼 이 정보의 출처를 고민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나는 일부러 눈에서 초점을 풀어 앞을 뿌옇게 만들어 일명 ‘아무것도 뵈는 게 없는 상태’로 들어선 뒤, 속으로 무작정 1부터 10까지 세었다.
일, 이, 삼…. 지금 내 앞에 누가 있는지, 상대가 뭐라고 떠드는지는 일부러 신경 쓰지 않고 숫자에만 집중했다.
육, 칠…. 숫자를 ‘7’까지 세고 나니 놀랍게도 방금까지 터질 것 같던 머리가 조금 식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파들파들 떨리던 주먹도 진정한 듯 움직임을 멈췄다.
“십.”
욕 아니다. 숫자 '10'까지 센 거다.
숫자를 세는 동안에는 나도 모르게 숫자 하나를 셀 때마다 그 박자에 맞춰 숨을 한 번씩 뱉어내고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게 카지노 게임의 기초란다. 호흡에만 집중하기. 절로 카지노 게임 호흡을 하고 있던 셈이다.
내가 숫자를 10까지 차분히 센 덕분에 나는 폭력 전과를 피할 수 있었고, 상대방은 평화로운(?) 하루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전 세계인이 카지노 게임을 한다면 어쩌면 세계 평화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하고 아주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이토록 짧고 강렬한(?) 카지노 게임의 효험을 맛본 경험은 빠르게 잊었고, 나는 또다시 곧바로 치열한 삶의 전쟁터로 뛰어들어갔다.
왜냐면, 그때는 그게 카지노 게임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다 인생의 큰 고비를 맞으며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카지노 게임을 진짜로 시작하게 됐다.
굳이 따지자면 ‘10까지 세기’는 카지노 게임 맛보기 편이라고 볼 수 있으려나?
아무튼 코앞에 일이 닥쳐야만 해치우는 내 성격에 맞게, ‘카지노 게임 체험 본편’은 인생에 미사일을 두드려 맞고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