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설 카지노 게임입니다. 직장 생활할 때는 (그리 많지는 않아도 공무원에게는) 꽤 쏠쏠한 설 보너스와 함께 긴긴 연휴가 있어 참으로 행복한, 기다려지는 기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설 동물병원에서 일한 이후로… 카지노 게임이 큰 메리트가 없습니다. 하루 정도 더 붙여서 딱 3일 쉴 수 있다는 것 이외에는 말입니다.
그래도 지난 카지노 게임에는 사장님께서 상품권을 챙겨주시기도 했는데, 이번 설에는 그마저도 없습니다. 경기도 좋지 않고, 그밖에 문제로 병원 경영이 어려운 것 같기도 합니다.
사기업(?)에서 뭐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계약서에 나오는 내용도 아니니 당연히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습니다. 사장님이 정한 것이 곧 법인 작은 왕국(?)입니다.
저도 딱히 카지노 게임이라고 뭐라도 챙겨 받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전과 비교되기 때문에) 괜스레 뭔가 허전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던 중 뜻밖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한분이 반려견 중성화 수술 7일이 지나 봉합사 제거를 위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한 손에 커다란 쇼핑백 두 개를 들고 들어오십니다.
처음엔 어디 쇼핑 갔다 오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모찌(가명)를 데리고 처치실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그 쇼핑백을 건네십니다.
"우리 모찌 너무 잘해주셔서 드리려고 가져왔어요. 하나는 선생님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선생님 소개해주신 간호사 선생님 드리세요"
중성화 수술이 사실 엄청나게 헤비한 수술도 아니고 동물병원에서 아주 루틴하게 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카지노 게임까지 별도로 챙겨주시는 분은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장기간 입원했다가 건강하게 퇴원하는 경우에 빵이나 커피 같은 것들을 직원들 먹으라고 사 오시는 일들은 아주 흔합니다)
게다가 저라는 수의사를 잘 배정해 주신 간호사에게 드리라고 하나를 더 사 오셨다고 하니…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그분께서 모찌를 정말 많이 아끼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연히, 모찌와 그 보호자님을 잘 만난 덕에, 또 때마침 카지노 게임 기간 일주일 전에 수술을 하게 되어서, 허전한 빈 손으로 집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이기에 카지노 게임을 받았으니 더 잘해드려야지 하는 생각도 당연히 들지만…)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기에, 어떠한 마음으로 진료에 임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수의사로서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당연하지만) 말 못 하는 아이들의 아픔을 알아내고, 해결해 주기 위해서이며,
또한, 동시에 그들의 아픔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며 안타깝게 생각하는 보호자들의 마음을 해결해 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