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엔 항상 네가 서 있었다 -11
늘 도망갔다. 절망, 두려움, 불안앞에 자신마저 놓아버리고 허겁지겁 달아나기 바빴다. 무엇이 두려워 도망가기 급급했을까. 소중한 게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더 이상 잃을 것없던시절,삶보다 가벼웠던 목숨 하나 달랑 그것뿐인데.
동굴 속으로 숨거나 깜깜한 길을 하염없이 달려 나갔다. 아무도 없거나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작은 몸뚱이를 숨겼다. 그림자라도 보일세라 꼬리를 말듯 집어삼켰다.
산책길에 우연히 마주친 고양이 한 마리. 우두커니 벽 앞에 선 뒤태가 귀여웠다. 사진을 찍으려던 찰나 후다닥 달아나 버린다.거리가 제법 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 모습이 어린 시절 나와겹쳐 보였다. 누군가 다가오면 지레 겁먹고 뒷걸음치기 바빴던 날. 카지노 게임 열기도, 겨우 열었던 카지노 게임닫기도 유난히 어려웠던 날이었다.자라면서 조금씩 나아졌지만 여전히 투명한 벽은 나를 따라다녔다.
예민한 센서 때문인지 누군가 세워놓은 벽도 단박에 알아차렸다. 한걸음 내딛다가도 벽의 'ㅂ'만 보여도 이내 뒷걸음쳤다. 그어놓은 선에 안심카지노 게임 한편경계를넘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과거의 나에겐 어떤 인사를 해줄 수 있을까.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더듬더듬 서툰위로를 건넨다. 어설픈 한마디 한마디가 카지노 게임을 두드린다.꾹꾹 눌러 담기 바빴던 감정끈이 어느새,스르륵 풀렸다. 봉인되었던 슬픔이 끝없이 흘러나왔다. 추스리기도 전에 밀고 나오는 눈물. 눈물이 목소리를 막고 슬픔이 눈물을 가로막았다. 깊숙한 곳 웅크린 기억이 비로소 위로를 받았다.
눈물이 얼면 눈이 될까
심장이 얼어서
눈물마저 얼어버린 걸까
슬픔을 말할 때
눈이 카지노 게임면
쌓인 눈만 봐도
카지노 게임이 시큰거리겠지
얼어버린 슬픔 위로
눈물 같이
빗방울이 떨어지면
봉인된 슬픔이 흘러카지노 게임
묽어진세상 속
하늘에선 며칠째
밀린 그리움이 내린다
녹지 못하고
체기처럼 얹힌 눈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그리움이 눈비로 카지노 게임
저만치 서서 봄을 기다리던
당신이 카지노 게임
오랜만에 산책길에 나섰다. 추위는 고통스러울 만큼 통증이 크게 느껴지는 감각이다. 옷을 세 겹 네 겹 껴입고 모자와 목도리까지 장착했다. 또 눈소식이 들린다. 이번 연도는 유달리 눈이 잦다. 일 년에 고작 한 두 번올까 말까 하던 눈이 사나흘 간격으로 내렸다.
첫눈은 반가웠고 두 번째 마주한 눈은 조금 무거웠다. 은발이 되기도전,떠난 당신이 떠올라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리는 눈을 보면 아이보다 더 좋아했을 텐데. 녹지 못하고 언 눈이 체기처럼 얹혔다.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애정과 그리움이 눈비로 내린다.
평생 갈구했던 애정은 어쩌면 자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일지 모른다. 기댈 곳을 찾기보단 스스로 보듬어줘야 했음을. 삶의 행복은 타인의 시선과 인정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애정과 믿음에서 나온다는 걸 이제야 깨달아간다.어찌할수 없던 날은 흘러 보내고 웅크린작은 아이를가만히 안는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고...
물처럼 카지노 게임을 흘러 보낸다. 지난 카지노 게임을 흘러 보내고 새 카지노 게임을 채운다. 올해 만난 카지노 게임이 지난 카지노 게임을 배웅한다.
예민함의 모서리가 살짝 둥글어진 요즘, 그어놓은 실선을 띄엄띄엄 지워간다. 점선을 누구라도 넘나들수 있도록. 언젠간그경계마저지울 수 있도록.여린 카지노 게임을 배웅하며 조금 크고 단단해진 새 카지노 게임을 마중 나간다.
누군가가 나를 실제의 나보다 좋게 말하면, 정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졌기 때문이에요. 나는 보잘것없는 내 안을 다 알고 있는데, 누군가 거기서 꽃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말해주면 그 꽃이 정말 거기 있는 것만 같았고 그 꽃을 잘 가꾸고 싶어 졌습니다. (...) 그러니 여러분에게 닿은 좋은 말을 믿으세요. 사정도 모른 채 쉽게 하는 충고는 잊고, 상처되는 말은 접어두고, 듣는 순간 여러분을 조금쯤 쑥스러워지게 했던 그 좋은 말들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내 안에 아무것도 없다고 여기지 말고, 무엇이 될지 모를 씨앗이 있다고 믿으면서요.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길고 긴 고통도 눈처럼 쌓였다 녹는다. 쌓이다 녹고 쌓였다 녹으면 비로소 봄이 온다. 봄은마주할 때 피어난다. 품고 이해하며 그리워하는 크고 작은 봄이 모여 꽃피는 날은오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