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까치 /@@HjB 낮에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밤에는 작은 일들을 씁니다. ko Mon, 21 Apr 2025 18:16:54 GMT Kakao Brunch 낮에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밤에는 작은 일들을 씁니다. //img1.daumcdn.net/thumb/C100x10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guest%2Fimage%2FBsVeVMjYMJ1UeDfZzYoF1IBTxo4 /@@HjB 100 100 어른만 사는 세상 [33/365] - 2024년 4월 6일에서 8일, 21:05 /@@HjB/125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온건 2019년 겨울의 일이었다. 만 4년 남짓 이 동네에 살고 있는데, 처음 2년은 동네에 나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내가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옆집 부부를 제외하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안다’고 할 수 있는 이웃이 없었고, 그 사실 자체도 대수롭지 않았다. 2022년부터는 동네에 나 Mon, 08 Apr 2024 13:54:47 GMT 김까치 /@@HjB/125 벚꽃 구경은 귀해서 [32/365] - 2024년 4월 5일, 22:02 /@@HjB/124 퇴근길 차창 너머로, 꽃구경에 심취한 사람들이 보인다. 보행로 안쪽으로 낮게 뻗은 왕벚나무 가지 앞에 선 이들은, 신호가 바뀌는 줄을 모른다. 길어진 해가 거의 기울어진 누르스름한 시간 곳곳에 하얀 꽃송이가 만개해 있었다. 일몰의 공기는 아직 서늘한데, 꽃 흐드러진 풍경은 사뭇 따뜻하다. 벚꽃은 개화에서 만개를 거쳐, 완전히 떨어지기까지 짧으면 열흘, 길 Fri, 05 Apr 2024 13:57:09 GMT 김까치 /@@HjB/124 선배 아들의 메시지 [31/365] - 2024년 4월 3일, 22:02 /@@HjB/123 선배의 고민이 깊다. 그녀에게는 중학생 아들이 있다. 그는 근래 어느 등굣길에, 엄마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직업으로서의 축구를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나는 실제로 그를 만나본 적 없지만, 그와 그의 여동생에게 몇 번인가 크리스마스 편지를 쓴 일이 있다. 선배의 부탁으로 일종의 산타클로스 대필을 한 것인데, 매년 내용은 대체로 비슷했다. 엄마와 Wed, 03 Apr 2024 14:52:38 GMT 김까치 /@@HjB/123 건너뛰는 날 [30/365] - 2024년 4월 1일, 22:32 /@@HjB/122 빈 화면 앞에 40분을 앉아 있었다. 오래된 동료와 근래에 나눈 대화의 주제, 그리고 매번의 대화에 임한 그의 냉소적인 태도에 대해 적고 싶었지만, 몇 줄 써 내려가지 못했다. 아직 소화가 덜 된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오늘은, 마저 소화가 되기를 앉아 기다릴 힘이 남아있지 않다. 오늘은 이것으로 기록을 대신한다. 이런 날이 꽤 잦다. Mon, 01 Apr 2024 14:18:42 GMT 김까치 /@@HjB/122 그리울법한 평범한 날들 [29/365] - 2024년 3월 31일, 21:30 /@@HjB/121 내리 이틀 심했던 먼지가 드디어 걷혔다. 아침 일찍 모래놀이 통이랑 간식 배낭을 챙겨서, 집 근처 새로 생긴 수목원으로 향했다. 햇살이 좋았다. 파랗게 갠 하늘 아래로 벚꽃과 목련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들과 놀이터에서 흙을 파고, 쌓았다. 숲으로 들어가 땅거미를 구경하고 나뭇가지를 주웠다. 기분 좋은 아들은 넓고 높은 바위에 올라가 가사가 엄마뿐인 노래 Sun, 31 Mar 2024 14:06:57 GMT 김까치 /@@HjB/121 일기의 시간 [28/365] - 2024년 3월 28일, 22:03 /@@HjB/120 오후의 마음은 이미 글밭에 가있다. 요즘은 점심을 먹고 자리에 돌아와 앉으면, 밤에 쓸 거리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주로 오전에 본 것들을 복기해 보는데, 기억에 남는 게 있으면 메모를 남기지만, 대체로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하는 날이 많다. 매일 쓰는 일이 즐겁다. 아들이 잠든 고요한 집안, 노란 전구등 아래 오롯이 홀로 앉아 일기 쓰는 시간은, 하루 중 Thu, 28 Mar 2024 15:21:36 GMT 김까치 /@@HjB/120 오늘의 열 가지 장면 [27/365] - 2024년 3월 27일, 22:45 /@@HjB/119 한 번 느긋하게 걸어보지 못한 하루였다. 조금 전 출장 보고 메일을 보냈고, 이제야 종일 고대하던 일기의 시간이 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눈꺼풀이 이미 천근만근이라, 의식의 흐름대로 하루를 복기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1. 오늘은 점심 운동이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서 출장이 잡혀있었다. 운동을 마치고 바로 출발하면 문제 될 게 없었지만, 밥이 Wed, 27 Mar 2024 15:09:46 GMT 김까치 /@@HjB/119 성취하는 부모들 [26/365] - 2024년 3월 26일, 21:29 /@@HjB/118 아내와 성취하는 부모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린아이를 키워보니, 일하면서 그저 아이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종일이 빠듯하다. 정신은 시간보다 분주해서, 아이가 잠든 밤이 오면 그제야 날숨이 끝까지 내뱉어진다. 몸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부모들은 이 와중에 개인의 성취를 이룬다. 누구는 단편을 쓰고, 누구는 학위를 딴다. 누구는 그림을 그리고, 또 누구는 밤 Tue, 26 Mar 2024 14:38:56 GMT 김까치 /@@HjB/118 낯선 곳으로 출근 [25/365] - 2024년 3월 25일, 23:38 /@@HjB/116 판교에서 이른 점심 약속이 있었다. 사무실에서 넘어가기에는 시간이 빠듯해, 계열 법인이 입주해 있는 판교 오피스에서 오전 근무를 했다. 이곳으로 운동 시설을 이용하러 들르는 직원들이 있단 얘기는 들어봤으나, 직접 와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나는 사옥에서 일한다. 주차장, 식당, 화장실을 포함한 전체 건물이 모두 동일 집단, 동일 목적을 두고 지어진 공 Mon, 25 Mar 2024 14:44:48 GMT 김까치 /@@HjB/116 내 등에 두 사람 [24/365] - 2024년 3월 23일, 22:40 /@@HjB/115 용인에 있는 휴양림에 다녀왔다. 완연한 봄이었다. 우리는 가벼운 차림으로, 아침에 만든 유부 초밥이며 아들 먹일 간식거리를 들고 집을 나섰다. 나는 아내에게 ‘셋이서 어디론가 출발하는 순간’이 너무 좋다고 말했고, 새벽 5시 반에 일어난 아들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탕을 입에 문 채 꾸벅 졸기 시작했다. 아들과, 매점에서 9천 원 주고 산 라켓볼 Sat, 23 Mar 2024 14:24:54 GMT 김까치 /@@HjB/115 6년만에 만난 동기 [23/365] - 2024년 3월 21일, 22:08 /@@HjB/114 12년 전 함께 회사에 들어온 공채 동기를 무척 오랜만에 만났다. 그는 오래전 퇴사해 캐나다로 기술 이민을 떠났는데, 부모님을 뵈러 귀국한 차에, 나를 포함한 동기들을 만나러 회사에 들렀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건, 그의 송별회가 열린 6년 전 양재의 어느 술집이었다. 당시의 그는 낯설고 불투명한 미래에 운명을 밀어 넣고, 출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렴풋 Fri, 22 Mar 2024 07:51:56 GMT 김까치 /@@HjB/114 장모님 오시던 날 [22/365] - 2024년 3월 20일, 21:27 /@@HjB/113 아침 일찍 장인, 장모님이 올라오셨다. 수박 두 통, 복숭아 한 상자, 간시미 한 통에 온갖 반찬을 얼리고 넣어서, 동트기 전 어둑한 도로를 달려서 오셨다. 손주가 보고 싶으셨다고는 하나, 여전히 아기 같은 딸이 더 보고 싶으셨으리라. 두 분이 아침 일찍 올라오시는 게 참 좋다. 현관문이 열리고, 딸 위한 마음 그득 담긴 상자들이 옮겨지는 소리가 좋다. Wed, 20 Mar 2024 13:27:14 GMT 김까치 /@@HjB/113 기분 평가의 기술 [21/365] - 2024년 3월 18일, 22:32 /@@HjB/112 오륙 년 전부터 옆머리 라인에 새치가 하나 둘 올라오더니, 작년 무렵부턴 그야말로 서리가 내린 것처럼 하얗게 변해버렸다. 윗머리는 또 여전한 흑발이라, 두 달에 한 번 꼴로 염색을 하고 있다. 처음 몇 번은 집에서 셀프 염색을 했는데, 염색제가 안쪽까지 꼼꼼하게 묻지도 않을뿐더러, 그 자체로 여간 귀찮은 일이었다. 아내 권유로, 지금은 커트하러 다닐 때 가 Mon, 18 Mar 2024 14:59:30 GMT 김까치 /@@HjB/112 어차피 찾아올 고요한 저녁인데 [20/365] - 2024년 3월 17일, 21:00 /@@HjB/111 꼭 가야 하는 먼 길이 있는데, 일어나 보니 비바람 몰아치는 궂은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달리 선택지는 없다. 꼭 가야 하는 길이므로, 그냥 간다. 도착해서 쓸 우산을 하나 챙기고, 가는 길을 미리 한 번 훑거나, 평소보다 주의를 기울이며 느긋하게 운전하는 게 그나마 현명한 사람들의 대처다. 궂은 날을 개게 할 방법은 없다. ‘인생은 당해지는 것’이란 글 Sun, 17 Mar 2024 13:57:33 GMT 김까치 /@@HjB/111 봄날의 대공원 [19/365] - 2024년 3월 16일, 21:59 /@@HjB/110 이번 주말은 온화한 날씨로 예보된 터라, 며칠 전부터 아들을 데리고 대공원에 다녀오기로 계획했다. 일어나자마자 바깥공기를 살폈는데, 다행히 예보대로 완연한 봄이었다. 먼지가 좀 있었지만, 겨우내 밖에서 양껏 뛰놀지 못한 아들에게도, 키즈카페에 완전히 질려버린 아빠에게도 먼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아들 먹일 볶음밥을 만들고, 김밥도 몇 줄 포장했다. 곱 Sat, 16 Mar 2024 14:08:41 GMT 김까치 /@@HjB/110 운동하는 좋은 사람 [18/365] - 2024년 3월 15일, 21:45 /@@HjB/109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체육관에 나간 게 2022년 1월이었으니, 대충 2년 2개월 만이고, 이 공백기는 아들의 월령과 정확히 같다. 그즈음엔 열심히 운동했다. 육아가 고되단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나름의 준비를 해둔 셈이었다. 물론 이때 키우고 맞춰둔 근력과 균형은 반년도 지나지 않아 모두 녹아 사라졌다. 나와 아내는 오롯이 둘이 아들을 키 Fri, 15 Mar 2024 14:49:57 GMT 김까치 /@@HjB/109 굿바이 약통 [17/365] - 2024년 3월 14일 22:56 /@@HjB/108 아내가 5년간 먹던 약을 끊었다. 정확하게는, 병원에서 더는 약 먹을 필요가 없다고 진단한 것이다. 병원에 정기 검진 결과를 들으러 간 아내에게 이 연락을 받고 나는, 듣는 이 없는 빈 집에서 고맙습니다, 여러 번 소리 내 말했다. 아내는 나와 결혼한 그 해 12월에 크게 아팠다. 큰 병원에 20일이 넘도록 입원해 있었다. 나는 당시에, 낙관이 비관으로, Thu, 14 Mar 2024 14:59:12 GMT 김까치 /@@HjB/108 수학과 물리학 [16/365] - 2024년 3월 13일, 17:02 /@@HjB/107 학생이던 나는 수포자이자 과포자였다. 단 한순간이라도 흥미를 느껴본 적이 있었는지를 천천히 곱씹어봤는데, 정말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왜 그랬을까. 이제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고, 당시에 그 두 과목의 문제집을 펼쳐 들었을 때의 느낌만 어렴풋이 남아있다. 막막했다. 어디든 시험에 필요한 부분만 뚝 잘 Wed, 13 Mar 2024 14:52:16 GMT 김까치 /@@HjB/107 마음이 가 있으면 [15/365] - 2024년 3월 12일, 23:17 /@@HjB/106 매일 글을 쓰기로 해두고선, 큰 일을 겪어 수습되지 않는 마음에 단 몇 자도 남기지 못하고 있을 때, 우연히 그를 만났다. 그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협업 부서 디자이너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지만, 조금만 대화를 나눠보면 '뭐든 깊게 생각한다'는 인상을 남기는 사람이다. 내 전전긍긍하는 모습에 그는 말했다. “그래도 마음이 그쪽에 가 있으니까 결국 다시 쓰 Wed, 13 Mar 2024 01:49:38 GMT 김까치 /@@HjB/106 열 네번째 글 [14/365] - 2024년 3월 11일, 22:54 /@@HjB/105 열 네번째 글을 다시 시작하기까지 3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열 세번째 글을 쓴 다음날 장인어른이 돌아가셨고, 한동안 나와 내 가족은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전례 없이 힘든 날들이었다. 황망하게 벌어진 일에 대한 슬픔과 절망, 아직 벌어지지 않았지만 곧 현실이 될 것만 같은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몸과 마음을 짓이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Tue, 12 Mar 2024 14:00:25 GMT 김까치 /@@HjB/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