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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봉봉 Feb 09. 2025

사춘기도 디즈니랜드는 못 참지!

박물관이고 나발이고 디즈니랜드나 올 걸

오늘의 일정은 파리 <디즈니랜드입니다.


여행 일정을 짤 때, 아이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너네, 베르사유궁전 갈래? 아님 디즈니랜드 갈래?"

"당연히 디즈니랜드지!!"

디즈니랜드의 대적자로서 베르사유가 적절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당연하게도) 아이들은 디즈니랜드를 선택했습니다. 아. 한겨울에 야외 놀이공원이라니. 생각만 해도 뼈가 스리고 내키지 않았습니다. 하루종일 밖에 있어야 할 텐데,놀이기구 타느라 줄도 서야 할 테니 갔다 와서 몸살이나 감기가 안 걸리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날씨가 안 좋으면 어떡하지, 토할 것 같은 놀이기구 같이 타자고 조르면 어떡하지, 둘이 타고 싶은 거 달라서 싸우면 어떡하지. 아이들은 디즈니랜드에 간다며 신이 나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저는 이제 동심은 다 갖다 버리고 '추운데 밖에 있기 싫다..'는 생각만 하는, 마음이(어쩌면 몸도..) 늙은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디즈니랜드의 표를 예약하는 과정은 아주 피곤했습니다.디즈니랜드는 공식앱에서 할 수도 있었고, 대행사에서 파는 표를 구매할 수도 있었습니다. 디즈니랜드는 Park가 2개인데, <디즈니랜드 파크와 <월트디즈니 스튜디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티켓은 너무나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습니다.


<디즈니랜드 티켓 종류

1. 하루에 파크 하나만 갈 거냐

2. 하루에 파크 두 개 다 갈 거냐

3. 이틀 동안 파크 둘 다 갈 거냐

4. 삼일동안 파크 둘 다 갈 거냐

5. 사일동안파크 둘 다 갈 거냐 (설마 나흘을 디즈니랜드에..참고로 가격은 52만원 정도 합니다 ㅋㅋ)

6. 셔틀버스 포함할 거냐


아니, 디즈니랜드면 그냥 디즈니랜드지, 디즈니랜드 파크와 월트디즈니 스튜디오는 왜 따로 있는 건지, 둘 중에 하나만 가도 되는지, 둘 다 가야 하는지공부해야 했습니다. 지하철로는 못 가는 거리인지, 셔틀버스 옵션은 왜 있는지 교통편도 찾아봐야 했고요.


제가 간단하게 딱! 알려드립니다.

<디즈니랜드 파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동화 속 디즈니 느낌을 구현해 놓은 곳입니다. 사진처럼 예쁜 신데렐라성이 있고, 곳곳에서미키와 친구들이 돌아다니고 공주들의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밤에는 레이저쇼와 불꽃놀이가 펼쳐지고요. 물론 놀이기구도 있습니다. 굿즈샵도 많고요.

<월트디즈니 스튜디오는 픽사, 스타워즈 관련 콘텐츠로 꾸며져 있고, 영화를 콘셉트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니모를 찾아서, 토이스토리 같은 영화를 테마로 한 거리와 놀이기구가 있습니다.쇼와 영화 관련 공연이 펼쳐지며 디즈니랜드 파크에 비해서는 조금 더 스펙터클한 놀이기구가 많습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Park 1. 디즈니랜드(출처 : 픽사베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Park 2. 월트디즈니스튜디오(출처 : 픽사베이)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되냐고요?

디즈니랜드에서 이틀 이상의 일정이 아니라면, 하루에 파크 2개를 다 들어가는 표를 끊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파리시내에서 가실 거면 지하철 타듯이 우리나라의 GTX 같은 광역철도인파리 RER을 타고 가시면 됩니다. 그래서 셔틀버스는 진짜 '옵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숙소나 교통편이 애매하다면 고려해 보시고요.


자,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의 놀이동산도 그렇지만, 티켓을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날짜를 지정해서 사야 합니다. 야외 놀이동산을 방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날씨죠!

그런데 여행 일정을 계획할 당시에, 그것도 몇 주나 몇 달 전에, 그 나라의 날씨가 어떨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저희는 한 겨울에 갈 것이기 때문에, 가장 덜 추운 날 갔으면 했는데요, 예측이 안 되지 말입니다. 그래서 일단 일정을 이틀 중에 하루로 잡아놓고 날씨가 더 따뜻한 날, 비나 눈이 오지 않는 날을 선택해서 가기로 하고 표를 미리 결제하지 않고 갔습니다.

그리고 현지에서 날씨를 끊임없이 보고 또 봐서 표를 끊었습니다. 런던에서부터 매일 밤 날씨 어플로 파리 날씨를 검색했죠. (아이들은 엄마의 이런 노력을 모르겠죠?ㅜㅜ) 마침 호텔 바로 코앞에 디즈니랜드로 바로 연결되는 RER-A노선을 탈 수 있는 Châtelet - Les Halles역이 있으니, 새벽에 일어나서 조식만 재빨리 먹고 바로 튀어나가면 되는 것이죠. 디즈니랜드에서 멋진 사진도 남겨야 하니, 딸도 저도 치마를 차려입었습니다. 계획대로 조식을 입에 털어놓고 대망의 디즈니랜드로 출발했습니다. 디즈니랜드로 가는 RER 열차는 특이하게도 2층으로 되어있었는데요, 버스도 아니고 지하철이 2층이라니 신기했지만 여기서도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했습니다. 열차뿐 아니라 디즈니랜드 안에도 여행객들의 가방을 터는 소매치기들 일당들이 있다고 하니 하루종일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겠네요. 배운 대로 가방을 몸 앞으로 꽉 껴안고 파리 외곽의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신기한 2층 열차
디즈니랜드 가고 있는 중.. 비 온다.. ㅠㅠ


후. 둑. 후. 둑. 후드득.

무언가 창문을 스쳐 지나갑니다.

아.. 빗물입니다. 이거 뭔가요. 그렇게 고르고 골라 디즈니랜드 가는 날에 비라니.

디즈니 열차에 함께 몸을 실은, 디즈니랜드가 목적지인 여러 나라의 각일행들은 같이 비가 온다며 실망을 감추지 못합니다. 다 같은 운명이네요. 어떤 이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비 옷을 꺼냅니다. 저희는 우산도, 비옷도 없는데 큰일 났네요.


파리 디즈니랜드 역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도 어떻게 디즈니랜드에 가야 하는지, 열차를 타고 오는 길에 좀 찾아보았는데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몰려가는 사람들을 그냥 따라가면 됩니다. 어차피 다 디즈니랜드로 가거든요. 사람들을 따라 막 뛰어가다 보니 디즈니랜드 입구가 보입니다. 그 옆에 엄청 큰 편의점도 있습니다. 편의점으로 사람들이 다 들어갑니다. 따라서 들어갑니다. 사람들이 샌드위치와 과자들을 잔뜩 삽니다. 저희도 따라서 삽니다. 아무래도 기다리면서 배도 고프고 입도 심심하니 간식을 챙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비옷도 삽니다.... 아.. 저희도 사야 할까요? 가격을 보니 너무 비쌉니다. 갈등이 되는데.. 일단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계속 오지는 않는 것 같고, 돈도 아깝고 해서 일단 그냥 나갑니다.


내가 생각한 디즈니랜드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내 상상속의 디즈니랜드는 이런 땟깔인데.... (출처: 픽사베이)

앙증맞은 분위기의 디즈니랜드 입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스산한 날씨에 비가 주룩주룩 오고요. 그냥 부슬비가 아니고 폭우가 내립니다. 사진을 수백 장 찍어놓고 무슨 사진을 또 찍겠다고 치마는 왜 입었나요, 추워 죽겠습니다. 이 정도면 입장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안 갈 수도 없으니 폭우를 뚫고 티켓을 스캔하고 디즈니랜드로 입장합니다.


블로그에서 찾아봤던 대로, <월트디즈니 스튜디오부터 입장합니다. 스튜디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라는 <타워 오브 테러로 줄을 섭니다. 일단, 줄은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모든 것을 다 떠나서 비가 후두두둑 미친 듯이 오고 패딩에 모자를 다 썼는데도 이미 몸은 비에 젖어갑니다. 모두가 외국어를 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우산을 쓰고, 패딩 모자를 쓰고, 우비를 입고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립니다. 다들 택일을 잘못한 죄죠. 뭐.


대부분의 나라의 놀이기구들이 그렇듯이, 야외에서 기나긴 줄이 줄기를 기다려 '아, 이제 다 왔다!' 하면 실내에는 밖에서 기다린 만큼의 줄이 또 있잖습니까? 디즈니랜드도 똑같더라고요. 추워 죽겠는데 한참을 기다려 안으로 들어가서 또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놀이기구를 탔는데.. 악! 저는 그런 놀이기구는 첨 타봤어요. 진짜 테러당하는 줄...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너무 좋아했고요. 저도 왕년에는 롯데월드 바이킹 연속으로 10번씩 타고 그랬는데, 이제는 안 되겠더라고요. 늙었.. ㅜㅜ

여행 내내 아이들은 흥미 없어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끌고 다닌 저는 반대 입장이 되어 끌려다니며 고난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아무리 '그래, 이제 내 인생에 디즈니랜드는 마지막이겠지..'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동심으로 즐겨보려 해도, 비 오고 추운 날에 한국에서도 안 갔을 놀이공원에 왜 있는지, 디즈니랜드는 왜 하필 파리에 있는지, 온갖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놀이기구 몇 개를 타니까 어질어질하고요. 아이들은 지칠 줄도 모르고요. 디즈니랜드에서는 게임도 안 하더라고요. 앉아있지도 않고. 진정한 역지사지 여행입니다.


현실인가... 날씨가 갑자기 이렇게 변할 수가 있나...


니모를 찾아서(Crush’s Coaster)를 타고 나오니, 오? 이게 무슨 일이죠? 거짓말처럼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현대 과학 만세! 어플의 날씨 예보가 틀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놀이기구를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계속 비 오면 디즈니랜드는 접고 애들설득해서호텔로 갈까 싶었는데, 날씨가 맑아지니 중간에 가는 것도 틀렸습니다. 이대로라면 셋 다 감기가 옴팡 걸리거나, 얼어 죽거나 둘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저는 큰 결심을 했습니다. 호텔에 가서 저도 옷을 갈아입고, 딸도 따뜻한 옷을 다시 챙겨 입고 오기로 말이죠. 자, 놀이공원이니 아이들이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가장 줄이 길고 인기 있는 놀이기구 하나 기다리고 타고 오는 시간과 호텔 왕복하는 시간이 비슷할 것 같았습니다.에버랜드에서 우리 집에 잠깐 갔다 오는 거랑 똑같지 않겠습니까? 이대로라면 저의 앞길에는 동사(凍死)만이 남아있을 뿐이었습니다.

결심하라, 행동하라, 한국의 엄마여.


"너네, 라따뚜이 타고 있을래? 엄마 호텔 가서 옷 좀 갖고 올게. 어때?"

"응. 완전 좋아. 진짜 추워. 그럼 우리 둘이 놀고 있을게. 빨리 갔다 와."


이런 강심장 엄마가 있습니까? ㅋㅋㅋ

뭐 모르겠고 디즈니랜드에서 얼어 죽기가 그냥 죽기보다 싫어서 갑니다. 옷 챙기러. 아이들을 라따뚜이 줄로 밀어 넣고, 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나갑니다. 소요시간1시간 40분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미친 듯이 뛰어갔다 와야겠군요.

(여러분, 한겨울 디즈니랜드에 가실 때는 제발 멋 부리지 마시고 따뜻한 옷 준비하세요, 무조건이요!)



막 뛰어가는 길에 잠시 뒤를 돌아 풍경을 보니, 이게 아침에 폭우가 내리던 디즈니랜드가 맞나 싶습니다. 캘리포니아인가요? 날씨가 갑자기 미쳤네요. 집에 안 가길 잘했네요. 하지만 춥기는 진짜 춥습니다.


지하철 역으로 갔습니다. 2층 열차를 타고 다시 돌아갑니다. 역에서 내려 호텔로 미친 듯이 뛰어갑니다. 소매치기도 한국의 엄마를 털 수 없습니다. 너무 빠르거든요. ㅋㅋ

호텔로 가서 히트텍을 아래위로 빠빵하게 입고, 기모가 잔뜩 들어간 바지와 가장 두꺼운 패딩을 입었습니다. 딸의 옷도 챙기고 핫팩도 두 배로 다시 챙겼습니다. 자, 이제 다시 레이스가 시작됩니다. 또 왔던 길을 따라 미친 듯이 뛰어갑니다. 디즈니랜드로 가는 2층 열차를 또 탔습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맑아진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는데, 디즈니랜드보다 이 열차안이 더 여유롭고 좋은 느낌은 왜 일까요? 혼자 있어서 그럴까요? 그러다 잠시 '하루에 두 번씩 디즈니랜드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생각에 헛웃음이 픽! 하고 나왔습니다.



그새 아이들은 라따뚜이는 탔고, 다른 놀이기구를 타러 간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디즈니랜드 역에 도착해서 아까 그 편의점에 가서 과자와 샌드위치를 다시 쟁입니다. 그리고 아까 살까 말까 걸려있던 비싼 우비를 지나치며, 묘한 승리감을 느낍니다. 안 사길 잘했어.


이제는 제대로다!

다시 입구를 지나 아이들이 있다는 곳으로 갑니다.


"엄마~~~ 엄마~~!"

감동적이고 따뜻한 상봉이 이루어졌습니다. 여행와서 아이들이 가장 저를 반갑게 맞아주던 순간이었습니다. 역시 좀 떨어져 있어봐야.... ㅋㅋ

제가 없는 사이 아이들은 싱글라이더를 이용해서 빠른 줄로 몇 개의 놀이기구를 더 탔고, 엄마가 없으니 위기감이 느껴졌는지 싸우지도 않고 평소보다 더 잘 지냈나 봅니다. 그러면서 엄마 없이도 잘 있었다면서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호텔에 한 번 왔다 갔다 했더니, 시간은 벌써 오후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파크를 이동할 때, 밖으로 나가서 <FIVE GUYS에 가서 햄버거를 사 먹으라고 하던데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밥 먹는 것도 시간이 아깝다며 바로 <디즈니랜드 파크로 이동하자고 성화였습니다. 가방에 쟁여둔 감자칩과 샌드위치로 대충 점심을 때우고 빠르게 파크를 이동하였습니다.

디즈니랜드 파크 입구
포토 스팟 ㅋㅋ

보통 <월트디즈니 스튜디오를 먼저 가라고 권하는 이유는, <디즈니랜드 파크에서 밤마다 펼쳐지는 불꽃놀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서 스튜디오를 먼저 갔는데, 디즈니랜드 파크로 이동하고 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너무나 예뻤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 동화 속 디즈니 나라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거리부터 굿즈샵하며, 모든 것이 아기자기 핑쿠핑쿠하여 가만히 있어도 신나게 오종총 박자에 맞춰 경쾌하게 걸음을 걸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스튜디오에서도 재미있게 놀던 저희 딸도 "아.. 여기 이렇게 예쁘다고 왜 말 안 해줬어.. 더 일찍 올걸.." 라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조사는 엄청하지만 철저한 계획은 짜지 않는 성격의 저는 약간 당황했습니다. 디즈니랜드 파크에도 놀이기구가 엄청 많더라고요. 이 글을 보시는 부모님들, 사춘기 딸과 함께 디즈니랜드에 오신다면, 스튜디오는 짧고 굵게 즐기시고, 디즈니랜드 파크로 재빨리 넘어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완전 소녀 취향이에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제는 조금 따뜻한 옷을 입고 제대로 놀 수 있는데, 짧은 파리의 해는 어김없이 넘어갑니다.에펠탑에서 봤던 핑크색 하늘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어느 순간 사람들이 피리 부는 사나이라도 있는 듯이 어느 한 방향으로 막 몰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퍼레이드도 하고, 밤에 있을 불꽃놀이의 명당을 맡기 위해 신데렐라 성 쪽으로 몰려가는 듯 싶었습니다.


"얘들아, 우리도 저 사람들 따라 불꽃놀이 명당 맡으러 갈까? 아니면 이 기회를 이용해서 놀이기구 몇 개 더 탈래?"

"당연한 걸 묻고 있어? 명당 맡으면 뭐 해, 거기 계속 서 있기만 하는 거잖아. 여기까지 와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왜 해? 몇 개 더 타야지!"


여.기.까.지. 와.서.

어딜 가든 게임만 하고 있던 저 자식 놈들에게,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지만 꾹꾹 참고 하지 않았던 말. 그 말이 저희 딸의 입에서 나오네요? 어쨌든, 여행 중 가장 주체적인 순간들이라 아이들이 하자는 대로 다 따르기로 했습니다. 매 순간이 노잼이었는데 말입니다. 미술관 따라다닐 때 아이들의 마음이 이렇게 아무 감흥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좀 미안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역시, 역지사지는 머리로는 절대로 불가능하고, 진짜 입장이 바뀌어 봐야 가능한 일인 듯합니다.


아이들이 타고 싶다는 놀이기구를 여러 개 타고나니 밤이 깜깜해졌습니다. 이제는 진짜 불꽃놀이만 남아있어 어디든 자리를 잡아야 했는데, 인터넷에서 봤던 명당이라고 하는 자리에는 몇 시간 전부터 자리 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요리조리 명당 주변을 탐색해서 가로등 바로 앞 (뒤에서 사람이 밀칠 우려가 없음), 유모차 웨건에 아이들을 태운 가족 뒤 (아이들이 웨건에 타고 있어 앞에 시야기 가릴 우려가 없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기가 손흥민 존이네요. 천재적인 위치선정!

핫도그와 팝콘을 사 먹으면서 불꽃놀이를 기다립니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최대치로 모이고 더 이상 이동하는 사람들이 없다 싶을 때쯤, 대망의 불꽃놀이가 시작됩니다.


화려한 드론쇼와 레이저쇼, 불꽃놀이가 사람들의 환호성을 자아냅니다. 디즈니가 디즈니 했네요. 셋 다 손을 꼭 붙잡고, 감탄을 연발하며 불꽃놀이를 감상합니다. 이때까지 봤던 모든 불꽃놀이 중에서 단연 최고입니다. 불꽃같던 저희의 여행도 스쳐 지나갑니다.



다시 온다면, 더 재미있게 여행할 수 있을까?

아, 힘들었다. 수고했다. 진짜로.

아이들에게는 어떤 여행으로 기억이 될까?

앞으로 나는 디즈니랜드는올 일이 없겠지?

나는 이제 놀이기구는 절대 안 타고 싶다.

오늘은 안 싸워서 다행이다.

사춘기도 디즈니랜드는 못 참는구먼!

마지막을 디즈니랜드로온 것이 아주 굿 초이스였다. ㅋㅋ


의식의 흐름대로 불꽃같은 잡생각도 빵빵 터트려봅니다. 내일이면 공항으로 가는 날인데, 여행의 마지막날 밤에 이렇게 황홀한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니 감격이 밀려옵니다. 아침에 날씨는 최악이었지만, 이만하면 아름다운 마무리네요. 무엇보다 딸이 대만족 하니, 기분이 두 배로 좋습니다. 행복합니다.


디즈니랜드 폭파 각... ㅋㅋ


불꽃놀이가 끝나고, 다시 인파에 섞여서 호텔로 향합니다.

하루종일 덜덜 떨면서 고생한 우리를 위해서, 다시 또 라면을 때려줘야겠네요.

말 그대로 좌충우돌 그 자체였던 여행이 끝나갑니다. 파리에서 백화점, 쇼핑몰 한 번 못 들어가 보고 내일 공항으로 가야 되는 엄마의 마음이 찢어집니다. 진심으로 슬픕니다. 이래저래 아쉬운 마음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파리의 마지막 밤이 깊어갑니다.

내일은 루브르 갔다가, 공항으로 갑니다! 이제 막날에는 싸울 일은 없겠죠?


작별인사
디즈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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