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엔 항상 네가 서 있었다-13
어린 자매는 죽일 듯이 싸우다가도 뒤돌아서면 화해를 했다. 결국 기댈 곳은 서로의 온기밖에 없다.누구보다 잘 알기에 다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온기마저 간당간당한 날엔 새끼고양이를 안고 잠들었다. 보드란 털과 따뜻함이 형체 없는 그리움을 잠재웠다.
마음속 허기를 말없이 채워주던여린 생명. 들쑥날쑥한 그리움도 애정의 부재도 잊게 해 준 충직한 친구. 가르랑거림은 자장가가 되고 보드라운 털은카지노 게임을 잠재웠다.엄마대신 고양이를 품고 잠든 밤이면 어김없이 두드러기가 생겼다. 밤새 피부를 긁으며 얕은 꿈속을 헤맸다.
사람은 언제 등을 보일지 모르지만 보드란 친구는 언제든 품을 내주었다. 지치지 말라며 기꺼이 긴 밤을 지켜줬다. 얼룩덜룩한 시절, 자매를 견디게 해 준 건 다정한 고양이의 온기였다.
그 밤은 식지 않은 찻잔처럼 남았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함께 한 시간은 피보다 깊다. 숨 쉬고 쓰는 순간도 찌질하고 짠한, 쉬이 잠들지 못했던숱한 밤 덕분이리라.
카지노 게임은언제든떠날 수 있고
이 세상 사라질 수 있는 존재
평생 미워하며
적당한 거리 속
서로를 외면하며 살 줄 알았다
나의 대척점에 카지노 게임 존재해야
우리는 완벽한 균형을 이뤘으니까
카지노 게임과 나는
한 몸
한 우주
한쪽 균형이 깨지면
누구도 발 딛고 설 수 없었다
무너지고 망가진 세계는
싹이 돋고
다시 자라날 때까지 휘청거렸다
돌고 돌아 계절이 돌아오듯
밤이 지나 새벽이 밝아오듯
카지노 게임은 가고
카지노 게임 또 남아 나를 살아낸다
시작도 끝도아직 알지 못한다
다만 카지노 게임 내 시작이고
마지막 페이지라는 걸 알아갈 뿐
요즘 꾸는 꿈은 환상처럼 느껴진다. 뭔가 말하고 싶어 안달 내지만속시원히 말해주진 않는다. 수수께끼처럼 하나 둘 던지고 돌연 사라진다. 미미한 단서를 들고 찰나의 환상이 있던 곳을 찾아 나선다.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희미해지지지만 그때 느꼈던 신비로움은 남아있다. 기억해 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만지고 싶은 꿈속 문장. 시인 듯 문장인 듯 멈추지 않고 끝없이 흘러가는 물줄기처럼 꿈이흐른다.생의 줄기가흘러간다.
(알랭 드 보통 '카지노 게임'을 읽고)
점보다 미약한 두려움은
타고난 나약함인 줄 알았다
시간 흘러 비로소 드러낸 얼굴은
눈덩이보다 커진 감정
겹겹이 쌓인 지층처럼 두터워진 카지노 게임
도전 앞에 주저하지 않도록
평안함 속에 머물도록 용기를 카지노 게임
첫 장은 몇 걸음에 멈추고
몇 년 지나 다시 도전한 '카지노 게임'
평생 그 안에 살면서도 알지 못한 감정
이젠 그 속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내 무지막지한 카지노 게임을
카지노 게임으로 읽어내려 가리라
쓰는 것이 사는 것이고 백지 위 걸음은 카지노 게임있다는 증거다. 언제까지고 걸어갈 수 있음을. 멈추지 않으면 이 여정도 계속될 것임을 안다.오래 기다렸다. 조금 늦었지만 이젠 내가 먼저 간다. 우리의 시간은 촘촘하게 간다. 공백만큼 쌓인 이야기가 많으니까. 나의 이야기만 풀어놨다면 이젠 당신이야기에 귀 기울일 차례다. 꿈속까지 찾아와 속삭이던 목소리를 들었다. 이젠 꿈이 아닌 현실에서 들을 준비가 됐다. 펜과 종이, 그리고 우리가 걷던 하얀 길 위에서.
그들은 어리고, 늙고, 청춘이고, 시들어가고, 모든 면에서 실존한다. 눈이 연필이고 마음은 공책이다. 이런 일에 그다지 능숙하지 않다는 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패트릭 브링리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