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육아에서 만난 문장
아이를 낳기는커녕 결혼도 하지 않는 2030 세대가 많다 보니, 주변에서는 육아하는 친구를 찾아보기도 힘든 게 요즘 부모의 현실이다. 육아 경험이 없는 주변 친구로부터 심리적 위로나 공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육아와 관련한 고충을 이야기할 때 서로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공감이 안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겪지 않은 친구와는 점차 공통 관심사를 찾기도 어려워지고, 그만큼 서로 멀어지게 된다.
곽연선, <요즘 육아 46쪽
한국에 온 뒤로 육아와 육아 사이 짬짬이 틈을 내어 그동안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 아이를 통해 알게 된 엄마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지인들. 하지만 그중에 '싱글'인 친구들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3-40대 여성의 미혼 비율을 생각해 보면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도 많을 텐데.내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 결혼한 유부녀들뿐이다. 싱글인 친구들이 사라진 걸까? 아니다. 아마도 '내가 그들을 무료 카지노 게임 두지 않았다'는게 실상에 더 가까운 표현일 것이다. 학창 시절 친했던 얼굴들을 떠올려보면 아직 싱글인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이른 나이에 가정을 꾸린 유부녀인 나는, 아이를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키우는 나는,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그들과 거의 만나지 못했다. 서로 다른 궤도를 따라 살다 보니 우리 사이의 접점은 희미해졌고, 어느 순간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이 되었다.
엄마가 된 지 15년. 그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애엄마'들만 만나는 인간관계를 유지해 왔다.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이의 성장 단계에 맞춰 함께할 사람들이 생기고, 육아와 교육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묶이며우리의관계는 지속되었다. 아이 이야기가 아닌 다른 주제의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관계를 찾아 나서다가도, 어느새 대화의 주제도 만남의 목적도 다시 아이들로 돌아왔다.
전업주부의 세계에서 싱글 여성은 드물다. 자연스럽게 아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 안에서 '엄마가 아닌 여성'은 낯선 존재다. 그들이 내 세계에서 이질적인 존재인 만큼, 나 역시 그들의 세계에서 이질적인 존재일 테지. 싱글 친구들의 삶이 더 이상 나에게 익숙한 이야기가 아니듯, 그들도 아마 '아이 키우는 엄마의 삶'을 먼 이야기처럼 느낄지도 모른다. 나이가 같고 성별이 같은데도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사이. 그게 우리의 관계가 아닐까. 사회적 관계는 단순히 나이와 성별이 아닌, '공통된 삶의 방식'에 의해 유지된다는 걸 나이를 먹을수록 실감한다. 서로가 같은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시절 인연'과 같은 신조어도 생긴 거겠지.
가끔 궁금해진다. 만약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을까.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전업주부로 살면서 내가 잃어버린 관계들은 무엇일까. 지금의 내 세계는 오롯이 '엄마'로서 구축된 공간이다. 애엄마들만 만나고, 애엄마들만 알고, 애엄마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곳.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내 삶을 선택적으로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른 세계와의 연결을 조금씩 끊어내면서 한 가지 색으로만 채색된 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요소라면, 내 곁에서 사라진 무료 카지노 게임도 나를 정의하는 요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