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원활하게 고속도로를 달리다가도 나들목에서 합류하는 차량이 쏟아지면 일정 구간 길이 막힌다. 존재만으로 위압감을 주는 대형 트럭도 앞, 뒤, 옆으로 요란하게 달린다. 트럭을 피해, 꼬리 무는 차들을 피해 달리다가 내비게이션이 ‘몇 킬로미터 후 출구’라고 알려주면 그때부터 차선을 바꿀 준비를 해야 한다.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슬금슬금 눈치껏 재빠르고 조심스럽게 차선을 옮겨 탄다. 곧 인천대교다.
열흘 전, 미국 사는 친구가 갑자기 연락했다. 어머니가 수술해서 부랴부랴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고. 어머니 병문안 겸 친구를 보러 가면 좋으련만, 대구까지 갈 여력이 나지 않았다. 잠깐이라도 얼굴 볼 방법은 없으려나. 그녀의 출국일을 확인했다. 인천공항까지는 1시간 남짓. 오가는 길, 연말 거리 사정을 감안하면 일과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야 했지만 고민 없이 일정을 조정했다. 노란 대화창에서 떠올리던 그녀의 목소리와 표정을 두 귀와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니. 크리스마스 깜짝 선물 같았다.
친구와는 대학에서 만났다. 학부로 입학한 시절, 200여 명의 동기들 가운데 우린 한 반으로 묶였다. 어찌하다 친해졌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교양 필수 강의에서서로 근처에 앉지 않았을까. 우연처럼, 자연스럽게 낯선 얼굴을 마주하며 인사를 나누던 20여 전 어느 날이 우리 인연의 시작이었줄이야.이후 우린 수강 신청도 같이 하고 강의와 강의 사이 틈새 시간에 김밥과 만두도 같이 먹었다. 서로 소개팅 주선도 하고 미팅도 같이 나가고 배낭여행도 같이 갔다. 남자친구가 생기자마자 가장 먼저 소개한 친구도 그녀였다. 우린 커플끼리도 마음이 잘 맞았다. 결혼식날, 예식이 끝나자마자 화장도 지우기 전에 우린 함께 남대문에 나가 밥을 먹고 쇼핑을 했다.
성실하고 알뜰한 그녀는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다니며 착실히 돈을 모았다. 미국에 가서 대학원 공부하는 게 그녀의 오랜 목표였다. 하지만 인생은 결정적인 순간에 딴 길로 새기 마련이어서 유학길이 열렸을 때 그녀 뱃속에 어여쁜 딸이 찾아왔다. 고이 모은 돈은 그녀만큼이나 수더분한 남편의 유학자금으로 먼저 쓰였고, 그녀는 미국 땅에서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전업주부 역할에 전념했다.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친구와는 자주 연락하지 못했다. 생일과 명절, 크리스마스, 연말연시가 되면 그녀는 잊지 않고 안부를 건넸다. 남의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녀는 고단하고 힘든 일상을 토로하기보다 늘 먼저 내 안위와 가족의 건강을 챙겨 물었다. 무엇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새롭게 시작한 일은 어떠한지를 궁금해했다. 아주 가끔씩 그녀를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만날 때면 그간 살아온 내 모습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기분이었다. 파릇한 청춘, 밤새 수다 떨고 새벽시장을 돌아다니면서도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하던 우린 서로를 응원했고 위로했고 격려했다.
탁 트인 수평선, 인천대교 위로 올라서자 양 옆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20킬로미터가 넘는 다리 위를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릴 때면 설렘과 기대가 피어오른다.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 흘깃흘깃 시선을 뺏기고 마음이 부푼다. 이 길 끝에 내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배낭을 다부지게 맨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일 년 전, 오 년 전, 아니 20여 년전대학 시절과 다를 게 없다. 우린 반갑게 포옹을 나누고 2시간 동안 그간 밀린 대화를 쏟아냈다. 여전히 우리의 생각과 결을 달리하는 시댁에 울분을 토하고, 무서운 속도로 커 가는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며, 머지않아 있을 그녀의 면접을 응원온라인 카지노 게임. “우리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어. 오십, 육십 넘어서까지 각자 꽃을 활짝 피우자.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고.” 그녀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 갈 때와 같은 노래를 틀고 엑셀레이터를 세게 밟았지만 마음 한켠이 헛헛온라인 카지노 게임.
“엄마, 진짜 베프는 자주 연락하지 않는 거예요.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니까요.” 너의 절친, 베스트프렌드는 누구니, 그런데 왜 그 아이와 자주 연락하지 않니,라고 물었을 때 아이들이 명쾌하게 말했다. 자주 안 봐도 여전히 이해하고 마음이 가는 사람이 베프인 거라고, 그래서 베프인 거라고.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 10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듯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사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랑이어서 인천을 오가며 보낸 네댓 시간이 영화처럼 아스라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