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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yoonlee Feb 14. 2025

이 땅에 카지노 쿠폰

30산 함백산 (2021년 5월)

어평재까지 가는 길은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어느새 산은 초록 잎으로 빽빽하게 차올라 터질 듯했고, 비가 많이 내려 넘치게 흐르는 계곡물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졌다. 어평재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카지노 쿠폰, 백두대간 중 화방재-만항재-함백산-중함백-은대봉-두문동재인 40구간을 시작했다. 900m 이상 차를 타고 올라가서 시작하지만, 정상까지 1,573m이며 12㎞ 이상 걸어야 해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바야흐로 산은 활짝 피어나 찬란하게 빛났다. 몇 주 전 해남의 산에서 철쭉을 보았는데 이곳에서는 이제야 분홍색 꽃을 곱게 피웠다. 크고 작은 야생화가 여기저기서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산행 시간이 빠듯해도 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꽃이 보일 때마다 카지노 쿠폰는 이름을 찾아 불러주었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는 것”이니까.


쥐오줌풀 꽃은 깨알같이 작은 연보라색 꽃이 모여 한 송이처럼 보인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작은 꽃에 꽃잎이며 꽃술이 모두 들어있다. 혼자서는 자신이 없었던지 모여서 피어 벌과 나비를 자신 있게 유혹한다.

숲속의 빈터에는 하얀 미나리냉이꽃이 한꺼번에 피어 꽃밭을 만들었다. 깊은 산 속에 사는 누군가가 공들여 가꾼 정원 같았다. 카지노 쿠폰는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포기도 밟지 않으려 조심조심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갈 길이 먼데 발이 떨어지지 않아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노란 주머니가 여러 개 달린 괴불주머니꽃은 부적처럼 여기저기 숨어있다. 괴불주머니는 삼재를 막아준다는 의미로 아이들 저고리에 다는 작은 복주머니이다. 산행이 길고 힘들어 지쳤을 때, 이 노란 꽃은 액막이를 해주는 것처럼 카지노 쿠폰에게 힘을 주었다.

고목은 자세히 보아야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살아있는 것들과 어울렸다. 얼마나 모진 세월을 보냈으면 그런 모양이 될까. 바닷바람을 고스란히 다 받은 어부의 주름진 얼굴 같기도 하고, 세파를 담담하게 견디어 낸 시골 아낙의 모습 같기도 하다. 중후한 나이를 부끄러워하는 우리는 우리보다 몇 배는 더 나이가 많은 나무들을 보고 숙연해졌다. 다들 주목처럼 있는 모습 그대로 당당하고 기품 있는 중년, 노년을 맞이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묵묵히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겼다.

카지노 쿠폰은 백두산 병사봉에서 시작하여 지리산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다. 키가 비슷한 높은 산이 끝도 없이 이어진 카지노 쿠폰의 한 지점인 함백산 정상. 나는 끝없이 펼쳐진 광대함과 푸르름을 보고 잠시 아찔했다. 감동인지, 슬픔인지 아니면 기쁨인지 모르는 눈물이 찔끔 나왔다. 정상의 쌀쌀맞은 바람이 금방 눈물을 마르게 해서 다행이었다.


남은 기력을 다 쏟아부어 마지막 고개 은대봉을 넘어가 버스가 기다리는 두문동재로 내려왔다. 경기도 두문동에 살던 고려의 신하들은 삼척에 유배하러 온 공민왕을 보려고 왔다가 왕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두 국가를 섬길 수 없다고 카지노 쿠폰, ‘두문동’이라고 이름 지은 정선의 산골에서 나오지 않았다. ‘두문불출'에 이런 슬픈 이야기가 있었는지 처음 알았다. 군사 지역도 있고 등산로도 개발된 지금도 두문동재는 ‘두문불출’하기에 충분하게 바깥세상과 동떨어져 있었다.


세상에는 높고 아름다운 산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카지노 쿠폰 나이 먹어가는 이 땅의 동맥 줄기인 백두대간의 산은 특별하게 가슴 벅찬 감동을 주었다. 요즘 흔히 말하는 ‘국뽕’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내가 이 땅의 자손이라는 자부심이 가슴 뻐근하게 차올랐다. 죽기 전에 백두대간 전 구간을 걸을 수 있을까? 분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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