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가 어쨌든
20시간의 운전연수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끄러 선생님의 지시 없이도, 나는 차선을 바꾸고 도로가 시원할 때에는 슬쩍 속도를 즐기기도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슬슬 실전 운전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할 때가 된 것이다. 마음의 준비라. 그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렇지, 그게 있었지!
나는 무릎을 탁 치며 전화사주에(!) 전화를 걸었다. 연수 마무리할 즈음이 마침 연초이기도 했기에, 신년 운세도 볼 겸사겸사. 내 인생에 일확천금이 들어올 계획이 있는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는지, 내 운명의 상대는 세상에 태어났는지 등등 핵심 질문을 물어본 끝에, 나는 추신을 붙이듯 질문 하나를 덧붙였다. “제가 운전을 배웠거든요. 혹시 사고수 같은 거 없나요?”
내내 차분하게 상담해 주시던 전화사주 선생님이 나의 마지막 질문에 갑자기 깔깔깔 웃기 시작했다. “아니 뭐 그런걸 다 아하하하. 그래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몇 시간이나 받았는데?”
“20시간요……”
“뭐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무슨 20시간이나 받았어? 우하하하하하하.”
머쓱해진 내가 “아니… 그래도 걱정이 되잖아요…”라고 말꼬리를 흐리는데 그녀가 말한다.
“너도 참 걱정도 팔자다, 팔자야. 너 운전 아주 잘할 사주야. 운전에서 사방팔방 어디든 돌아다닐 사주!”
그 말에 이번엔 내가 터지고 말았다. “에? 사주에 운전을 잘하는 사주도 있나요? 큭큭흑흑흑. 아니 너무 갖다 붙이시는 거 아녜요?”
“그럼~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운전하면 안 되는 사주야. 손으로 하는 건 다 젬병이거든. 아무튼 쓸데없는 걱정 말고 운전해서 잘 놀러 다니세요.”
그래, 이게 내가 기다린 말이었다! 마음의 준비 끝! 나는 선생님께 내년에 다시 만나자며 인사를 고하고 전화를 끊었다.
친한 선배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면서 전화사주 에피소드를 풀었다. “선배 글쎄 제가 운전을 잘할 사주라네요. 그런 거 말고 일확천금을 얻을 사주라던가 하면 얼마나 좋아요.” 잠자코 얘길 듣던 선배가 말했다. “그러지 말고 내 차 운전해볼래? 근처가 한강공원이니까. 잠깐 차 세우고.”
날씨도 쌀쌀하고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이라 주차장엔 서 있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일단 주차하고, 우리는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돌아왔다. 빈속에 운전하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차 키를 쥐어준 선배가 조수석 쪽 문으로 향했다. 좋았어, 자 우선은 차문을 열자. 그런데 문을 어떻게 열더라? 에효. 어떻게 열긴~ 바보, 열쇠로 열지!!
조수석 앞에 떨며 서있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한참을 기다려도 문이 안 열리니까 내 쪽으로 돌아왔다. “야, 왜 문을 안 열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두워서 잘 안보이는데... 열쇠구멍이 어디죠?”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공포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뗐다.
“집순아. 리모컨 열림 버튼 누르면 되잖아……”
진정한 초보운전의 서막이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