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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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호용 Mar 02. 2025

카지노 게임 넘어가는 길

풍기에서 단양까지

카지노 게임 날이 장날이라고, 오전 9시경 풍기역에 내리니 역사 앞 도로 양편으로 장이 들어서 있었다. 도심 근처의 장날에 비하면 소박했다. 흔히 오일장에서 볼 수 있는 풍물장터 같은 먹거리도 없었다. 사람이 많아야 할 시간인데도 한산했던 것이다. 등 굽은 할머니들이 소담스럽게 꾸며 놓은 노점들 사이를 빠져나와 한적한 읍내를 지나 남원천 길로 들어섰다. 2월이라 아쉽지만, 굵은 왕벚꽃나무 가로수가 천을 따라 길게 줄을 서있다. 벚꽃이 필 때가 언제인가, 그때 오지 않은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그때를 골라 다시 풍기에 오겠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남원천을 왼쪽에 끼고 길게 난 농로를 따라 걸었다. 항상 그렇듯 시골길은 텅 비어 있었다. 눈앞에 해발 1,300미터의 도솔봉이 우람한 근육질을 자랑하고 카지노 게임. 철원에 있는 금학산 모습과 닳았다. 꽤 찬 바람이 불었다. 윈드재킷 후드를 머리에 뒤집어 섰다. 바람이 후드를 스치는 소리에, 불현듯 나는 잠시 머문다. 언제였던가, 그녀는 한겨울 연인산에서 마주했던 바람소리를 찬양했었지. 그 바람소리는 그녀의 속삭임처럼 귓가에 맴돈다. 그러다가 도솔봉을 지나갈 무렵 멀리 거대한 병풍 능선이 시야에 들어오자 그 소리는 사라졌다. 소백산이다. 천문대를 이고 있는 연화봉에서 시작한 능선 줄기는 오른쪽 제1연화봉을 거쳐 비로봉으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하지만 비로봉은 앞 봉우리 뒤에 숨어 자신을 감추고 카지노 게임. 조금만 비켜나면 비로봉을 볼 수 있겠지만 끝내 그는 나를 외면했다. 오래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놈에 등산 기억은 군대 시절 기억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희방사에서 오르던 악 소리 나던 눈물고개, 연화봉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장대한 능선, 그리고 비로봉에서 국망봉을 거쳐 구인사로 이르는 기나긴 종주 능선, 그 산에서 죽자 살자 뒹굴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지나간다. 이제 가지 못하지만. 기억 그 느낌 하나하나는 말이나 글로서 표현되지 못하고 그저 기억의 책장에 꽂혀 있을 뿐이다. 누구도 읽어주지 않는 오래된 헌책의 페이지처럼 말이다.


소백산 능선과 씨름을 하며 걷던 사이에 희방사역에 도착했다. 벌써 7킬로미터나 걸었다. 이 역사는 이제 사람을 태우지 않는 폐역이다. 승객이 없어 폐역이 된 게 아니라 철로가 새로 만들어져 터널화 되었기 때문이다. 주변 수철리 마을은 이제 외지인을 받지 않아 편하게 보였다. 그렇다고 과거에도 많은 사람이 찾던 곳은 아니다. 그저 등산객 정도일 것이다. 역사 바특이 경사면에 지어진 오래된 민박집은 나를 기억할지도 모른다. 비로봉을 카지노 게임온 뒤. 늦은 오후 역사 앞 나무벤치에 늘어지게 앉아 기차를 기다리던 내 모습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지노 게임으로 오르는 오솔길엔 여전히 잔설이 지천이다. 올해는 2월 추위가 기승을 부린 탓이기도 했다. 그 옆으로 수령이 5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늙은 사과나무가 불청객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이렇게 굵은 사과나무는 여태 본 적이 없다. 풍기는 인삼으로도 유명하지만 사과도 이에 견줄 만큼 역사가 깊다. 이런 산골 텃밭에도 오래전부터 나무를 심어 놓았으니 말이다. 조그만 사과 과수원을 지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트레일이 이어진다.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다. 거의 등산 수준이다. 이 산골 경사면을 옛사람들이 오르내렸다고 생각하니 내가 힘들어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고갯길은 산세마다 다르다. 산세가 완만하면 고갯길도 편하지만 여기처럼 산세가 높고 험한 곳은 가파르고 고되기 마련이다. 오르다 보면 옛 주막 터 표식이 있다. 이 험한 산골에 주막이 있었다니. 아마도 그만큼 사람의 왕래가 빈번했으리라. 고개를 넘어 단양까지 가려면 한 오십 리는 더 가야 하니 여기 마지막 주막에서 여장을 풀어야 했을지 모른다. 사위가 어두워질 때면 그런 나그네들이 요기를 때우고 약주를 마시며 처음 보는 사람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했으리라.


마지막 급경사를 두어 번 쉬면서 오른 끝에 카지노 게임 마루에 다다랐다. 누적 거리 10km이다. 말로만 듣고 지도로만 보아 오던 카지노 게임을 직접 걸어보니 길이란 항상 생각처럼 쉽지 많은 않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했다. 하긴 생각만 하면 뭐 하나. 아무튼 기차와 자동차로 항상 지나다니던 카지노 게임을 걸어서 오르니, 풍경이 새롭게 보였다. 카지노 게임은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선이다. 그곳 전망대 누각 아래에서 바리바리 싸 온 먹을거리를 내놓고 산상 만찬을 즐긴 후, 올라온 카지노 게임 골짜기를 뒤로 하고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카지노 게임 국도 주차장에서 사진 몇 방을 찍고 바로 고개 마루를 넘어갔다. 마루금 바로 아래 옛길 사이로 용부원리 마을이 홀로 온 산객을 맞이한다. 해발 700미터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잘 정비된 길이 굽이쳐 아래로 흐르고 있다. 곳곳에 아직 녹지 않은 눈길이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두 번째 마을에 다다랐을 때 보행기를 끌고 바람을 쐬러 나온 할머니가 보인다. 나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그러자 주름진 할머니는 웃으며 위쪽에 눈이 없냐고 물었고, 나는 아직 눈이 쌓여 있노라고 대답했다. 짐짓 자신에게 말을 거는 내가 반가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헤어져 용부원 2리 마을회관을 지나 갈림길에서 용부사 쪽으로 내려섰다. 이 길이 월래 옛길이고 대게 지도나 안내도에는 오른쪽 국도로 가는 길을 소백산 자락길 코스라고 칭한다. 정확하게 방향을 잡은 나는 절집 방향으로 들어섰다. 이곳에도 역시 자투리 땅에 굵은 사과나무 몇 그루가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과수원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너무 작다. 주인인 듯한 아낙네가 사과나무 전지 가지를 바닥에서 주워 한 곳에 모아두고 있다. 나는 그 여인에게 안녕하시냐고 인사를 했고, 역시나 그 여인도 밝게 웃으며 나의 인사를 말없이 받아준다. 고적한 이 마을에서 외지인과 말을 섞는 것은 흔하지 않을지 모른다.


잠시 후, 용부사 입구에서 계곡 길로 접어들었다.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땅 아래에는 중앙고속도로와 중앙선 철도가 나란히 지나가고 카지노 게임. 이 계곡 길은 근래에 새롭게 조성된 길이다. 깊은 계곡이라 정상적으로 길을 조성할 수 없어 많은 부분을 데크로 길을 냈다. 햇볕이 잘 들지 않아 눈이 듬성듬성 녹아 카지노 게임. 그래도 걷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계곡은 항상 가장 늦게 봄을 맞이하기에 겨울 산행은 눈과 얼음과의 싸움이었다. 이런 테크로 길을 내지 않았다면 일반적인 길로서 작용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계곡은 생각보다 크고 예사롭지 않았다. 하나의 계곡 트레일로서 손색이 없다. 아직 해빙이 다 되지 않아 물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계곡의 풍경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었다. 아마도 초여름에 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산이 크면 계곡도 깊고 큰 법이다. 소백산 기슭에 숨은 이 계곡 또한 그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계곡에 취해 걷다가 데크 계단에 걸터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배낭 무게를 줄인다. 계곡엔 아무도 없다. 홀로 이 깊은 계곡에 앉아 침묵에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들리는 것은 나의 숨소리 밖에 없다. 대처의 상념을 씻어낸다는 표현은 자만이고 통속적이다. 산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나의 숨소리라도 들을 수 카지노 게임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산은 그저 여기 있을 뿐이다.


먼발치에서 카지노 게임을 오르는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일어나 다시 나머지 길을 나선다. 아직도 1시간 이상은 족히 내려가야 한다. 길은 시나브로 완만해지고 출렁다리도 건너 농가에 닿았다. 많지 않던 계곡물이 제법 불어나 마치 빙하가 녹은 물처럼 힘차게 흐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잠시 후 첫 마을이 나타났다.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이제 거의 다 왔기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 쪽 지나온 마을이 용부원 2리이고, 이 마을이 1리인 모양이다. 시간을 보니 15시 50분에 카지노 게임 종점에서 출발한 518번 단양행 버스가 오려면 아직 여유가 있다. 처음 계획은 여기서 산행을 마감하고 언덕 위 구카지노 게임역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한 시간 이상 남아 당동까지 더 걷기로 한다. 언젠가 그녀는 내게 말했다. 산에 오면 여유 좀 가지라고. 사실 그게 말처럼 잘 되지 않는다. 언젠가 이 문제로 한바탕 싸운 일도 있었다. 이후 내가 두 손 모아 사과를 했지만, 그래도 이 고질병은 잘 낫지 않는다.


오늘 걸은 거리는 19km이다. 오랜만에 많이 걸었다. 30여분 후, 버스는 제시간에 정류장에 정차하고 나를 싣고 단양으로 달렸다. 예전에는 시골버스가 제 때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금은 그런 연착은 옛말이 되었다. 전국 어디를 가든 버스는 제 때에 온다. 그래서 버스 시간만 잘 맞추면 산행에 매우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 이런 산골을 여행할 수 있는 것은 다 이런 버스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계획은 단양 읍내에서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40분 정도면 영월 동강에서 도도하게 흘러온 강줄기도 눈에 담고 아메리카노도 한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한강가를 걸어 커피 가게에 도착했을 무렵, 제천 카지노 게임 170번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월래 다음 버스를 타려는 계획이었으나, 버스를 보자 내 몸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쪽으로 움직였다. 그래, 남는 시간 제천에서 다 쓰지 머. 그렇게 의도치 않게 탄 제천행 버스는 국도를 신나게 달렸다. 16시 24분이었다.


왜 단양에서 중앙선 열차를 타지 않느냐고 할 테지만, 단양 발 청량리행 열차는 15시 52분, 다음 열차는 19시 17분이었다. 그러니까 16시~18시간 대에는 열차가 없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산객이나 여행객에게는 대단히 불편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대이다. 그래서 제천에서 강릉에서 오는 18시 18분 열차를 타기 위해 버스로 약 한 시간 거리인 제천으로 이동하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에 대한 불만은 없다. 이런 이동이 불필요할지 모르지만 이것 또한 여정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나 자신은 항상 타인에 불과하고 편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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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25년 2월 28일

청량리역에서 풍기 06시 57분 출발

단양 518번 버스, 제천 170번 버스, 제천 단양 왕복 버스는 자주 있어 불편카지노 게임 않다

제천역에서 청량리 18시 18분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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