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건너63c194385ce4419강변에서 농사 지으며 글쓰는 에세이스트./@@fkwt2023-04-15T11:30:44Z에레스 뚜/@@fkwt/1542025-04-21T21:06:38Z2025-04-18T15:04:19Z어릴 적에 동생은 나처럼 악을 쓰며 울지 않고 우우우우 비둘기처럼 울었다. 동생은 나처럼 영혼이 아플 때 울지 않고 입술이 아프고 배고플 때 울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나처럼 엉엉 울지 않고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어른이 되어서 동생은 농담을 툭 던져 가족들을 웃겼다. 동생과의 첫 기억이다. 동생의 양쪽 입술 가장자리에서 시고별/@@fkwt/1512025-04-16T16:02:43Z2025-04-10T11:26:38Z상봉동 골목에 날이 새고 있다. 나는 턴테이블 위에 늘 올려져 있는 트윈폴리오 엘피판의 첫 곡 ‘고별’에 바늘을 올려놓고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들었다. 이 노래는 비지스 원곡보다 얘들이 부른 노래가 더 좋다고 언니에게 말했으나 사랑의 열병으로 새벽까지 뒤척이던 언니는 언제 잠들었는지 기척이 없다. 그때 나는 스무 살이었고 작은 언니는 스물두 살이었다.부모/@@fkwt/1502025-04-15T11:02:27Z2025-04-03T01:07:35Z“우리 큰 올케언니가 될 뻔했는데...” 고향을 방문했던 우리 세 자매가 진희언니에게 한 말이다. 옛날 그녀의 집에서 지금 살고 있는 그녀가 “그랬으면 과부 됐지 뭐...” 남 얘기하듯 말했다. 세 자매의 고향 방문에 동행한 둘째 올케언니가 “아이구, 우리 동서가 될 뻔했네요!” 하자 우리 세 자매가 웃었고 진희언니는 얼굴을 돌려버렸다. 이 얘기가을밤/@@fkwt/1482025-04-02T11:09:55Z2025-03-27T00:50:20Z“세에상에, 국민학교 졸업하고 바로니까 몇 살이냐, 내가 열네 살이여. 그땐 엄마가 왜 그렇게 아팠는지, 입은 또 어찌나 까다롭던지. 밥을 해다 드리면 안 드시고 밥이 되네 지네 어찌나 혼을 냈나 몰러. 부엌을 못 떠나는 열네 살 딸이 불쌍하지두 않았나?” 구 남매의 맏이인, 나보다는 스무 살이 많은 언니를 여형제들은 왕언니라 부르고 조카울긴 왜 울어/@@fkwt/1392025-04-01T21:02:42Z2025-03-20T00:05:53Z“비키세요 비키세요..” 국민학교 5학년이던 막내오빠가 1학년이던 나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앞에서 걸어가는 어른에게 자꾸 비키라고 소리쳤다. 그가 자전거를 막 배우던 시기였다. 먼 거리에 있는 성당에서 집에 올 때까지 그는 서툰 자전거 실력으로 넘어질까 두려워하며 기우뚱거리며 나를 집에까지 무사히 데리고 왔다. 그는 자신의이별의 종착역/@@fkwt/1372025-04-20T13:09:21Z2025-03-12T23:03:56Z넷째 오빠는 나에게 큰오빠처럼 불편한 대상도 아니고, 선했던 쌍둥이 오빠처럼 연민의 대상도 막내오빠처럼 친근한 대상도 아니었다. 조금 떨어진 저기쯤에서 우상처럼 서있어 바라보기만 하는 대상이었다. 동네 학생들의 우상이기도 했던 그는 개울가에서 두 손을 양 옆 주머니에 찔러 넣고 먼 곳을 바라보며 손시향의 노래 ‘이별의 종착역’을 부르고 월간문예지를 구독해새벽길/@@fkwt/1362025-03-25T03:38:34Z2025-03-05T21:31:45Z그 해 고향의 겨울은 둘째 오빠가 부르던 ‘새벽길’과 함께 한다. 친구들과 겨울마당에서 건넌방 아궁이에 볏짚으로 불을 때며 목청껏 부르는 둘째 오빠의 구성진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친구들과 구슬치기 딱지치기를 하고 놀았다. 오빠는 노래를 정말 잘했다. 오빠와의 첫 기억은 한쪽 귀가 따뜻했던 기억이다. 동네 공회당에서 있던 무슨섬마을 선생님/@@fkwt/1352025-03-25T03:38:03Z2025-02-27T02:14:48Z셋째 오빠가 도망을 갔다. 소의 어진 눈을 닮은 착한 그가 서울로 도망간 것이다. 그때 그의 나이가 열여덟이었나 열아홉이었나 확실히는 모르겠다. 그는 가톨릭 재단이던 국민학교 육 학년 말에 신부가 되기 위한 첫 과정인 서울 소신학교에 지원했으나 불합격해서 우리 고장에 있는 일반 중학교에 입학했가엾은 새/@@fkwt/1342025-02-25T09:53:10Z2025-02-16T07:13:15Z영어참고서를 빨리 사야 했다. 수업 때마다 짝꿍과 같이 봐야 해서 짝꿍에게 미안했기에. 우리 형제들은 중곡동 집에 살았고 부모님은 뚝섬에서 장사를 하고 계셔 따로 살고 있어서 나는 하교 길에 부모님이 계신 가게로 먼저 갔다.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끝내고 갔으니 이미 밤이 되어있었다. 어머니께 참고서를 사야 한다고 말하자 어머니는 벼락같이 화를 내며 욕을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arH1DdC3_MfnVw3Y7uRZGjT6uYw.jpg" width="500" /사랑해 예쁘다 고마워/@@fkwt/1332025-03-08T23:06:18Z2025-02-05T00:08:09Z설날 아침이다. 민준(큰아들) 내외가 도착한다는 시간이 가까워 오는데 나는 해야 할 일 하나를 아직 못하고 있다. 지난주에 문구점에서 사다가 세뱃돈을 넣고 서랍에 넣어둔 봉투에 써줄 덕담이다. 잡채를 급히 버무리는데 그제 서야 세 쌍둥이 한 단어가 와르르 가슴에 와서 붙는다. ‘사랑해사랑해사랑해.’ 손을 급히 씻어 수건에 닦고 문갑 <img src= "https://img1.온라인 카지노 게임.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온라인 카지노 게임.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n_-yzfwmjFCeBuszE_kbhYpaN2I.jpg" width="500" /우리는 만두가족/@@fkwt/1322025-02-07T22:17:49Z2025-01-31T02:41:39Z음식에는 신기한 힘이 있다. 서로에 대한 불만으로 싸우던 가족들도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만큼은 단체 웃음이라는 작품을 빚어내니까. 먹은 후엔 힘내서 또 싸울지라도. 그 음식이 우리 친정에서는 김치만두다. 부모님은 심약했던 큰오빠보다도 오빠들 중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됐던 넷째 오빠에게 의지하셨<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QdQvzlAJ0yVJh9GMjbsZxfVCLmA" width="500" /도약/@@fkwt/1312025-02-03T11:15:59Z2025-01-19T22:57:40Z도로가 얼마나 막히는지, 남편이 휴대폰으로 고속도로 상황을 검색하고 있다. 다음 주 평일에 있을 시부모님 제사에 갈 수 없어 주말인 오늘에 가기로 했다. 이렇게 내려가면 늘 그렇게 하듯 시집 형제들의 집을 돌며 다 만나고 온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서서 도로가 막히지 않아 편히 달릴 수 있었다. 결혼 후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9IenlqeNfxMcVLhkVCfFyjeQSMU" width="500" /소한(小寒) /@@fkwt/1302025-01-18T07:37:15Z2025-01-07T22:21:25Z아침에 일어나 농막 창 너머로 밖을 보니 하늘이 축축하다. 남편이 말했다. 하늘이 내려앉게 생겼다고. 우리는 매장에 내기 위해 말린 무시래기를 줄에서 빼내 상자에 담아 탁자 위로 옮겼다. 나는 그것을 조금씩 손아귀로 잡아 야채 저울 위에 조심스레 올려 계량해서 그의 앞에 놓아주고, 그는 투명 비닐 포장봉지 안으로 그것을 넣었다. 봉지가 너무 좁아 잘 들<img src= "https://img1.온라인 카지노 게임.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온라인 카지노 게임.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tcJsgXdh9aGWNPHuAy0BhCbP_RI" width="500" /13월/@@fkwt/1292025-01-25T21:41:31Z2024-12-29T23:17:39Z몇 년 전이던가. 글이 내게로 왔다. 그와의 만남은 숨바꼭질의 시작이기도 했지. 그는 불현듯 찾아와 안기기도 했지만, 멀리 떠나 오래도록 찾아오지 않아 나를 안달하게도 했다. 나는 비겁하게 영혼 뒤에 숨어 있었음을 성찰하며, 다 벗고 서 있는 나를 마주하는 일이 두렵더라 고백하며 그를 찾아다녔다. 유영하며 살펴본 언어의 강은 신비로웠다<img src= "https://img1.온라인 카지노 게임.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온라인 카지노 게임.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vHfTs_Zk3m_OpsVNyIN559KogY8" width="500" /메리 크리스마스(2)/@@fkwt/1282025-03-27T13:45:15Z2024-12-29T13:58:31Z아침에 일어나니 밖이 하얀 세상이다. 텃밭을 향해 눈이 소복이 쌓인 농로를 같이 걸어 들어가던 남편이 말했다. 발자국이 나있지 않은 걸 보니 농장 이웃들이 아무도 나오지 않았나보다고. 들어가는 중간에 고양이 발자국이 작은 꽃무늬처럼 박혀있었다. 나는 고양이 발자국이 귀엽다고 말했다. 농장에<img src= "https://img1.온라인 카지노 게임.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온라인 카지노 게임.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PhB9anTEjCGBlSUXikw25sBH2uE" width="500" /우리 것을 만지다/@@fkwt/1272024-12-24T02:23:29Z2024-12-08T14:18:25Z우리의 먹거리를 만질 때가 나는 가장 행복하다. 어릴 적 겨울날 화롯가에서, 부잣집 장녀였던 어머니로부터 외갓집 곳간 항아리에 그득 채워두고 먹었다던 곶감, 한과, 밑반찬 등 겨울 먹거리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이 푸근해졌다. 희고 긴 앞치마를 두른 여인들이 마당과 부엌을 분주히 오가고, 추수한 곡식 가마니를 등에 진 머슴들이 창고에 볏가마니를 쌓는 외<img src= "https://img1.온라인 카지노 게임.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온라인 카지노 게임.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pCWgTkFECHXh6aLFTfzn_4_DCm8" width="500" /조막손 꿀떡/@@fkwt/1262024-12-15T00:56:11Z2024-11-05T00:00:35Z옆 집 새댁이 아기 백일이라고 떡을 가져왔다. 부담은 갖지 마시라는 말과 함께. 돌아보면 나는 답례에 소홀했다. 그래서 놓친 행복이 얼마나 많았던가. 고마운 마음은 표현해야 하리라. 내복 가게로 가서 아기 내복을 사고 문구점에 들러 카드를 샀다. 카드 속지를 열어 덕담을 썼다. ‘햇빛 드는 방에서 목욕 후에 두드려주는 아기 분 냄새, 젖 먹은 아가의 <img src= "https://img1.온라인 카지노 게임.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온라인 카지노 게임.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U-kH8Vf5T59TmyMCHnPRfO1vib0.jpg" width="500" /사나이로 태어나서/@@fkwt/1222025-02-26T11:34:47Z2024-10-25T07:40:05Z간경화로 투병 중이던 막내 오빠가 먼 길을 떠났다. 마지막 유언은 그가 어렵게 시작해 일으켜 놓은 공장에 “문 잘 잠그고 불 잘 꺼라!”였다. 새벽에 떠났으니 긴 삼 일 장이 될 것이다. 산수를 잘 했던 오빠,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2 더하기 3은 5야, 그럼 3 더하기 2는?” 물었을 때 대답을 못하자 내 머리에 꿀밤을 주던 오빠, 재수할 때<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ERoP2LcSYQhAmbAy9ityF7KSJNI" width="500" /깻잎이야기/@@fkwt/1212024-12-18T06:33:25Z2024-10-18T03:15:07Z작고 하얀 들깨가 꽃을 피웠다. 저 꽃이 지면 꽃 진 깨보숭이에 들깨가 들어앉아 몸을 키우며 익어갈 것이다. 깨가 다 여물기 전에 어서 깻잎을 따야한다. 늦게 따면 다 익은 깨가 잎 따는 소리에 놀라 뛰쳐나오다 바닥으로 다 떨어져 헛농사가 될 테니까. 내일은 일어나자마자 깻잎부터 따리라. 신혼 때 시어머니가 농작물 중에서 약을 제일 적게 하든<img src= "https://img1.온라인 카지노 게임.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온라인 카지노 게임.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JCuOZilTyOdqR2MkfD7IreON9Xk" width="500" /학교/@@fkwt/1202024-08-10T17:22:02Z2024-07-17T13:36:35Z세상은 여행하다가 호기심 나는 곳에서 머물며 배우는 학교다. 배울 과목도 내가 정한다. 스승·덕목· 꽃차 등. 학창시절 여러 과목의 공부가 버거웠다. 수학은 공식을 줄줄 외워도 원리를 모르니 어떻게 대입 시켜야 하<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upqofsjCdpI86vB6CPgpalLtx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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