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

퇴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 퇴직과 은퇴 사이에도 삶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김종섭 — Mon, 21 Apr 2025 03:35:39 GMT

퇴직이 요즘 들어 부쩍 많은 사람들의 화두가 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예전엔 퇴직은 그저 정년 즈음 되면 조용히 회사를 떠나고, 이후엔 은퇴라는 이름 아래 평온한 여생을 보내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 여겼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를 ‘퇴직자’라는 이름 아래로 밀어내고 있다. 법정 나이도 되기 전인데, 이제 막 인생 2막을 준비하려던

나를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몰랐다 - 이름들 사이에서 역할이 아닌 진정한 나의 이를 찾고 있다.

김종섭 — Sun, 20 Apr 2025 00:04:21 GMT

예전에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았다. 거울을 보는 이유는 특별히 없었다. 얼굴에 뭐가 묻지나 않았을까 싶어 일상을 시작하며 무심코 들여다보는 게 전부였다. 거울 속 나의 모습은 늘 자신만만했다. 피부에 큰 흠도 없었고, 얼굴에 바르는 스킨조차 귀찮게 느껴질 만큼 외모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거울 속 내가 낯설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 낯선 모습

그리움을 끓이며 캐나다 이민을 살다 - 낯선 땅 캐나다에서 한식으로 건져 올린 나의 적응기

김종섭 — Fri, 18 Apr 2025 23:50:58 GMT

잃어버릴 듯했던 까마득한 시간의 여행을 문득 기억해 낸다. 해외여행을 갈 때면 김치며 고추장을 꼭 챙기던 시절이 있었다. 작은 통에 된장과 간장까지 담아 가방 속에 꾹꾹 눌러 넣으며 고국의 맛을 챙기던 그 마음은, 그저 나의 밥 한 끼를 위로하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에서 비롯되었다. 유리병이 깨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싸고, 옷 사이에 넣으며, 그 모든 것을

캐나다 도심에서 만난, 고국의 시골집 같은 하루 - 넓은 뜰과 밭, 그리고 따뜻한 밥상… 지인의 집에서 마주한 정겨운 풍경

김종섭 — Thu, 17 Apr 2025 03:35:26 GMT

도심 속 주택에 넓은 뜰이 있다. 그 뒤편으로는 농장 분위기를 풍기는 밭이 펼쳐져 있었다. 싱싱한 케일이 한가득 자라고 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소박하게 자란 쑥갓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 다른 한편은 언뜻 보기엔 빈밭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년에 경작했던 작물들의 마른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생명이 머물다 간 자리, 그 조용한 부산물들이 이 밭에서

캐나다의 응급실은 이렇게 다릅니다 - 찢어진 팔로 병원에 가기까지, 그리고 수납 없는 치료의 풍경

김종섭 — Wed, 16 Apr 2025 17:41:19 GMT

일요일 저녁시간이었다. 창밖의 햇살은 고요했고, 베란다의 작업은 평화로워야 했다. 사다리를 쓰지 않고 의자 위에 올라선 것이 실수였다.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일요일 저녁, 베란다에서 간단한 수리를 하던 중이었다. 사다리 대신 가벼운 작업이라며 베란다 의자를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순간 의자의 천이 찢어지며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팔꿈치가 대형 거실 유리

캐나다 숲 속에서 마주한 고사리 - 나물 채취, 그 작고 조용한 모험 속에 욕심이 있었다.

김종섭 — Tue, 15 Apr 2025 06:41:20 GMT

밴쿠버의 날씨가 며칠째 화사하게 웃고 있다. 봄의 따스함이 햇살을 타고 내려오고, 마음속에도 은은한 설렘이 퍼진다. 이유 없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것도, 이 봄의 유혹일 테다. 특히 "자인한 달"이라 불리는 4월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고, 부드럽게, 고요하게 빛난다. 낮의 길이도 점점 길어지고, 한낮의 산책은 더욱 여유롭고 느긋해진다.며칠

멈춘 시계 앞에서 알게 된 시간의 무게 - 지나쳐온 순간들에 대한 늦은 인사

김종섭 — Sun, 13 Apr 2025 00:17:05 GMT

벽에 걸린 시계가 멈춰 있는 것을 알아챈 건, 아주 평범한 어느 날이었다. 시계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익숙해져 버렸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배터리가 다 된 것뿐일까. 시침과 분침은 같은 자리에 붙박인 채,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몇 시를 가리키고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미 멈춰 버린 시간이니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멈춘 시계를 이제

사슴을 만난 날, 밴쿠버 근교 숲 속 여행 - 공원 산책, 따뜻한 라면 한 끼와 야생 사슴이 준 선물 같은 하루

김종섭 — Sat, 12 Apr 2025 10:55:20 GMT

오늘은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 밴쿠버 근교에 위치한 골든 이어스 주립공원(Golden Ears Provincial Park)에 다녀왔다. 밴쿠버에서 가까운 이곳은, 이름처럼 황금빛을 띠는 쌍둥이 봉우리 ‘골든 이어스(Golden Ears)’에서 유래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마치 황금 귀처럼 솟아오른 두 봉우리는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띄는 이 지역의 상징이

요즘 우리 세대가 느끼는 혈연의 끈 - 본관이라는 뿌리가 이어준 세대의 인연

김종섭 — Fri, 11 Apr 2025 08:54:30 GMT

“아빠, 오늘 하루가 정말 특별했어요.”한국에 있는 아들로부터 카톡이 왔다. 평소에도 가족 카톡방에 하루 일과를 꼼꼼히 전하며 안부를 빠뜨리지 않는 아들이지만, 오늘은 말투부터 조금 달랐다. 평소보다 더 길고, 더 흥분된 문장이었다. 감정이 실린 이모티콘이 함께 날아오고, 문장들 사이에는 어딘가 벅찬 기운이 감돌았다.나는 캐나다에서 조용히 스마트폰을 들

캐나다 문화에 적응하기 - 사소한 것부터 다른 문화에 익숙해지기까지

김종섭 — Thu, 10 Apr 2025 15:16:13 GMT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다름"이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달랐다. 물론 한국과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 차이점이 더 크게 다가왔다. 한국에서 익숙하게 여기던 일들이 여기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낯섦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예를 들어, 아침마다 마주치는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하이" 또는 "헬로"라고

캐나다 의료 시스템 적응해 가기 - 아플 때 더욱 실감한 한국과의 차이

김종섭 — Wed, 09 Apr 2025 23:46:25 GMT

살다 보면 아플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곳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땐, 나도 그저 한국에서처럼 병원에 가면 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몸이 아프고 나서야, 여긴 ‘그냥 병원에 간다’는 게 통하지 않는 나라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한국에선 가벼운 감기만 걸려도 바로 동네 병원에 들렀다. 예약 없이도 대기 시간 10분 안팎이면 진료를 받고, 약까지 타 나

비 오는 캐나다의 봄, 라면 한 그릇의 위로 - 125년 된 사과나무 아래서 마주한 느린 시간의 행복

김종섭 — Tue, 08 Apr 2025 23:17:49 GMT

비 오는 날은 마음이 조금 느슨해진다. 흙내음 섞인 공기, 젖은 나뭇잎 사이로 흐르는 빗물, 그리고 그런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는 느린 시간. 그런 하루, 우리는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이 주는 소박한 위로를 떠올렸다. "비 오는 날 라면"이라는 익숙한 조합이 낯선 이국의 풍경 속에서 마주한 소소한 행복은 다시금 특별해졌다. 며칠 동안 이어지던 화창한 봄 날

캐나다 중고 매장에서 만난 한국의 흔적 - 5.99달러에 담긴 기억과 정(情)의 무게

김종섭 — Mon, 07 Apr 2025 05:38:02 GMT

캐나다에는 ‘밸류 빌리지(Value Village)’라는 중고용품 판매점이 있다. 입지 않는 헌 옷부터 각종 생활용품까지 기부받아 운영되며, 지역마다 대형 매장을 두고 있다. 이민 초기 몇 년 동안 나는 이곳을 자주 찾았다.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가끔은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을 건지기도 했다. 주로 그림이나 문구류, 장식용품을 흥미롭게

잡풀을 뽑으며, 나를 되돌아보다 - 화분 속 생명력을 통해 돌아본 나의 삶

김종섭 — Sat, 05 Apr 2025 22:34:25 GMT

오늘, 따뜻한 봄 햇살이 스며드는 베란다에 섰다. 늘 그렇듯 화분에 물을 주려 다가섰고, 습관처럼 화분에 피어날 꽃을 기대했다. 하지만 화분에는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꽃망울뿐, 대신 화분을 둘러싼 낯선 풀잎들이 자라나 자리를 가득 잡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모두 잡풀이었다. 잠시 멈칫하다가, 나는 천천히 잡풀을 하나씩 뜯어내기 시작했다. 혹시 잡풀이 영

캐나다 숲 속의 고비, 봄을 맞이한 자연의 선물 - 고사리와 닮은 듯 다른 봄나물, 고비를 만나다

김종섭 — Fri, 04 Apr 2025 14:35:02 GMT

4월의 봄은 입김처럼 다가왔다. 봄의 전령처럼, 겨울의 잔재를 씻어내는 듯했지만, 사실상 봄은 아직 멀리 있었다. 5월의 여왕을 기다리며 3월은 겨울의 마지막 흔적을 남기고, 봄의 왕국이 열리는 것을 고대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4월 초, 봄은 갑자기 성숙해졌다. 3월의 기운을 넘어 새로운 생명이 숲과 들판을 채우기 시작했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호

자동차 없이는 안 되는 나라 - 캐나다 대중교통과 승용차 운전의 차이

김종섭 — Thu, 03 Apr 2025 22:02:01 GMT

첫 대중교통 이용 경험 캐나다에 처음 오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대중교통이었다. 한국에서는 지하철과 버스를 빠르게 연계하여 어디든 쉽게 갈 수 있었지만, 캐나다는 달랐다. 밴쿠버의 주요 대중교통수단은 스카이트레인과 버스인데, 버스의 운행 편수는 제한적이며 노선도 한정적이라 이동이 쉽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번 갈아타야

어디서든 언제든, 끝없는 김밥의 변주 - 김밥, 그 끝없는 변주와 변형의 미학

김종섭 — Wed, 02 Apr 2025 06:27:27 GMT

얼마 전 캐나다의 대형 마트에서 냉동 김밥을 발견했다. 전자레인지에 2분만 해동하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직접 만든 김밥과는 다르지만, 편리함과 저장성을 고려하면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김밥이 이렇게까지 변형되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예전에는 김밥 한 줄에 천 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출장길,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한

밴쿠버의 겨울, 긴 밤과 비 내리는 계절에 적응하기 - 레인쿠버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법

김종섭 — Tue, 01 Apr 2025 22:21:22 GMT

밴쿠버에서의 겨울은 한국에서 경험한 겨울과 매우 달랐다. 물론 한국의 영토에 비해 100배가량 큰 캐나다의 날씨를 모두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밴쿠버만큼은 한국의 겨울과 사뭇 다르다. 한국의 겨울은 차갑고 눈이 내리지만, 햇빛도 비추고 맑은 날도 많다. 반면, 밴쿠버의 겨울은 11월부터 3월까지 비가 자주 내리고, 흐린 날이 많으며, 해가 짧다. 자연스

아들의 결혼 후 첫 생일, 아내의 사골곰탕 - 사랑과 정성이 담긴 사골곰탕, 가족을 위한 어머니의 위대한 헌신

김종섭 — Tue, 01 Apr 2025 11:27:55 GMT

아내는 사골곰탕을 만들기 위해 3일 동안 밤낮으로 끓였다. 사골의 깊은 맛은 정성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아들이 결혼 후 맞이한 첫 생일을 위해, 아내는 아들이 먹고 싶어 하는 사골곰탕을 준비했다. 곰탕을 더욱 맛있게 즐기기 위해 깍두기까지 직접 담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쉬웠는지 녹두를 믹서기에 갈아 빈대떡을 부치고, 잡채까지 만들어 생일상

캐나다에 살다 보니, 이런 것이 달랐다 - 일상을 통해 배우는 캐나다, 그 적응의 기록

김종섭 — Mon, 31 Mar 2025 19:18:28 GMT

낯선 환경에서의 첫걸음 캐나다로 이민 온 후 가장 어려웠던 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마치 거대한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길거리 풍경도, 사람들의 말투도, 작은 생활습관까지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게 없었다. 한편으로는 흥미로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