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4월 5일은 식목일이었다. 그날엔 모두 산에 엎드려 나무를 심었다. 공무원과 군인들, 학생들과 선생님도 삽과 어린나무를 들고 산으로 올라갔다. 학교별로 심어야 할 나무의 양과 산이 할당되어 있었던 거 같다.
땅을 파고 나무를 심고 물을 붓고 흙을 덮은 뒤 발로 꾹꾹 밟았다. 산이 전쟁으로 인해 헐벗어 있었고, 모든 가정의 연료가 나무이다 보니, 전국적으로 모든 산이 헐벗어 있을 때였다. 나무 심기는 거국적인 행사였다.
산불도 많이 났다.
어느 날 오후에 카지노 쿠폰이 산길을 타고 우리 집 쪽으로 몰려왔다. 우리 앞의 낮은 산에 불이 난 것이다.
불길은 널뛰듯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어디서 어떻게 알고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군인들과 공무원들이 양동이를 들고 산 아래 개울에서 물을 퍼다가 산등성이로 날랐다.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나뭇가지를 들고 불을 때려가며 앞으로 나갔다. 매캐한 냄새가 산골짜기를 뒤덮었고, 검은 연기가 하늘 높이 회오리쳐 올라갔다. 나는 우리 집 마당에 서서 그것을 구경카지노 쿠폰. 엄마가 절대로 마당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카지노 쿠폰.
얼마 후 불길은 잡혔다. 우리 앞산은 검게 그을려서 오랫동안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엎드려 있었다.
산불이 난 원인은 건조한 바람에 마른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히며 불씨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카지노 쿠폰. 그러니까 자연발화였던 것이다.
산불이 난 후에 봄비가 여러 차례 내린 후, 산등성이에는 산나물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다 타버리고 난 재는 훌륭한 거름이 되었다고 했다. 원추리, 고사리, 취나물, 참나물들이 여름까지 돋아났다. 마을 사람들은 돋아난 나물을 늦게까지 뜯어다 먹었다.
그 산에 다시 잡목이 돋아나기까지는 오래 걸렸다.
이맘때부터는 산과 들에 간식거리가 지천으로 널리기 시작카지노 쿠폰. 이른 봄에 나는 모든 풀들은 먹어도 해가 되지 않는다고 카지노 쿠폰.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언니 오빠들은 길가에 핀 찔레의 순을 꺾어서 먹었다.
가시 돋은 찔레의 묵은 가지 밑으로, 붉은색을 한 어린순들이 한 뼘씩 자라나 있었다. 그것의 제일 밑둥에 손을 넣어 꺾은 뒤 껍질을 벗겨서 먹었다.
잔디가 자라는 묘나 풀밭에는 삑삑이라는 풀도 있었다. 잔디처럼 생겼지만 훨씬 굵고 부드러운 풀이었다. 가운데 부분을 쑥, 뽑아 먹으면 약간 달콤한 맛이 났다.
동네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수업이 일찍 끝난 저학년들은, 고학년인 언니나 오빠들의 수업이 끝날 때까지 운동장에서 놀았다. 집으로 돌아올 때면 허기가 지는 것은 당연카지노 쿠폰. 언니오빠들은 그런 동생들에게 자신들이 알고 있는 풀들을 뜯고, 뽑아 먹이며 집으로 데려왔다.
그때는 어린애들도 산에서 나는 잔대나 도라지, 더덕을 돋아난 순만 보고도 알아봤다.
사실 집에 와봤자 배를 채울만한 게 별로 없었다. 엄마가 아침을 하고 가마솥에 넣어둔 보리누룽지나 감자 삶은 것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었다. 먹을 것이 거의 떨어진 보릿고개였다.
그때 우리 집에는 담배건조실에 옥수수가루가 가마니 채 쌓여 있었다. 아마도 사람들에게 배급을 주고 남은 것이 우리 집으로 온 거 같았다. 아버지는 그것을 집에서 키우고 있는 돼지나 소에게 주는 용도로 가져다 두었다고 카지노 쿠폰.
엄마는 옥수수가루를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것을 받으러 사람들이 자루를 들고 우리 집에 자주 찾아왔다. 사람들은 옥수수가루를 물로 반죽해서 개떡처럼 쪄먹었다. 나는 이웃에 놀러 가서 그것을 얻어먹기도 카지노 쿠폰. 쫀득하지 않고 약간 퍼석카지노 쿠폰. 맛은 고소했고 조금 달았다.
엄마는 한 번도 옥수수 빵을 해 준 적이 없었다.
어느 날 아침에 돼지우리에 갔던 엄마가 돌아오더니 곧바로 동네로 내려갔다. 그날은 일요일이어서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었다. 한참 후, 엄마가 카지노 쿠폰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온 동네의 모든 카지노 쿠폰이 다 왔다고 해도 될 만큼 많은 카지노 쿠폰이 왔다.
아이어른 할 것 없이 몰려온 사람들은 돼지우리로 향카지노 쿠폰. 돼지우리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남자 대여섯 명이 누워있는 돼지의 다리 하나씩을 잡았다. 남자들은 있는 힘을 다해 질질 끌다시피 하며 돼지를 밖으로 끌어냈다.
우리 돼지가 죽은 것이다. 어른들은 돼지가 콜레라에 걸려서 죽은 것이라고 카지노 쿠폰.
아줌마와 아저씨들이 마당에 솥을 걸고 물을 끓이고 숫돌에 칼을 갈고 커다란 함지에 물을 받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른들을 따라온 아이들까지 더해져서 우리 집은 시장바닥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른들이 죽은 돼지를 눕혀놓고 물을 부어 씻긴 다음 불로 털을 그을렸다. 그다음에 숫돌에 간 칼로 배를 갈랐다. 피가 쏟아져 나오자 양동이에 받아냈다. 간을 꺼내고 허파와 창자들을 꺼내고 오줌보까지 들어냈다. 다리와 뱃살에 칼을 넣어 덩어리로 잘라냈다. 그리고는 얼마간의 고기와 머리를 커다란 솥에 넣고 삶았다.
고기가 삶아지는 동안 어떤 아저씨가 돼지오줌보에 보릿대궁을 꽂아 바람을 넣었다. 돼지오줌보는 이내 부풀어 올랐고 커다란 공으로 변카지노 쿠폰. 돼지의 덩치가 컸기에 오줌보도 컸다. 오빠들은 그것을 받아서 축구를 카지노 쿠폰.
고기가 익자 시장바닥 같았던 우리 마당은 이내 잔칫집으로 변해버렸다. 아이들은 손에 고깃덩이를 하나씩 들고 다니며 뜯었고, 어른들은 멍석을 펴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먹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고기를 새끼줄에 한 덩이씩 묶어서 들고 갔다. 엄마가 남은 고기를 모두 카지노 쿠폰에게 나누어 준 것이다. 그날은 온 동네가 때 아닌 포식을 했을 것이다.
그날 저녁엔 국수나 풀죽을 끓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