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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정 Apr 04.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농담하는 게 얼마나 큰 건지 알게 되었어

아침에 일어나서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15분짜리 유튜브 영상 두 개를 따라 하는 루틴대로 하나를 끝내고 다음 걸로 넘어가는데 초밥이가 방에서 나왔다.


“오늘 아침 뭐 먹어?”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멸치육수를 내고 있던 냄비에서 멸치를 건져내고, 물에 담가놓은 떡을 넣었다.

초밥이가 돌아왔다. 초밥이는 작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전남편과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 전남편 직장에 변동이 생겨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나와 전남편과 초밥이가의논한 끝에 초밥이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서 내린 결정이다.


초밥이가 떠날 때만 해도 앞으로 우리가 함께 살 일은 없을 줄 알았다. 초밥이가 짐을 싸서 나가는 날 가는 걸 볼 수 없어서 나는 도망치듯 산으로 갔다. 그날 오후에 초밥이가 보미가 데려가라고 쳐다본다며 사진을 보냈는데, 그걸 보자 가슴에서 무언가가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그 후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쯤 만났다. 초밥이를 만나러 갈 때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들떴다. 일박이일에 다 먹을 수 없는 음식 재료를 사놓고, 다 할 수 없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초밥이는 집에 오면 밀린 잠을 자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차마 깨우지 못하고 닫힌 방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다 지난 일이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완벽하게 복구된 생활을 하고 보니 지난 일 년간 느낀 감정이 다 뭐였나 싶은 게,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호들갑을 떨다가 돌연 비가 그치고 쨍쨍 내리쬐는 해 아래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 와중에 브런치에 세상을 잃은 것처럼 눈물콧물 찍어내며 글을 썼는데, 독자들한테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감정이 좀 수그러든 다음에 글을 쓸 걸 살짝 후회하기도 했다. 지인들한테도 이제 나는 “독립했다”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사정이 바뀌어서 말이지...’하고 설명을 해야 했다. 벌떼한테 “결혼 전으로 돌아간 거 같애. 결혼하고 애를 낳은 게 전생에 일어난 일 같단 말이지”이런 소리를 잘도 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건 아니고 생각은 덜 하게 되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초밥이 생각을 한 번도 안 한 걸 알고 놀라기도 했다. 삼사일만에 ‘아참, 나한테 애가 있었지’하면서 카톡을 한 적도 있다. 혼자 사는 걸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금방 적응이 되어서 이거완전 체질이다 싶을 정도였다.


그랬으니 막상 초밥이가 온다고 할 때 기분이 묘했다. 좋으면서도 좋지만은 않고, 초밥이가 방을 구해서 살더라도 전학을 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초밥이 장래를 위해서라면 나는 참을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오갔다. 이를 눈치챘는지 초밥이가 물었다.


“나 오는 거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귀찮아? 독립했다고 좋아했잖아.”

“아니 아니. 서운하게 왜 그래. 나는 너랑 살면 좋지. 아침마다 밥 해주고, 과일을 이고 지고 와서 냉장고에 채워놓을 걸 생각하니까 너무너무 신나는데?”

“2년만 참아.”


아쉬운 마음이 들 때마다 초밥이를 놀리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작년 이맘때 너 나한테 전화해서 울었던 거 생각나?”


초밥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4일째 되는 날, 야자 하다가 복도에 나와서 전화를 해서 울먹이며 말했다.


“선생님들이 대학입시 설명하면서 겁 주는데 그걸 듣다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생각하면 그냥 눈물이 나.”


낯선 환경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그립기도 했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지금 이 말을 들었다면 시원하게 반박을 해주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서럽더란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이 전화를 받을 때 걱정이 되기보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쨔식, 너는 아직 안돼,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있어야 돼’ 하면서 초밥이한테서 나의 공헌도랄까 기여도를 확인하는 것 같아서 우쭐해졌다. 아직 꼬맹이다 싶은 게 귀여워 죽겠는 거다.


내가 고해성사를 하고 대놓고 좋아했더니 초밥이가 “좋아?”라고 했다. 가만있으면 알아줄 텐데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방정맞게 물었다.


“일 년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없이 살아보니까 어땠어? 자세하고 길게 편집 없이 설명해 봐.”


초밥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하루에 잠깐씩 온라인 카지노 게임 농담하는 게 얼마나 큰 건지 알게 되었어.”


초밥이는 무심하게 말했는데 나는 또 눈물이 글썽했다. 내가 졌다. 대단한 말도 아닌데 가슴에 파동이 일었다. 아침에 밥 먹을 때 잠깐, 자기 전에 잠깐 실없는 소리를 주고받는 일이 소중한지 알았다니. 이런 생각을 했을 녀석이 안쓰러우면서도 사랑스러워서 보드라운 볼에 내 얼굴을 갖다 대었다.


“월세 내라고 할까 봐 그래?”

초밥이는 말대답을 하지 않고 싱긋 웃었다.

“장난이야. 후불제로 하자.”

“응.”


한편 초밥이는 달라졌다. 내 말이 땅에 떨어지기 무섭게 받아쳐서 기발한 말대답으로 되돌려주고는 했는데, 순순해진 것 같으면서도 새로운 공격방식인가 싶은 게 의심스러웠다.


“너 좀 낯설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달라졌어.”


초밥이는 얌전하게 끓여놓은 떡국을 먹고 방에 들어갔는데, 한참이 지나도록 조용했다. 학교에 늦는 거 아닌가 해서 문을 열어보니 정성스럽게 고데기로 머리를 말고 있었다.


“오늘 공연 있나 봐?”

“어. 맞아.”


한층 더 능글맞아진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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