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지 않았던 아이, 기다리는 엄마가 되다

2025-04-22T16:35:59Z

버스 놓칠 것 같아서 그냥 다시 올라왔어. 조금 전 가방을 메고 나간 아이가 다시 들어왔다. 집에서 좀 먼 곳으로 중학교를 배정받고 등교를 위해 매일 버스를 타야 하는 아이. 엄마가 데려다주겠다, 데리러 가겠다고 해도 아이는 괜찮다며 일찍 집을 나서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엔 집안 정리를 잠시 멈추고 앞치마를 벗어 올려 둔 채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화장품 파는 총각 - 아빠의 젊은 날

2025-04-20T10:18:28Z

언니 혹시 세제 필요해? 어느 날 동생이랑 통화를 하다가 세탁 세제가 필요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시골집에 세탁세제가 몇 상자가 쌓여 있단다. 동생말이 아빠가 그걸 다 사두셨다는데 아빠가 빨래를 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세제는 왜 그렇게 많이 사신건지. 시골 동네에 장사꾼이 와서 어떻게 팔았는지 몇 년을 써도 닳지 않을 정도의 세제를 시골집에 놓고 갔단

열여덟, 집과 집 사이의 기억 - 하숙생의 추억

2025-04-17T16:10:22Z

라디오에서 요즘 하숙생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비용과 시간, 무엇보다 혼자라는 고단함을 줄이기 위해 하숙을 택한다는 요즘 학생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처음 하숙집에 들어가던 밤이 떠올랐다. 낯선 방, 낯선 공기, 낯선 숨소리. 가족이 없는 밤이 그렇게까지 길게 느껴질 줄 몰랐다. 고등학교는 시외버스를 타고 한 시간 이상을 잡아야 통학이

딸에게 - 서툰 엄마가

2025-04-07T23:30:02Z

서른에 너를 뱃속에 품고 서른 하나에 너와 처음 만났다. 신기하고 신기했어. 사실 그나마도 더 나아진 상황에서 너를 만난 게 다행이라고도 생각했었단다. 너를 기다리며 정성껏 만들었던 노란 곰돌이 무늬 손싸개를 벗기고, 얇아서 날카로운 손톱을 깎던 날. 바둥거리는 손을 꽉 붙잡지 못해 결국 네 손끝에 아주 작은 피가 맺혔어. 아주 작은 빨간 방울을 보고

엄마를 보내던 엄마 - 70넘은 할머니도 엄마 앞에선 엉엉 운다.

2025-03-30T10:42:58Z

엄마는 서럽게 울었다. 영영 이별을 고하는 외할머니를 바라볼 수도 없을 만큼 눈물이 범벅 된 얼굴로. 올해 칠순이 된 큰삼촌에게 기대어 우는 엄마의 모습은, 떨어지기 싫지만 붙잡지도 못하는, 떠나는 엄마 치맛자락이라도 붙잡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애태우는 어린아이 같았다. 엄마의 울음 속에는 그리움과 함께 오래 묵은 원망도 서려 있었다. 중학교

친구의 나이는? - 사랑도 친구도 나이가 있나요

2025-03-28T09:20:34Z

반찬 몇가지를 해서 싸 들고 빨간색 광역버스에 올랐다. 빠르게 지나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언니를 3년만에 만나는 건가. 그동안 톡과 통화로 안부를 주고받긴 했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건 꽤 오랜만이다. 손가락으로 날짜를 헤아려 보니 우리가 만난 지도 어느덧 16년째.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 20 -30대 아가씨 때 만나서 중년이 되

그냥 속았수다 - 엄마를 속인 사람

2025-04-01T12:59:06Z

"여기 보이는 밭이랑 저~기 저쪽에 시금치 밭. 그것도 다 총각네 밭이랍니다." 엄마가 처음 시골에 내려왔을 때, 선을 주선한 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옆에 있던 남자는 딱히 말을 보태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니라는 말도 하지 않았으니 엄마는 그리 믿을 수밖에. 믿고 싶었을 것이고. 외할머니의 성화에 못 이긴 엄마는 스물다섯에 서울에서 내려와 선을

도서관 옆에 살고 싶었어 - 그래서 지금 5분 거리에.

2025-03-25T09:24:40Z

"도서관에서 만나면 좋겠다." "그러게, 좀만 더 가까웠어도" "근데 우리 만나면 수다만 떨다가 책 한 장 못 읽고 헤어지는 거 아니야?" "100%" 아침에 언니와 인사를 나누다 도서관 이야기가 나왔다. 두 번째 회사에서 만난 언니와는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게 참 즐거웠다. 일에 대한 욕심도 비슷해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책을 함께 읽자며 독서모임을 만들었

최은영 소설 &카지노 가입 쿠폰;몫>, &카지노 가입 쿠폰;일 년>을 읽고 떠오른 그녀 - 최대리언니, 아니 나의 이야기

2025-03-25T10:05:00Z

최대리님이 떠올랐다. 이름이 전혀 생각나지 않다가, 간신히 ‘최대리 언니’라고 불렀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쩌면 채씨였는지도 모르겠다. 30대 초반, 동그랗고 순한 인상의 얼굴. 하지만 말투와 성격은 또렸했다. 어딘가 단단하고, 생각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최대리 언니는 기획자로 입사했다. 남초 회사라 여직원이 새로 들어오면 언제나 반가웠다.

엄마의 자장가 - 뒹굴뒹굴 자장가 들으며 자고 싶은 날

2025-03-26T04:26:25Z

자장자장 우리아기잘 도잔다 이쁜아기개똥밭에 눕지마라꽃밭에다 재워놓고우리아기 잘도잔다 나른하고 따뜻한 오후, 아니면 어중간한 오전이었을까. 동생들과 엄마 옆에 나란히 누워 듣던 엄마의 나지막한 자장가 소리. 나에게 불러 주셨던 건 기억을 못 하지만, 나보다 다섯 살 어린 남동생 낮잠을 재우시며 토닥토닥 부르시던 장면은 선명하다. 나도 그 옆에 누워 동생이

꽃밭에서 - 마당 꽃밭에서 놀던 기억

2025-03-08T06:25:10Z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나 보다. 아침에 마당을 쓸던 아빠의 빗자루 소리가 들렸다. 그 옆에 작은 꽃밭에서도 꽃들이 나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었겠지. 규모에 비해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지던 마당의 작은 꽃밭. 이른 아침에는 오므리고 있던 나팔꽃이, 마당 구석에서 놀다가 보면 어느새 활짝 피어 있었다. 어른 두 주먹 보다 조금 더 큰 돌들이 화단과 마당의

우리의 대화는 어디로 흘러가나 - 의식의 흐름 / 20년 지기 친구

2025-03-05T09:04:12Z

"그때 언니 말 듣고 교직이수를 했어야 했는데, 나 너무 후회하잖아." "그러니까 그때 왜 안 했어. 오빠도 지금은 후회하더라." 과 커플이었던 대학 동기의 집에 다녀왔다. 내가 언니라고 부르는 친구는 지방에서 교사로 일하다 보니 방학 때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만남이 더욱 소중한데, 이번에는 새 집으로 이사까지 해서 더 반가운 마음으로 친구 집을 찾았

자취는 했지만 혼자 산 적은 없어 - 덕분에 다른 지역의 맛있는 반찬을

2025-03-04T02:27:53Z

아침에 먹고 조금 남은 순두부찌개에 김치를 툭툭 잘라 넣었다. 똑같은 걸 또 먹고 싶진 않은데, 어중간하게 남은 찌개를 못 본척하고 나 혼자 먹는 밥을 위해 뭘 하기도 귀찮은 늦은 점심. '요리'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조리'라고 해야 할까. 조리를 할 때 거리낌 없이 보이는 재료들을 추가하거나, 나 같은 독자를 위해 정성스레 적어 둔 레시피에 있는 재료

날마다 확인하던 1층 우편함 - 슬초 피요나 발렌타인 백일장

2025-02-18T03:33:09Z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누구, 시더라?"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저도 그동안 잊고 살았어요.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여고 2학년 때로 기억해요. 청소 시간마다 얼른 청소를 마치고 친구와 함께 우편함 확인을 위해 1층으로 내려간 걸 알고 계실지. 학년- 반 별로 나눠진 우편함을 확인하는 일은 도시락을 먹는 것만큼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언제 했더라 - &카지노 가입 쿠폰;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에세이>를 읽다가

2025-01-31T06:37:26Z

그러나 무엇보다도 난처한 건 옷을 살 때였다. 그저 품도 넉넉한 거, 길이도 넉넉한 거, 넉넉한 것만 찾다 보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넉넉하다는 말의 소중함_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p.88 의류 회사에 다니는 막내 동생 덕분에 아이 옷은 걱정 없이 키웠다. 맘에 드는 옷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지만 입힐 옷이 없어 걱정인 적은 없었다. 오히려 옷을

겨울방학 돌밥 메뉴 참치 밥전 만들기 - 슬초 3기 돌밥 백일장

2025-01-14T01:31:20Z

엄마, 내일 아침 뭐 먹어? 엄마, 점심 뭐 먹어?엄마, 간식 뭐 있어?엄마, 오늘 저녁 메뉴는 뭐야? 아침에 냉장고 열면서 메뉴를 쥐어 짜내는 게 힘들어서 이번 겨울 방학에는 미리 식단을 짜고 좀 편하게 끼니를 챙겨보려고 했는데요. 역시 미리 계획하는 것은 어렵네요. 그래서 이전에 만들었던 메뉴들 돌려 막기로 이번 겨울방학도 버텨 보려고 합니다. 급할

내일 다시 남영역으로 - 박완서 에세이 &카지노 가입 쿠폰;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나는 누구일까' 이어 쓰기

2025-01-10T06:51:00Z

일전에 용산 쪽에 사는 이가 나를 초대했는데, 그쪽 지리에 어두운 나를 위해 남영역까지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와주겠다고 했다. 시간이 안 맞는 경우 몇 번이라도 역 주변을 돌겠노라고 하면서 차 번호랑 핸드폰 번호까지 일러주었다. 나는 남영역이라는 데는 처음 가보는 데라 어디서 어떻게 갈아타야 되나 전철 노선표를 펴 놓고 꼼꼼하게 예습을 하고 나서 떠났

Step by Step, 우리집 전축의 추억 -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음악에 관하여'를 읽다가

2025-01-05T22:43:01Z

초등학교 6학년, 정확히는 국민학교 6학년 봄에 새 집이 완성되었다. 겨우내 추위를 피해야 했지만, 오래된 한옥집이 있던 자리에 새 양옥집이 올라가는 동안, 내 방을 갖게 된다는 기대와 새집에서 살 수 있다는 설렘으로 두어 달을 기다렸다. 새집이 완성되고, 때마침 농협연쇄점(하나로마트)에 인켈에서 나온 모차르트 몇 주년 기념 전축세트 판매 행사가 있었다.

택배도착 - 엄마의 사랑은 택배에 담겨

2025-03-26T04:27:04Z

지난번 보내주셨던 김치가 딱 떨어지는 순간, 또다시 택배가 도착했다. 이번엔 급하게 따온 단감과 막 담근 김치가 아이스박스에 꽉 들어차 있었다. 택배 상자가 출발하고 나서야 전화를 하시던 엄마가 언제부터인가 택배를 보내기 전에 미리 전화를 하신다. “김치 아직 있냐? 김치 좀 해서 보낼까?” 이미 김치는 새벽에 다 담가 놓았다는 걸 아는데. 어쩌면 내가

반찬 배달 - 고시원에서 만난 인연

2024-11-27T15:20:17Z

세탁물을 찾으러 간 김에 장을 좀 봤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넉넉하게 이것저것 사 올걸. 아이가 이모 선물이라고 준비한 쇼핑백을 친구에게 전달하면서 함께 가져다 줄 반찬을 만들었다. 전복을 넣어 미역국을 끓이고 소시지를 데친 후 케첩에 볶았다. 김치전 해 먹으려면 번거로울 테니 같이 갖다 줘야지. 계획에 없던 반찬 배달을 하려니 마음은 바쁘고 재료도 부족

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