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과 좋은 점
이것이 부작용인가?
나는 예전에는 기분 나쁜 것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만나는 사람들이 선을 넘어도 잘 모르고 기분이 나쁠법한 이야기를 해도 잘 느끼지 못하는 둔감한 사람이었다. 어쩌다 느끼더라도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그게 기분 나쁜 일이었구나.' 깨닫는 사람이었다. 그때는 이미 타이밍도 늦고 아무리 이불킥을 해도 소용없다. 부글부글 내속만 끓이다가 몇 날 며칠 억울해하거나 기분 나빠 내 몸이 시름시름 아팠다.
나는 사람들과 잘 싸우지 않는 사람이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광대처럼 비위나 맞춰주는 사람이었다. 아니면 나의 자아성찰을 끝도 없이 해서 상대를 어떡해서든 이해하려 애썼다.
이것은그럭저럭 좋은 관계를 획득했지만 속으로는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과 영원히 좋지 않았다. 왜냐면 내가 그를 수용했다고 해도 매번 같은 문제에 부딪히니 멀리하고 싶은 사람이 돼버린다.
어쩌면 피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가짜사랑'이다.
사랑한 척했지만 가짜사랑이다.
작년에 글을 쓰기 전, 나는 사람들의 말이 가시처럼 콕콕 박혔다. 직설적이고 센 사람이 좀 힘들어서 나만의 동굴에 들어가서 만나지 않았었다.
글을 쓰고 나서 나는 놀랍도록 좋아졌었다.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사람들과 잘 지냈다.
그런데 말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끌려다니기도 싫고, 직설적이고 무례한 사람에게 한두 마디씩 하고 있다. 내 기준에 '쌈닭'이라고 표현했지만 부정적 감정 표현이 어색하다 보니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올해부터 한두 명씩하고 있는데 말이다.
부작용이 생겼다.
거슬리는 사람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내가 예민해졌는지는 몰라도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상대가 자주 등장한다.
거슬리는 내용은 이렇다.
-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친하지도 않은데 반말을 한다.
- 내가 회장을 맡고 있는 일이 있는데 자꾸 관심이라고 표현하며 참견을 하고 위해주는 척한다.
- 자꾸 내 말에 참견하고 의문을 제시한다. (아직 친하지 않다.)
기타 등등이다.
싸우는 걸 싫어하는 사람인데 자꾸 거슬리는 게 보이니 이게 부작용이다. 예전에는 참고 넘겼는데 요새는 한두 마디씩 하는데 이게 아주 어색하다.
안 해본 버릇을 자꾸 하게 되니 '내가 잘하고 있나''너무 예민한가?'생각하게 된다.
이런 일이 자꾸 도래하니 아주 성가시다.
그럼에도 말을 해야겠다는 결론이다. 왜냐면 지금까지 내가 말했던 사람들과 비교적 잘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말을 안 했을 때는 내 마음속의 기피대상 1호였는데 말이다.
아예 좋게 지내지 못했었다.
말을 하고 나니, 얼굴을 볼 수 있는 사이정도는 된다.
처음보다 나의 부정적 표현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처음에 시도했을 때는 나의 기분 나쁨을 너무 진지하게 표현해서 상대방이 당황할 수도 있었겠다.
좌중우돌 울퉁불퉁 표현했을 때도 있었다.
조금씩 표현이 괜찮아지고 있다.
얼굴 볼 사이정도는 된다. 내가 말이다.
말을 안 하면 부정적 감정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다들 저렇게 거침없이 다혈질적으로 자기표현들을 하고 사는데 말이다.
카지노 게임 참 이게 어렵다. 그렇치만 이 고비를 넘기려 한다. 나를 위해서 또 그를 위해서...
나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네가 느끼는 그 감정이 '옳다'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섣부른 이해나 좋은 사람이 되려고 참는 게 능사가 아니란 걸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내가 옳다. 내 감정은 진실하다. 진실되게 세련되게 내 감정을 전달할 수 있기를....
표현했을때 편하다.
그리고 내 인생의 주도권은 내게 있고, 나를 거슬리게 하는 사람을 두고 보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