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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민 Mar 21. 2025

봉준호의 생태학은 미완으로 남을까 <카지노 쿠폰 17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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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인간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대체로 '복제인간을 어떻게 활용하겠다'고 하는 인간의 사악한 의지가 주인공과 대립하기 마련이다. 가령 <아일랜드(2005) 같은 영화는 원주인의 '상비약'처럼 필요할 때 장기를 적출당하는 복제인간들의 투쟁을 그리고 있고 <얼터드 카본(2018) 같은 드라마에서는 '슬리브'라고 하는 인공육체에 뇌 데이터를 옮기며 영생을 누리려는 므두셀라 무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복제된 클론 개체라곤 해도 어쨌든 인간과 같은 그들을 도구로 사용하는 비윤리성에 혐오를 느끼거나 그렇게까지 해서 욕망을 달성하려는 '본체'의 탐욕을 저지하는 것이 이런 종류의 서사에서 대개 중요한 숙제로 남는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2025) 역시 '복제인간 류'의 보편적인 특성을 그대로 따르고는 있지만 한 가지가 다르다. 영화 <아일랜드의 복제인간들은 어쨌거나 그 원본이 존재해서 원본을 위해 희생되는 소모품 같은 인간들의 삶을 다루지만 <미키 17은 원본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자신이 계속해서 원본이면서 소모품이기도 한, 본체와 복제인간의 구별이 없는 복제를 다룬다. 또한 자신의 죽음을 통해서 영생과 같은 자기 이익을 누리는 게 아니라 타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죽음을 반복해야 하는 자기 파괴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


사채업자에게 쫓겨 식민 행성 개척 우주선의 '익스펜더블'에 사인해버렸다는 설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가해지는 비인간적인 대우와 사람들의 모멸적인 태도는 반감이 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불사의 몸이 되었다고 한들 말이다. 그러나 주인공 미키는 봉준호식 블랙코미디를 따라 활기차게 조롱받는 자신을 그 스스로도 깊이 수긍하고 있으며 반발할 생각도 않는다. 우주선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도망칠 곳도 없기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인가.


여기서 카지노 쿠폰가 자신의 반복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뇌 데이터를 저장하는 백업 시스템뿐이다. 죽음이라는 공포와 고통이 매번 기다리고 있지만 한 순간만 버티면 어찌 되었건 우주선 안에서 살아갈 수는 있다. 영화를 보면 죽음의 순간이 아닌 때에 카지노 쿠폰는 그럭저럭 우주선 내의 사람들과 평범하게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애인이 생긴 뒤론 그 생활에 만족까지 하고 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별 다른 능력 없이도 암담한 지구를 뒤로 한 채 '희망'에 탑승할 수 있다면 충분히 지불할 만한 대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몸을 혹사하면 작은 희망이나마 쥘 수 있다는 카지노 쿠폰의 그런 굳건한 믿음도, 크리퍼의 도움으로 '카지노 쿠폰 17'이 살아남는 바람에 '카지노 쿠폰 18'과 중복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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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뇌를 복제했으면, 난 그냥 죽으면 되는 건데. 그게 안 되더라구. 왠줄알아? 이게 말이야, '나'라는 생각이 안 들어. 내가 아니거든." <정이에서 자신의 복제로봇을 보며 진실을 이야기하는 회장


연상호 감독의 영화 <정이(2023)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크로노이드 회장이 복제품인 연구소장 상훈을 일시정지 시키며 "나를 쏙 빼닮았지만 어쩐지 내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하는 장면.


영화 <트랜센던스(2014)같이 트랜스 휴머니즘을 긍정적으로 보는 영화도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SF 영역에서 등장하는 복제인간들이 원본의 뉴런하나까지 똑같이 빼닮았다고 해도 이들이 원본의 연속인가 하는 문제에서는 거의 모든 작품들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건 간단한 사고실험으로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 나의 분자 하나까지 모두 복사한 복제인간이 내 눈앞에 있다고 하자. 복제인간의 눈을 안대로 가리고 내 눈을 안대로 가리지 않으면 당연히 복제인간과 나의 시야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같은 생물학적 기능을 하는 생명체일 뿐 그게 절대 나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카지노 쿠폰 17의 주인공은 '카지노 쿠폰 16'까지 단지 개죽음을 당했을 뿐이란 사실을 깨닫고 각각의 카지노 쿠폰가 성격도 달랐다는 것을 주입받은 기억 속에서 찾아낸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사이코패스 같은 '카지노 쿠폰 18'을 봐도 말이다.


시답잖은 이유로 죽어도 크게 개의치 않았던 미키에게 죽음은 이제 새로운 형태의 재앙으로 다가온다. '멀티플'이라는 강력한 죄목을 둘러쓰고 있어도 더이상 웃으며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가 된 셈이다. 미키는 단순히 죽음만 거부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쏟아지던 모멸과 비인간적인 대우까지 거절해야만하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러지 않으면 언제 인체실험을 당해 죽을지 모르니 말이다.


그럼에도 계속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카지노 쿠폰 17'은 보다 못한 '카지노 쿠폰 18'이 '그걸 그냥 보고만 있냐'고 화를 내는 시점까지 습관적인 무기력으로 상황을 겨우 벗어나는데, 크리퍼들이 자신을 구해줬다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내기 시작하는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죽음이 허락된 존재들이 그 자신의 죽음을 허락지 않을 어떤 이유들을 찾아내기 시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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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크리퍼들이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건 뜬금없는 생태학적 메시지라기보다 <옥자(2017)때부터 이어진 봉준호 감독의 '생명의 가치'에 대해서 탈인간중심주의의 관점으로 보다 넓은 시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데 있다. 인간의 합리적 이성에서조차 죽여도 괜찮았던 존재가, 사실은 괜찮지 않다는 게 밝혀진 순간 '생명 자체에 대해서는 제멋대로 해석하는 인간의 관념을 아예 벗어버려야 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떠오르는 것이다.


미키가 그러했듯이 크리퍼들 역시 개척자들에겐 죽어 마땅한 존재로 여겨진다. 의사소통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축소되고 거대절지류의 외형은 확고부동한 혐오를 낳기 때문이다. 또한 미키가 계속 반복되듯이 이 절지류들 역시 이놈이 저놈 같고, 저놈이 이놈 같은 생김새로 큰 차이를 못 느끼게 한다. 이런 학살 대상들의 공통점 아래, 미키는 인간이 이성적으로 학살하는 대상이며 크리퍼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학살하는 대상이 된다. 이 점을 보면 인간은 마치 자기 이익을 위해 타자를 죽일 이유를 찾는 데 혈안이 된 것 같은 짐승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결국 봉준호 감독도 인간 혐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려 외계인의 외형을 익숙한 괴물로 만든 것은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기예르모 델 토르 감독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2018)에서 괴물과 장애인의 사랑을 진정으로 응원할 수 있는지 도발했던 것과 같은 양상이라고 본다. 소통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외형이나 변명을 벗어던지고 그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가. '죽어 마땅한 미키 17'이 아닌 '미키 반스'로, 혹은 '정화해야 할 해충 크리퍼'가 아닌 '원주민'으로.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애초에 복제인간 같은 것은 없고, 모든 생명은 어떻게 태어났든지 간에 그 목숨을 한 번밖에 지속할 수 없다는 '익스펜더블의 붕괴'에서 더 강조된다.


<카지노 쿠폰 17을 보는데 자꾸 <아바타가 생각난다. 물론 생태학적 관점에서만


그러나 그런 좋은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를 냉정하게 봤을 때는,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2013)부터 계속해서 담으려 시도했던 생태학적 관점이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아직 집대성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혁신적이라기에는 익숙한 개념들이 너무 많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충격을 줄 만큼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어찌보면 <미키 17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2009)를 다른 식으로 해석한 게 아닐까 싶은 정도의 유사성도 지니고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같은 주제에 관해서 <아바타가 전해준 감동이나 충격에 비할 바는 못 된다고 할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이 선택한 길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불쌍한 야생동물이나 세상의 담론을 한껏 담고 있는 인종적, 역사적 맥락의 이미지를 거치하는 방법과는 분명 다르다. 복제인간 소재를 생태학적 관점에 융합하려는 실험적 용기, 봉준호 감독 특유의 현실의 어두운 면모를 풍자하는 솜씨를 SF에 옮겨놓은 것, 최초의 완전 영문 영화라는 몇 가지 타이틀이 있기는 하지만 핵심 철학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줄 만한 어떤 위치로 발전을 거듭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솔직히 뭐 다 아는 내용이지 않나.


그래서 <미키 17의 경우는 차라리 미키의 자기 각성 과정이나 흥미로운 복제인간 상황을 좀 더 중심으로 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루해도 계속해서 떠들어야 하는 일들도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봉준호를 보는 즐거움'도 분명히 있으니 말이다. 그가 언젠가 우리에게 새로운 생태학적 관점을 열어줄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게 오늘은 아닌 듯하다. 복제인간 장르에 대한 새로운 변주라고 이해한다면 그 점은 나름 참신할지도 모르겠고.









*본문 사진

-영화 <카지노 쿠폰 17(2025) 포스터

-영화 <카지노 쿠폰 17(2025) 스틸 컷

-영화 <아바타(2009) 스틸 컷

-영화 <정이(2023)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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