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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교사 체 Mar 03.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읽는다는 것

<에로스와 문명

“교수님,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동네 한번 오세요. 식사 한 끼 같이 해요.”

진심이다. 교수님은 아마 그러자고 할 것이다. 밥 한번 같이 먹자거나 또 보자는 인사치레를 나도 교수님도 안 온라인 카지노 게임 편일 거라는 근거없는 믿음.

“아, 좋죠. 말 나온 김에 다음 주에 볼까요?”

역시! 이렇게 약속이 잘 잡힐 때는 기분이 좋다. 주거니받거니가 된다는 것은, 밥을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것인가. <자유론이니 <정의론이니 소크라테스니 니체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 강의를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교수들 몇 분을 알게 되었는데 지나고보니 그들의 강의 스타일이 전화 통화 스타일과 매우 닮았다.


할 말만 간단하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스타일은 강의 자료도 강의도 간결하고 깔끔하다. 자기 분야에 대한 내공이 상당하고 분위기를 파악온라인 카지노 게임 센스도 있어 시계가 없어도 시간을 칼같이 지켜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이런저런 요구 사항이 많은 스타일은 본인이 완벽하게 준비해온 것을 완벽하게 처리해내고 싶어한다. 완벽주의자가 아닌 나로서는 완벽주의자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관찰한 바로는, 본인의 완벽함에 관심이 많은 나머지 상대 혹은 분위기를 파악할 여유가 없고 변수에 약한 것 같다. 발생가능한 모든 변수가 통제된다면 완벽을 기대해볼 수는 있겠다. ‘예, 뭐든 괜찮습니다’라며 다 받아주는 스타일은 모 아니면 도다. 어떤 날은 강의가 완벽하고 어떤 날은 산만하다. 청중의 반응이 좋으면 좋은 대로 허허 별로면 별로인 대로 허허 다 괜찮아 보인다. 라이프스타일도 자유분방할 것 같다.


김 교수님은 좀 특별하다. 친근하고 권위적이지 않은데 그것이 자연스러워 초면이라는 느낌이 무색했다. 무엇보다 강의가 뛰어났다. 내용 따로 사람 따로가 아니라 강의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람과 강의를 듣는 사람과 강의의 내용이 하나인 느낌. 연기자가 연기를 잘 한다기보다 그 인물 자체를 보여주는 느낌? 책의 핵심 내용을 잘 전달한다기보다 책의 내용 그 자체를 끄집어내서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느낌? 추측컨대 손흥민이 축구를 잘 온라인 카지노 게임 것처럼 유전적으로든 후천적 노력으로든 자기 분야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쓰다 보니 또 배가 산으로 간다. 애초 계획은 <에로스와 문명을 읽으며 느낀 것을 쓰는 것이었다. 삶의 본능인 에로스를 억압하는 것이 문명이다, 문명은 놀고 먹으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동하고 또 노동하고 억압하고 또 억압하면서 문명은 발달한다, 여기서 에로스는 쾌락원칙이고 문명은 현실원칙이라고 하자, 이드와 초자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아는 이드를 억누른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를 보면서 이드는 너도 얼른 먹으라고 하고 초자아는 아이의 아이스크림을 탐내다니 니가 인간이가라고 하며 죄의식을 심어준다, 아이스크림을 뺏을 것인지, 침만 흘릴지, 당장 사러 갈 것인지, 아이스크림을 포기할지 나의 자아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본다, 억눌린 이드의 핵심은 성본능(성욕)이다, 밥을 꼭꼭 씹어서 먹어라, 일찍 자라, 응가를 해라 등 욕구를 어떻게 하라고 가르친다, 오직 성욕구만 예외다, 성욕구는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지도 대화를 나누지도 않는다, 이렇게 억눌린 쾌락원칙은 도착으로 나타난다, 섹시함에 어필하고 포르노를 보는 것은 현실원칙이 쾌락원칙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도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쾌락원칙을 중심으로 문명을 재편해야 한다, (마르쿠제는 재편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현실원칙에 쾌락원칙이 일부 남아 있는 영역이 있다, 환상 혹은 상상력이다, 그러니 환상 혹은 상상력을 중심으로 문명을 재편해야 한다, 예술과 놀이가 그것이다. 현재까지 내가 파악한 것은 이 정도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책을 읽는 동안 나의 자아가 이드를 ‘지나치게’ 억압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들의 이드를 ‘지나치게’ 억압하고 있지는 않은지 떠올리게 된다. 학교에서 교육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과잉억압’들을 떠올리게 된다. 입으려면 회색 후드티만 입어라, 검은색으로 다시 염색해라, 수업시간에 똑바로 앉아라...교육 또는 훈육이라 불리는 이것들의 실체는 과잉억압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책은 읽는 것마다 어렵다. 구체(예컨대 소설)를 읽는 것과 전혀 다르게 추상을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교수님이 슬쩍 조언하신다. 어렵지만, 사고에 사고를 거듭하여 추상을 읽어낼 때 또 쾌감이 있다. 아, 내가 그랬구나, 누구가 그래서 그렇구나, 우리사회가 이래서 그런가 그래서 그렇다는데 진짜로 그래서 그런 건가 질문이 하는 재미가 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책을 읽어 무얼 할 건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2월에도 이 한 권을 읽어내어 뿌듯하다. 그리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책을 읽으며 가장 좋은 순간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책을 덮어놓고 앉은 자세에서 내려와 뜨끈한 거실을 뒹굴며 소설책을 읽는 것이다.


p.s. <에로스와 문명을 강의하는 교수님은 첫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 청중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초보임을 한눈에 파악하고 눈높이 교육을 하신다. 다음 마지막 시간에는 실습에 해당하는 토론인데 어떤 내용이 오고 갈지 교수님이 어떻게 토론을 이끌어갈지 무척 궁금하다. 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책을 읽는 것인지 강의하는 사람을 읽는 것인지 소설을 더 재밌게 읽기 위해 온라인 카지노 게임책을 읽는 것인지 그 또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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