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30분만 버티면 점심시간이라 살짝 긴장이 풀리는 시간이다. 한가한 겨울이고 게다가 수요일이라 처치실 한편에 기대서 시계만 쳐다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접수대기자 란에 한 줄이 생긴다. 어린 고양이인데 호흡이 안 좋단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도 하기 전에 내 이름 아래로 딱 내려간다.
어린 고양이니까, 상부 호흡기 감염 정도겠거니… 어느 정도 가벼운 마음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호흡이 심상치 않다.
개구 호흡을 하고 있고, 어린 고양이답지 않게 기력이 좀 떨어져 있는 것이 명백하다. 방사선 평가는 기본이요, 혈액검사도 당연히 필요해 보여 서둘러 처치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방사선 사진을 보니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폐가 좋지 않은 게 확실하고, 혈액검사에서도 눈에 띄는 수치가 있다. 바로 A/G ratio. 0.3으로 아주 낮다.
초음파에서 복수라든지 다른 복막염 소견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혈액검사나 증상, 나이 등을 종합해 보니 전염성 복막염(FIP)이 강력히 의심된다.
일단 고양이의 상태가 좋지 않아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주었지만 의심되는 FIP를 치료할 수 있는 주사가 필요해 보였다.
이런 내용으로 보호자를 설득해 보지만 주사의 비용이 부담되어 치료를 좀 주저하고… 상태가 심각하여 늦은 저녁 24시간 병원으로 전원을 하기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꼭 24시 병원 데리고 가시라고, 주사 꼭 구해서 맞추셔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였지만 정말 그렇게 하실지 잘 모르겠다. 어찌 됐든 일단 병원을 떠났으니 신경은 좀 쓰이지만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
다음 날 오전 11시, 다른 병원에 갔다면 분명히 검사자료를 보내달라는 연락이 왔어야 하는데 기별도 없다. 혹시나 잘못되진 않았을까 급히 수화기를 든다.
"24시 병원 안 가셨어요?"
"네, 어제 급하게 약 구해서 주사했더니 금세 좋아지더라고요"
"다행이네요. 걱정했는데…"
"참, 선생님 힘드시겠어요. 이렇게 아픈 애들 일일이 신경 쓰시면… 감사합니다. 정말"
다행히 주사도 주었고 증상도 좋아졌다니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그냥 예민한 내 신경이 귀찮음을 이겨냈을 뿐인데 엄청 좋은 카지노 쿠폰인양 감사 인사도 받으니 기분도 썩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으면 참… 여러 생각이 든다. 카지노 쿠폰로서 내가 본 환자가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잘 카지노 쿠폰하려 노력하지만 여러 상황에 따라 그 길이 복잡해지고 때론 길이 없는 것 같은 답답함마저 느껴질 때가 있다.
카지노 쿠폰로서, 생명을 살린다는 고귀한 목적의식으로 비용을 대신 내어줄 수도 없고… 최선이 아니 차선 또는 안 하는 것보단 나은 정도의 길을 카지노 쿠폰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카지노 쿠폰의 실력과 경험이 빛을 발하게 되는 순간이 사실 모든 것을 정석대로 하지 못하는 그때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보호자가 제대로 된 길을 따라올 수 있도록 신뢰와 확신을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그리고 보호자가 진단 이후에 급하게 구해야 하는, 당장 맞추면 카지노 쿠폰 예후를 보장하는 그런 약이 있다면 (가급적 합법적인 선 안에서) 미리 구해 병원에 갖춰놓는 것이 모두를 위한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