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것은 귀여운 저주일지 모른다. 신간 에세이 제목에 ‘대머리’를 갖다 붙이고, 표지 일러스트의 주인공을 대머리로 만들고, 책의 모든 주제를 관통하는 한 문장에 ‘대머리’가 등장하는 작가의 머리에 원형탈모가 생겼다는 건. 그동안 내가 놀리고 비웃은 모든 대머리들이 힘을 모아 백일기도라도 한 걸까. <대카지노 게임 추천는 수영모를 쓰지 않는다 01화에 줄줄이 달렸던 모든 댓글들이 둥둥 떠오른다. ‘작가님이 대머리여도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을까요?’, ‘대머리여서 안 좋은 점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개소리’……. 나는 죄인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탈모를 겪어 결국 머리를 박박 밀고 다니는 친구를 놀린 죄, 대머리여서 수영모를 안 써도 된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이냐며 호들갑을 떤 죄, 탈모 유튜버를 보고 깔깔 웃은 죄(양심에 맹세코 비웃지는 않았다), 나의 두피가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건강할 거라고 방심한 죄…. 업보를 따지자면 4절까지 노래로 만들어 부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값은 쓰다.
원형이(*원형탈모의 애칭)는 정확히 나의 머리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신체검사에서 키를 잴 때 전동 바가 ‘콩’하고 닿는 부위 어디쯤이다. 일종의 관종 기질이라도 있는 건지 옆머리도 뒷머리도 아닌 정수리 한 가운데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 워낙 잘 보이는 곳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들킬까 걱정스럽긴 했는데 미용실에 가기 전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걸 보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히려 잘 보여서 언제든지 원하면 살펴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루에 두 번씩 홍해 가르듯 머리를 차근차근 넘겨서 원형이가 잘 있는지 체크한다. 예전에는 없던 일과다.
원형탈모가 흉은 아니지만 웬만한 사람들처럼 쉬쉬하며 비밀로 할 법도 한데 인정도 합리화도 빠른 나는 또 곧바로 주변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탈밍아웃했다. 미용실에서 찍은 가르마 사진을 대뜸 보여주며 원형탈모가 생겼다고 동네방네 떠들었다. 마치 원형탈모 호소인이라도 된 듯 여기저기 광고를 해대며 기가 막히게 호들갑을 떠는 나를 향해 지인들은 하나같이 ‘생각보다 작다’며 안심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크다, 작다, 괜찮다로 나뉘는 크기에 대한 상대적 평가부터 나의 부족한 체력과 면역력을 걱정하는 진심어린 잔소리, 그저 같이 웃어주고 놀려주는 무해한 친구들까지 원형이를 목격한 이들의 반응은 다양했고 나는 더 많이 비웃고 더 많이 잔소리 해 준 친구들일수록 나와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이 많아서 기뻤다.
두피는 왜 하얀 것일까. 하필 주변 머리들이 풍성해서 카지노 게임 추천가 더 도드라져보인다는 것은 기쁜 일일까 슬픈 일일까. 도통 협조가 안 되는 어느 무식한 나무꾼이 내 정수리에 와서 밑둥만 남기고 좋은 나무를 베어버린 것 같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적당히 둥그스름한 대보름 이틀 전의 하얗고 탐스러운 달 같기도, 조랭이 떡의 반쪽 같기도, 캄캄한 숲을 용기있게 비추는 서치라이트 같기도 하다. 아무튼 정말 하얗고, 정말 눈부시다. 작아서 다행이지만, 해라도 비치면 작정하고 누군가에게 직사광선을 무지개반사 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그런 아이다. 잠과 재력은 없고 잠재력만 많아서 생긴 것 같은 아이. 금방 내 곁을 떠날 테지만 또 어느 날 정수리 나무꾼이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무작정 벌목해버리면 돌아올 아이. 나는 카지노 게임 추천와 정말 잘 헤어지고 싶다. (‘헤어’‘진다’는 표현이 이렇게 무자비한 말일 줄은 몰랐다.)
저녁 메뉴를 고를 때면 뭘 먹어야 머리카락이 잘 자라나 싶고 가르마도 평소보다 0.2cm 정도 왼쪽으로 옮기게 된 탈모인이 되었지만 그런 낯선 기분도 딱히 오래 가지는 않았다. 원형이와 함께 하게 된 세상은 아주 잠시만 설렜다. 늘 먹던대로 먹고, 머리를 감을 때도 하던대로 감고, 말린다. 치료실에서 절박한 눈을 하고“영양제라도 먹어야 할까요? 비오틴?”이라고 물었을 때 단호하게 필요없다고 대답했던 피부과 원장님 덕분에 다른 건 생각말고 근본적인 치료만 오롯이 열심히 받기로 했다. 이제 그냥 태초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행복하고 건강한 돼지로 살면 된다.
며칠 전 퇴근길, 버스의 내리는 문 앞에서 어떤 대머리 아저씨를 보게 됐다. 정말이지 우연이었는데, 그 순간이 드라마의 명 장면 같았다. 나는 그 순간이 웃기고 묘해서 견딜 수 없었지만 침착하게 그 아저씨가 가진 카지노 게임 추천를 몰래 훔쳐보았다. 그곳에는 나와 비교도 안 되게 큰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있었다. 나는 버스가 정차하기 위해 느려지는 동안 잠시 그 세계관에 다녀왔다. 우리 모두 포켓몬처럼 각자 운명의 카지노 게임 추천를 데리고 다니는데(마치 짝꿍 티니핑처럼), 하필 내 카지노 게임 추천가 몬스터볼 밖으로 나와버린 게 아닐까. 카지노 게임 추천가 더이상 레벨업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돌아가렴. 너를 반길 주인은 이 곳에 없어.
원형이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완전히 감출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곳에 있다. 아직은 그렇다. 원형이에게도 꿈이 있을까. 영광의 풍성한 시대로 돌아가는 꿈. 그렇다면 오늘은 원형이에게 이 노래를 들려줄 것이다. <네카지노 게임 추천 꿈. (<네카지노 게임 추천 꿈이라 쓰고 <내 모(毛)의 꿈이라 읽는다.)
W.H.I.T.E - <네카지노 게임 추천 꿈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 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 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걸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카지노 게임 추천 꿈일지 몰라
네모난 아버지의 지갑엔 네모난 지폐 네모난 팜플렛에 그려진 네모난 학원 네모난 마루에 걸려 있는 네모난 액자와 네모난 명함의 이름들 네모난 스피커 위에 놓인 네모난 테잎 네모난 책장에 꽂혀 있는 네모난 사전 네모난 서랍 속에 쌓여 있는 네모난 편지 이젠 네모 같은 추억들 네모난 태극기 하늘 높이 펄럭이고 네모난 잡지에 그려진 이달의 운수는 희망 없는 나에게 그나마의 기쁨인가 봐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