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산행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호용 Mar 10. 2025

카지노 쿠폰, 3월 눈 속에 잠기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유난히 추웠던 2월을 보내고 3월을 느끼고 싶었다. 어제 오려고 했지만 날씨 좋은 오늘(6일)을 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춘천에서 9시 버스를 타고 9시 35분에 홍천에 도착했다. 삼마치 행 버스는 10시 20분이었다. 한가롭게 버스터미널 편의점에서 부족한 것을 사고, 서너 평 남짓한 커피가게에서 커피와 토스트를 먹는다.


여주인과 터미널 직원으로 보이는 중년 여인이 두런두런 대화를 하고 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며칠 전에 봤는데 매우 재미있었다는 주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직원은 이에 적극 호응한다. 근데 여주인공 이름이 뭐였더라고 주인이 묻는다. 여직원은 머뭇거린다. 메릴 스트립이라고 카지노 쿠폰 속으로 대답한다. 아, 그래 메릴 스트립이지라고 여직원이 곧바로 답을 내놓는다. 그 영화 너무 재밌지라고 그녀가 재차 입을 연다. 유일한 4인용 테이블에서는 70대로 보이는 두 여인이 무언가 주제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토스트를 다 먹은 카지노 쿠폰 나머지 식은 커피를 입에 털어넣고 밖으로 나갔다.


나를 포함해 3명을 태운 홍천 버스는 중간에 두 노인을 내려주고 삼마치 원터 입구에서 마지막으로 나를 부려놓고 떠났다. 오음산 기슭에 자리한 삼마치리는 홍천에서도 꽤 큰 규모의 리 단위 행정구역이다. 전설에 의하면 다섯 개의 음기를 세 마리의 말로써 퇴치를 했다고 해서 오음산이고 삼마치라고 한다. 삼마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횡성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교통로이다. 단지 지금은 4차선으로 확장되어 있고 중간중간에 옛 도로가 짧게 연결되어 있다. 옛길은 간혹 오는 등산객이나 산림 관리용 차량 정도가 이용할 뿐이다.

카지노 쿠폰

버스 안에서 본 풍광은 사뭇 예사롭지 않았다. 보다 선명한 설경이 시선을 끈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그것은 곧 현실로 나타났다. 신도로를 잠시 지나 옛 삼마치 고갯길 들머리로 접어들자, 새하얀 눈이 도로 전체를 점령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이 부셨다. 숨도 턱 하고 막혔다. 며칠 전, 이틀 연속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고스란히 쌓여 있었다. 홍천이 타 지역보다 춥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확연할 줄은 몰랐다. 힘겹게 올라갔을 것으로 보이는 몇 개의 자동차 바퀴자국을 따라 나는 걸었다. 여기는 온통 눈 세상이었다. 3월에 이런 많은 적설량을 본 기억이 없다. 왔어도 금방 녹았을 것이다.


아니다 다를까, 고개를 넘어 내가 가야 할 카지노 쿠폰 임도 들머리에 도착했을 때 초현실적인 광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두터운 하얀 솜이불처럼 수북하게 깔린 눈 위에는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았다. 오롯이 그대로였다. 잠시 중간계 같은 공간으로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깐 망설였다. 한번 들어가면 뒤돌아 나오지 못하리라. 하지만 결단이 내려지기 전에 나의 두 다리는 임도 안으로 향하고 있었다.

카지노 쿠폰

이번 겨울 내내 설산을 피하고자 했던 나의 얄팍한 의도는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걸으며 그런 의도가 한방에 깨졌다는 것을 자인한 나는 쓴웃음이 지었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트레킹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하늘 탓을 해 무엇하나. 다 준비 부족이다.


눈은 대단히 양가적이다. 호불호가 분명하다. 대개의 여성은 설경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대개의 대한민국 남성은 적어도 현실적이다. 제설작업이 대한민국 남성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다. 겨울 트레킹 때, 남성은 설산으로부터 빠져나가기 위해 현실에 집중하지만, 여성은 순백의 눈 세상을 즐기려고 한다. 다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내 경험으론 대게 그렇다. 내가 알던 그녀도 설산에 들어가면 낙관적이었고, 나는 비관적이었다.


쌓인 눈이 발목까지 오자 나는 바지 밑단에 달린 간이 스패츠 고리를 등산화 줄에 걸고 계속 걸었다. 러셀 수준의 깊은 곳도 있었다. 이틀 전 내린 눈이 결정적이었다. 그 눈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까지 깊지는 않았을 것이다. 등산화가 눈 속으로 빠지는 느낌이 기묘하다. 무언가 푹 꺼지는 듯한 느낌이다. 습설이라 그런 것 같다. 한겨울이라면 요란하게 들릴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강열한 햇볕이 눈 위에서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그럼에도 눈은 결코 자신의 결정체를 쉽게 해체카지노 쿠폰 못한다. 눈길은 산허리를 따라 끝없이 굽이쳐 이어지고 있다. 나는 그 위로 수많은 미답의 발자국을 남기며 의도적으로 빠르지 않게 내디뎠다. 설산에서는 상황을 길게 보아야 한다.

카지노 쿠폰

조림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어린 소나무 아래 손바닥만 한 맨땅에서 배낭을 풀고 점심을 대충 먹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다. 오후에 접어들자 태양은 구름 사이로 숨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냉한 기운이 귓가를 스친다. 새소리 하나가 텅 빈 공간에서 퍼지다가 이내 사라진다. 두 다리도 뻐근해오기 시작했다. 지쳐가고 있는지 모른다. 고라니 발자국이 직선으로 이어지다 곡선으로 바뀌어 길게 늘어서 있다. 그 발자국에 장난 삼아 내 발자국을 계속해서 포개 놓는다.


잠시 후, 임도와 연결된 산 능선에서 불청객을 보고 놀란 고라니 두 마리가 멀찍이 떨어져서 도망을 친다. 사실 이런 임도는 동물들의 놀이터로서 안성맞춤이다. 사람이 활동하기 편하면 동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 임도에서 고라니를 쉽게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멧돼지 흔적이 많았지만 요즘은 고라니 전성시대이다. 그나마 고라니라도 만나니 지루함이 사라진다. 그런데 그놈들이 이 긴 겨울을 어떻게 통과할까.


3시간 동안 눈길과 씨름을 하다 마지막 언덕을 넘어서야 겨우 눈 세상으로부터 해방되었다. 폐쇄된 축사와 지붕 일부가 무너진 폐건물을 지나자 곧바로 마을이 나타났다. 바로 산자락 끝에 자리 한 높은 터 마을이다. 십여 채의 농가들이 눈에 묻혀 입을 꾹 닫고 있다. 옛사람은 여기가 해발 450미터여서 높은터라고 칭했다. 홍천에서 이보다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마을은 거의 없다. 소양강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품걸리 정도가 이와 견줄 만할 것이다. 여기서 홍천 읍내로 나가려면 20분 걸어 마을회관 버스정류장까지 나가야 한다. 아주 오래전 버스가 귀할 때는 높은터 고개를 넘어 마실로 갔다. 그 고개가 오늘 가야 할 나의 최종 목적지이다.

마을로 내려가자 제설작업도 제대로 되지 않은 길이 나타났다. 그래도 완전한 눈길은 아니고 최소한 자동차 바퀴 자국은 있어서 감지덕지카지노 쿠폰 않을 수 없었다.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보이는 전원주택 타운을 지나 높은터 고개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런 산골에 전원주택 단지를 짓는 것을 보면 정말 대한민국은 전원주택 공화국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길을 따라 오르자 폐가인 듯한 허름한 집에서 인기척에 놀란 개가 나를 보고 짖었다. 이어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여러 개의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농가인 듯, 일반주택인 듯 애매한 집들은 여럿 눈에 띄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적요함이 감돈다. 요즘은 웬만한 오지가 아니면 폐가도 많고 노는 논밭도 많다. 오래된 빈 집을 사서 주택을 짓기도 하고 폐가로 그냥 방치라는 경우도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떠카지노 쿠폰 사람만큼 새로운 사람은 채워지지 않는다.


지금 남 얘기 할 때가 아니다. 내 목이 석자다. 높은터 고개를 넘어야 오늘 일과를 마칠 수 있다. 해발이 높아지면서 다시 눈길이 시작된다. 그나마 포클레인 바퀴 자국이 큼지막하게 나 있어 다행이다. 눈에 빠지지 않기 위해 요리조리 피하며 걷는다. 이미 등산화는 방수 기능을 상실한 것 같았다. 오래되기도 했고, 2년 전인가 밑창갈이를 한 터라 고기능성임에도 불구하고 방수층이 터져버린 것이다. 축축한 느낌이 등산화 안에 감돌았다.

하지만 고갯마루에 오르자 북쪽 하산 길은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포클레인 발자국은 마루금에서 멈추었고, 너머엔 생눈길이었다. 더구나 북쪽으로 향한 깊은 계곡이다. 겨우내 햇볕이 차단된 채 퇴적층처럼 쌓인 눈이 고갯길을 점유하고 있었다. 처음 시작한 카지노 쿠폰 임도보다 층이 더 두터웠고 동물 발자국도 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그림자에 잠들어 있는 눈길 속으로 무언가 홀린 듯 나는 빠져들었다. 내가 경험한 러셀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발목 위로 눈이 훌쩍 잠겼다. 모든 소리가 숨을 죽이고 있는 공간에서 유일하게 들리는 것은 나의 숨소리이다. 항상 그렇다. 이런 공간에서의 의식의 흐름은 차단되기 마련이다. 발걸음 숫자만큼 시간을 흘러 보낼 뿐이다. 시간은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확신한다. 이제 힘들 때면 항상 듣던 레드 제플린이나 딥 퍼플도 필요 없었다.


눈길과 한바탕 씨름을 하고 고갯길을 탈출한 나는 마을길 끄트머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쉴 만한 곳이 적당하지 않아 내친김에 카지노 쿠폰 버스정류장까지 직행할 수밖에 없었다. 잘 다듬어진 솔골 마을은 지친 객을 무심하게 바라볼 뿐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개 짖는 소리만이 허공에 맴돈다. 하긴 이 설산에서 내려온 몰골을 정상적인 시선으로 보기를 바란다는 건 억지일지 모른다.


이제 다 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여정이었다. 짐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산에 대한 나의 경솔함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등산도 그렇고, 트레킹도 그렇고, 물론 여행도 그렇고 항상 겸손해야 함에도 말처럼 잘 되지 않는다. 아마도 화두처럼 평생을 풀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힘든 하루를 보냈을 때는 항상 그녀에게 무용담 문자를 보내고는 했었다. 그럴 때면 그녀는 항상 욕봤어, 오늘도 추억의 하나를 쌓았네라고 응답했다.


삼마치 쉼터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고 30여 분이 지나자 133-1번 버스가 정확하게 오후 3시 28분에 정차했다. 버스는 도중에 마실 나가는 촌로 몇 명과 아침에 함께 탄 허름한 행색의 노인을 태우고 홍천 버스터미널로 달렸다. 아직도 집에 당도하려면 한참을 더 가야 한다. 터미널에서 45분을 하릴없이 소비한 후, 오후 4시 30분 시외버스를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전철로 갈아타야 할 게다.


일자 : 2025년 카지노 쿠폰 6일


코스 : 카지노 쿠폰 고개 - 카지노 쿠폰 임도 - 높은터 고개 - 카지노 쿠폰

거리 : 12.5km

교통 : 시외버스 춘천 발 홍천 착 9시, 홍천 발 춘천 착 16시 30분

홍천 시내버스 133-1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