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ireyoonlee Mar 14. 2025

카지노 가입 쿠폰 길, 삶의 길

34산 뾰루봉 (2021년 9월)

깊은 산에서 길을 잃어본 적 있는가? 인적도 없고, 벌레조차 숨죽이고 있는 정적이 흐르는 숲에서, 거인 같은 나무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오싹한 기분이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하지만 숨을 한번 크게 쉬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길은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터널로 한 줄기 빛이 새어드는 것처럼.


유명한 산에는 산행로가 분명하고 표지판도 친절하다. 그동안 전국 100대에 드는 산에 주로 다녔기 때문에 길을 잃어본 적이 없었다. 가평군에 걸쳐 있는 뾰루봉, 화야산, 고동산을 오르는 14km의 산행을 시작하면서도 여느 산처럼 길이 잘 되어있으리라 생각카지노 가입 쿠폰. 안개가 자욱한 숲은 진한 나무 향기를 내뿜었다. 푹신한 붉은 흙에 발을 디딜 때마다 싱그러운 기운이 올라왔다. 몇 달 만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높은 산을 오르면서 들떠서 들머리에 다 쓰러져 가는 허름한 표지판을 대수롭지 않게 보고 지나쳤다.


산에 들어갈수록 길은 좁고 애매카지노 가입 쿠폰. 낙엽이 수북이 쌓여 길의 자취는 사라지고, 이슬이 맺혀 은빛 방패같이 번쩍이는 거미줄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길인가 하고 가다 보면 아니어서 되돌아오기도 하고, 밋밋한 암벽을 낑낑대고 올라가 보면 바위 사이에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비좁은 틈이 보였다. 조난하면 구조대가 올까, 하고 걱정했지만, 같이 가는 친구가 안심하도록 의연한 척카지노 가입 쿠폰. 가끔 낡아빠진 산악회 리본이 나무에 매달려 있으면 우리는 “아, 길이 맞구나“라고 말하면서 마음을 놓았다. 오후 세 시부터 내린다는 비는 진즉에 내리기 시작해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다. 비가 오는 산은 침묵을 삼키고 미동도 하지 않는 거대한 들짐승 같았다.

비구름이 산을 두껍게 감싸고 있어서 전망이 보이지 않아 더욱 막막카지노 가입 쿠폰. 산행 초반에 떨어져 걷다가 갈라진 길에서 헤어졌던 대장을 천신만고 끝에 만나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 대장도 길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고 카지노 가입 쿠폰. 우리는 목적지 중 하나인 뾰루봉에 거의 기어서 올라가서는 잠깐 쉬었다. 능선에는 빽빽하게 활엽수가 자라 빗줄기를 거의 막아주었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원시 상태인 산길은 위험카지노 가입 쿠폰. 화야산과 고동산을 넘어야 버스가 있는 고동산 휴게소까지 갈 수 있었다. 버스 출발 시간에 맞춰 도착하려면 시간이 촉박카지노 가입 쿠폰.

결국 대장이 더 이상 화야산에 올라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탈출로를 찾아 하산하자고 카지노 가입 쿠폰. (후에 우리는 이를 두고 ‘화야산 회군’이라고 말카지노 가입 쿠폰) 삼회1리 마을회관으로 내려가서 차도를 따라가면 시간을 줄여서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고 카지노 가입 쿠폰. 우리는 비를 맞으면서 험한 오르막길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계획에 무조건 동의하고 하산하기 시작카지노 가입 쿠폰.


내리막 흙길은 조금만 헛디뎌도 앞으로 고꾸라질 것같이 가팔랐고, 여기저기에서 빗물이 모여 흘러 미끄러웠다. 산에서 길 찾기가 어려울 때는 계곡을 따라가면 된다고 대장이 말카지노 가입 쿠폰. 계곡을 따라 걸으면서도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길은 황폐카지노 가입 쿠폰.


화야산 중턱에 을씨년스럽게 남아있는 쇠락한 산장을 막 지나간 길에 갑자기 ‘멧돼지 출입 금지’라고 쓴 헌 타이어가 나타났다. 여태 온 길은 멧돼지들이 다니던 길이었던가. 군데군데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흔적을 보긴 카지노 가입 쿠폰. 글씨체가 하도 엄숙해서 멧돼지가 보면 정말 무서워서 들어오지 못할 것 같았다. 온종일 잔뜩 긴장했던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면서 무사히 내려왔다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멧돼지가 출입 금지’된 경기 둘레길은 꽃길이었다. 혀를 빼꼼히 내민 진분홍 물봉선화가 물가에 잔잔하게 피었고, 계곡물이 흐르다가 멈춘 곳에는 빗방울이 떨어져 동그라미를 그렸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멧돼지가 다니는 길을 걸었지만, 이번에는 문명이 마련한 버젓한 길 위에 있으니 감지덕지카지노 가입 쿠폰.


마을회관에서부터 다시 떠난 길은 인도가 없는 2차선 차도였다. 차들이 고여있는 물을 튕기면서 쌩쌩 지나갔다. 폐허가 된 식당이 유령처럼 나타났고, 차고를 비밀스럽게 가린 모텔은 영업 중이었다. 비옷 위로 아프게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조금 전 지나온 길들을 돌아보았다. 깊은 산속, 길이 없어 보이는 막막한 상황에서도 나무에 리본을 달아놓고 돌을 치워 길을 만든 사람이 있었다. 우리가 길게 자란 풀을 헤치고 발자국을 남긴 자리도 후에 누군가 딛고 가면서 앞서 지나간 사람이 있었구나 하고 고마워할 것이다.

몇 개의 모텔과 몇 개의 근사한 카페, 그리고 간판마저 쓰러진 식당의 잔재를 지나고 나니 드디어 눈에 익은 산악회 버스가 보였다. 내리치는 빗발 속에서 빨간 버스가 반짝거렸다.


고동산 휴게소에서 거의 20년 동안 장사를 해온 할머니는 지난 3월 이후로 대형버스는 처음 왔다고 하면서 찌그러진 냄비에 라면을 끓여 잘 익은 김치를 곁들여 주었다. 이 한 상은 비를 맞고 14km를 걸어온 우리에게는 잊지 못할 성찬이었다. 작은 상점 귀퉁이에서 우리는 새벽부터 함께 걸어온 다양한 길(위화도 회군 못지않은 화야산 회군을 포함하여)에 대하여 영웅담처럼 말하고, 친구가 지나온 녹녹하지 않았던 삶의 길에 관해 들었다. 산이나, 삶이나 길을 찾아 걷다 보면 면발이 살아있는 라면 한 그릇 같은 행복이 찾아오는 것일까. 나는 깊은 산속에서처럼 인생의 여로에서도 현명하고 침착하게 길을 찾아갈 용기가 났다. 두 카지노 가입 쿠폰 험한 길을 착실하게 올라갔던 사람들이 비를 흠뻑 맞고 하나씩 돌아오고 있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