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러포즈
보통은 결혼식날짜까지 잡아놓고 하는 서프라이즈 이벤트의 일종인 프러포즈.그래도 그렇지, 날짜야 물론이고 이미 집까지 구해 같이 사는 마당에 감감무소식인 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결혼(식) 준비를 시작한 지 어언 8개월,그는 도통프러포즈를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필이면 그즈음,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꼭 사랑 이야기가 나왔고(무의식이 나를 이끌었는지도?)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그에게 눈을 흘기며 "아, 저 여자는 진짜 좋겠다~"라고 볼멘소리를 했고, 그는 "에이~ 잊어버리고 있어. 애기가 잊어버릴 즈음에 할 거야."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렇게 결혼식 D-31이 다가왔다.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를 한 지 2개월이 넘었지만 태생이 카지노 게임인지라 답답한 줄 모르고 하루 종일 집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 외출이라곤 결혼 준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와 함께이런저런 샵을 갔다 곧장 집으로 오는 정도였다.
그러다몇 달 만에 홀로 카지노 게임 나설 일이 생겼다.미리 봉투에 넣고 스티커로 봉인해둔 청첩장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본 친구들은 여전한 얼굴로 나를 맞아주었고우리는 밀린 근황과 관심사를 나누며 점심과 저녁을 함께 했다.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찬가지로 친구를 만나러 갔던 그에게 연락을 했다좀 더 걸릴 것 같다는 답장을 확인하며 홀로 언덕을 올랐다.요즘 줄곧 같이 있었던 탓인지 살짝 쓸쓸했지만 곧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고양이들 생각에 힘이 났다. 얼른 가서 애기들 간식 챙겨줘야지~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에 멈춰있어 금방 집으로 올라가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불이 다 꺼져카지노 게임. 평소엔 카지노 게임 나갈 때도아이들 때문에 조명을한두 개는 꼭 켜 두는데카지노 게임 깜빡하고 불을 다 끄고 나간 것 같았다. '아이 참, 이따 오면 한 마디 해야겠네.'라고생각하며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서는데, 익숙지 않은 풍경이 펼쳐졌다.
바닥에 빨간 장미꽃잎들이 흩어져있고그 위로 작은 초들이 두줄로 길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그 끝엔 까만 정장을 차려입고 커다란 꽃다발을 든 그가 서 있었다. 순간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이 믿기지 않아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토록 기다렸던 프러포즈인데막상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자 이것저것 자잘한 준비를 하느라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나 프러포즈받고 있는 거 맞구나!정신을 차리고그의 얼굴을 찬찬히 보고 있자니다소 긴장한 듯 딱딱한 표정 위로 떨리듯 씰룩거리는입이 보였다. 어쩔 줄 모르고 얼어있는 그에게 다가가 꽃다발을 건네받고 그의 질문에 바로 답했다.
"애기야, 나랑 결혼해줄래?"
"응!!"
그러자그가 기다렸다는 듯정사각형의상자를 꺼내열어 보였다. 금색 목걸이의 삼각 펜던트 한가운데에 반짝이는다이아몬드가 달랑거리고 카지노 게임. 목걸이를 걸어주는그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고 있자니울컥하며 눈물이 한 줄기로 똑 떨어져 내렸다.
우리가진짜결혼식이란걸하는구나, 실감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