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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Mar 02. 2025

아버지의 소파와 엄니의 옥돌침대

아들로 살아간다는 것(25)

(사진 - 홈페이지 펌)


며칠 전엔 본가에 있는 소파를 돌침대로 바꾸었다. 이른바 '별이 다섯 개'라는 바로 그 매장에 찾아가서 말이다. 첫 번째 이유는 엄니가 쓰고 있던 소파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산 그 소파는 그래도 그 당시엔 몇백만원짜리,꽤 많은 돈을 주고 산 소파였다.


"소파는 역시 보*네*~ 소파지,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오래 쓰려면 고급으로 사야 해!"


아버지는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는 것에는 질색하시면서도 꼭 필요한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고급진 것으로 사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계셨다. 그런 명품(?)을 사야지 오래 쓸 수 있고, 그래서 나중엔 오히려 이익이라는 생각이셨다. 거기다 누가 봐도 있어 보이니 일석이죠,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는 얘기였다.


"아니, 이것도 괜찮은데, 저것과는 무려 백만원이나 차이가 나는데..."


엄니는 옆에서 이렇게 싸고 좋은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셨지만 아버지의 태도는 강경하셨다.


"어허, 무슨 소리, 가구는 보*네*라니까, 잔말 말고 내 하자는 대로 해!"


아버지는 엄니의 이런 이견은 가볍게(?) 무시하고 얼른 지갑을 열어(당신은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지갑을 패스포트(?)라고 불렀었다) 현금다발을 꺼내 침을 손가락에 묻혀 돈을 세신 후 점원에게 선불금을 치렀었다.


그런 아버지의 보*네* 소파가 근 이십 년이 다 되어 가죽에 굵은 금이 가고 너덜너덜해져 이제는 바꾸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온 것이다. 얼마 전에는 막둥이가 할머니 집에 놀러 와서


"아빠, 할머니 집 소파 좀 바꿔주어야겠다, 너무 낡았네..."(니가언제 소파를 그리 많이 봤다고?)


라고 말할 정도니 말 다했지...


거기다가 또 한 가지 이유는 엄니가 점점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래서 잠이 안 올 때 tv라도 켜놓고 그걸 보다가 잠이 오면 또 잠이 들면 될 것 같은데 정작 tv는 거실에 있고 엄니는 안방에서 주무시니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카지노 쿠폰, 그럼 거실에서 소파에 누워서자면 안 돼?"


내가 이렇게 물었더니 카지노 쿠폰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길 거실은 저녁에 너무 썰렁하고 -오래된 아파트라 우풍이 심하단다- 소파는 너무 오래돼서 자꾸 꺼져서 허리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겨울에도 후끈하게(?) 열을 받을 수 있고 허리가 꺼지지도 않는 돌침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엄니 친구가 별이 다섯개라는 그 돌침대를 사용하고 있는데 전화를 할 때마다 너무 좋으니 엄니에게도 사라고 권한다는 것이었다.-거의 유일하게 남은 친구인그 분과는 저녁마다 몇 시간씩, 전화기가 고구마가 될 때까지 통화를 하신다고 한다. 별로 할 말이 없을 것 같긴 한데, 나이가 많이 드셔도 카지노 쿠폰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 보다~ㅎ-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뭐...'


난 그래서 며칠 후에 카지노 쿠폰와 누나를 차에 태우고 부산에 가구점이 모여있는 좌천동으로 향했다. 그리고 카지노 쿠폰 친구분이 쓰시는 것과 동일한 모델로, 그렇지만 그분이 쓰시는 그냥 돌이 아닌 '옥돌'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옥돌침대를 주문했다.(위의 사진이 바로 그 별이 다섯 개라는 옥돌침대이다.)-물론 계산은 카지노 쿠폰 카드로~ㅋ-


며칠 후, 옥돌침대가 배송되어 오는 시간에 맞춰 본가에 가서 배송기사들과 함께 그 옥돌소파를 거실에 설치하고 기존에 있던 아버지의 보*네* 소파를 재활용 업체에 전화를 해서 재활용 창고에 내놓았다. 한쪽 모서리가 무너져 내린 그 소파를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갑자기 생각났다. 오래 쓸 거라고 많은 돈을 주고 샀지만 끝까지 써 보지도 못하고 하늘로 가신 아버지, 그리고 이제는 그 소파마저 재활용 공장으로 보내고 다시 옥돌침대를 구입하신엄니...


이제 아버지를 놓아드렸듯이 이 소파도 놓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수고했다, 소파야, 그동안 우리 가족들을 앉히느라 얼마나 고생했니, 허리 아픈 엄니를 안아주느라... 이젠 다시 재활용 공장에 가서 편히 쉬렴...


그리고 다시 본가로 들어가니 어느새 카지노 쿠폰는 그 옥돌 침대에 자리를 깔고 누워 있었다.


"카지노 쿠폰, 편해?"


내가 그리 물으니 카지노 쿠폰는


"그래, 돈이 좋긴 좋구나, 이렇게 뜨끈한 걸..."


하며 웃었다. 오랜만에 카지노 쿠폰의 웃음을 보니 정말 돈이 좋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오늘 저녁부터 잠 안 오면 거기 누워서 tv 보다가 스르륵 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카지노 쿠폰는


"그래, 그렇게 자다가 비몽사몽간에 너거 아빠한테 가뿌리면 얼매나 좋것노?"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난


"그래, 카지노 쿠폰, 난 먼저 갈게, 거기 뜨끈한 곳에서 누워 쉬어~"


라고 말하곤 얼른 본가를 빠져나왔다. 카지노 쿠폰는 가끔 이렇게 뜬금 없이 내 눈시울을 붉히게만드는 재주가 있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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