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과 자제의 미덕 -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사건

2025-04-05T14:41:26Z

또 다시 대통령이 없는 나라가 되었다. 헌법재판소의 망치가 민주주의에 커다란 물음표를 내려쳤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우리는 왜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한 사람, 한 정당, 한 집단에게 책임을 돌리기엔 너무 복잡하다. 문제의 뿌리는 깊고 넓게 퍼져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문 속에서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국회는

투명인간

2025-04-05T21:57:05Z

그는 달의 주기를 따라 온다고 했다 빛이 가득한 날그림자처럼 찾아와 손끝에 희망을 얹어두고 사람들은 그를 기다렸다 나 역시 창문을 열어 첫 번째 별이 뜨는 순간을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는 문턱에발자국 소리를 남기고 손바닥 위에서 증발했다 어디로 흩어지는 건가 질문은 공중에 멈췄다 그는 숫자로만 대답한다 내 품에 잠시 머물던 그 숫자는 밤 사이 반으로,

온전한 개인들이 이루는 따뜻한 공동체 - 죽기 전까지 내가 이루고자 하는 소명

2025-03-16T05:03:35Z

소명에 대해 쓰기 전, 먼저 최근에 내가 겪었던 문제를 쓰고자 한다. 한 달 전, 창업 지원을 받기 위한 발표 중 한 질문이 나를 멈춰 세웠다. "잘 들었는데, 자네는 그 사업 아이템을 진심으로 하고 싶은가?"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몇 주 뒤, 우연히 기본학교 동지들 앞에서 IR 피칭을 했다. 피칭이 끝난 뒤, 화장실 겨울 속 내 모습

아이처럼 -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

2025-03-09T07:02:15Z

어린시절을 떠올려보면 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왜 하늘은 파란색인지, 구름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개미는 어디로 가는지...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질문하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최진석 교수님께서는 "질문은 그냥 질문이다. 질문은 질문 했다는 사실만 의미가 있지. 질문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처럼, 나는 다시 아이가 되어

책이 읽었다

2025-02-26T08:51:59Z

책을 펼치는 순간매끈한 종이 위로 떠오른 이름검붉은 잉크처럼 번지는 하루문장과 문장 사이 나는 거기에 있었다그는 오늘도 길을 나섰다페이지를 넘기면나는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다내가 가는 이길이 어디로 가는지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그것은 중요하지 않다역사는 이름을 바꾸지만금형은 바꾸지 않는다왕이 퇴장하면 기사가 등장하고기사가

2025-02-19T03:20:09Z

나는 법정에 선다아니, 법정이 아니라 광장이었다사람들은 손에 불을 들고아니, 불이 아니라 손가락이었다그 손가락들은 위로혹은 아래로 향했다가발을 쓰고 있는수많은 눈이 있다아니, 눈이 아니라 숫자였다아니, 숫자가 아니라 좋아요였다나는 나를 변명하려 했으나내 입은 닫히고네 손가락이 열렸다그는 정의로운 사람인가?그는 용서받을 가치가

딱 보면 몰라? -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2025-03-09T06:53:36Z

딱 보면 안다는 말이 있다. 얼핏 들으면 경험 많은 어른들의 오만한 단정처럼 들린다. 실제로 내가 살면서 들어온 '딱 보면 안다'는 말의 정체는, 동네 어른들의 얄팍한 경험에서 나온 허세였다. 작은 농협에서 일할 때였다. 한 선배가 손님의 옷차림만 보고도 자산이 보인다며 호언장담했다. 놀랍게도 그는 여러 번 적중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나도 손님의 자

애국뽕

2025-02-11T21:10:33Z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닳아버려 바위가 반질반질 윤이 나고거대한 모래사장이 탄생했다삼면이 바다였는데 말이지 하느님이 보우하신 덕에꿈속에서 로또 번호를 불러주셨다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니모래알처럼 사라진 기억보우하신 건지아니면 시험이신지 뒷산 소나무는 철갑을 둘러도끼도 톱도 소용이 없다기상은 불변이라는데날씨는 변덕스러울까어제는 햇

참을 수 없는 빛의 가벼움 - 영화 '하얼빈' 리뷰

2025-01-29T07:47:36Z

세상에는 두 종류의 빛이 있다. 태양처럼 스스로 빛나는 것과, 달처럼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 영화 <하얼빈>은 후자에 가깝다. 영웅의 눈부신 면모 대신,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의 고뇌와 두려움을 응시한다. 짙은 심연 속에서 도달하는 빛의 순간을 통해, 존재의 무게와 가벼움을 동시에 그려낸다. 안중근의 모습으로 시작해 끝나는 수미상관의 구조는 거친 수묵화처

다빈치하철

2025-02-25T17:56:56Z

저 멀리, 아득한 레일 위속도를 삼키며 내달리는 지하철 안그 속에서, 하염없이 흔들리는비트루비우스적 손잡이매달린 손들이 빚어낸 합창 속에손잡이는 침묵하지만,그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여기, 비틀리는 정장 차림 남자가손잡이를 쥔 채 앙다문다내일도 이 손이 버틸 수 있을까저기, 젖은 숨결을 품은 손이미끄러지듯 손잡이를 움켜쥔다고요히 흔

당신의 지구는 평평합니까 - 음모론

2025-01-22T09:17:36Z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으로 화두를 연 2025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한 시대에 16세기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더 아이러니한 건, 이런 음모론이 평평한 지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버트런드 러셀은 문명과 야만의 차이를 '이성'이라고 했다. 문명화된 사회는 과학

성숙한 사회는 가장 낮은 곳을 본다 - 선진국의 조건

2025-01-25T15:16:07Z

며칠 전 인스타그램에서 안타까운 광고를 하나 보았다. "생후 4개월에 생긴 심각한 뇌 손상으로 평생 엄마 품의 아기가 된 해나. 비장애아 쌍둥이 동생 유나까지 홀로 키우고 있는 엄마는 오늘도 강해져야 한다고 다짐합니다." 위 사례를 통해 우리는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사회적으로는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법치주의의 역설 - 법을 지키려다 무너뜨린 윤석열 체포 사태

2025-01-16T08:41:21Z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불법과 허위, 정무적 판단 실수가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여러 측면에서 체포 과정의 불법성이 확인된다.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음에도 수사를 주도했으며, 관할권은 서울중앙지법에 있지만 서부지법에서 영장을 발부받았다. 관저 진입 과정에서의 불법은 더욱 심각했

합리적인 개인들이 이루는 따뜻한 공동체 -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2025-03-03T02:24:45Z

이 글의 제목을 고민하면서, 내가 추구하는 바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창한 수사나 형식적인 표현보다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날 것 그대로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목에 쓰인 '합리적'이란 말은 이성과 논리에 기반한 판단과 행동을 의미한다. 즉 '합리적인 개인'이란 감정이나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

구멍난 인생

2025-01-21T16:46:57Z

새벽 세 시 방충망이갑자기 사직서를 냈다 "더 이상 내 몸에 수천 개의 구멍이 뚫리는 걸 견딜 수 없습니다. 거미줄도 재택근무 하는데 저만 매일 출근이에요" 방충망의 태업에어이가 없어진 나는 키득키득 웃다가 창틀에서 굴러떨어졌다 모기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스타트업을 차렸다 "이제 우린 문명모기! 혈액형 취향 존중, 무통 흡혈 보장! 새벽 3

권력의 말과 몸짓 - 침묵하는 권력에서 행동하는 권력으로

2025-03-03T02:27:00Z

눈을 감고, 한 나라를 상상해보세요.최근 20년간, 세 번의 대통령 탄핵 시도, 그리고 한 번의 탄핵 인용.세 명의 전직 대통령이 수사를 받았으며,그 중 한 분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이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요? 기본학교에서의 어느 날, 최진석 교수님께서 물었다.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또 대선캠프의 청년 전문위원으로 일했던 나는 이 질문이

나는 죽었다 - 나는 누구인가

2025-03-09T06:54:57Z

산에 오르는 동안 말을 아꼈다.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질수록 내면은 선명하게 다가온다. 잡념을 벗어던지고, 오직 '나'로 존재하기 위해 고독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육체가 한계에 다다를 때마다 오히려 내 존재가 또렷하게 드러났다. 땀 냄새, 터질 듯한 심장 박동, 거친 숨결. 이처럼 극적으로 '나'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던가. 정상에 올라 하늘을 마주

김치 반란 사태

2024-12-25T13:50:06Z

오늘 아침 우리집 김치가탈무드를 읽고 있었다배추는 유대교로 개종하겠다며소금 목욕을 거부하고 있고고춧가루는 '카레의 숨겨진 왕자'라며버터치킨을 외워대는 중이다마늘은 줄리어드에 입학하겠다며스타인웨이 카탈로그를 보더니젓갈은 비건 인플루언서가 되어백만 구독자를 꿈꾼다문을 열 때마다 냉장고가 흔들리는 건김치들의 격렬한 토론 때문어제는 호

당신의 뇌는 썩었다

2024-12-30T11:25:28Z

아침이다. 알람 소리에 눈을 떠 핸드폰을 집어 들고, 습관처럼 스크롤을 내린다. 삼십 분 뒤,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나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고양이 릴스 세 개, 틱톡에서 춤추는 사람 다섯, 그리고 유튜브 쇼츠서 이상한 광고 두 개를 본 기억만 남아 있다. 근데 어제 내가 뭐 했더라?회사에 도착해 커피 한 잔을 들고

Butterfly

2024-12-20T11:19:14Z

시간의 고치를 짓는 동안당신은 별의 언어를 잊었다수천 번의 어둠을 견디며스스로를 실로 감아두었지만깊은 곳에선 여전히푸른 광휘가 꿈틀댄다흰 고독 속에서그 속에서 억겁의 무늬를 그리다이윽고 깨닫는다모든 나비의 날개는침묵이란 비단을 찢고 나온계절의 파편이란 걸세상은 늘서릿발 같은 시선으로 다가와연약한 봄날을 씹어 삼키려 하지만참을

윤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