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준비하며 새롭게 배운다

2025-04-22T03:45:16Z

지난달 감사하게도 강연 의뢰가 들어왔다. 이런저런 청탁은 언제나 반갑지만, 유독 강연 요청은 조금 더 기분이 좋다. 한 편의 글은 그 결과물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영향을 미친다. 반면 강연이나 강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만나는 사람 모두 제한된다. 요즘은 온라인 강의도 제법 매끄럽지만, 대부분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강연 장소까지 직접 가야 한다. 소

외롭게 죽는 꿈을 꾸었다.

2025-04-20T05:24:26Z

꿈을 꾸었다. 홀로 외롭게 죽는 꿈이었다. 내가 죽는 꿈인지, 다른 사람의 죽음이었는지는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꿈에서도 그리고 깨어나서도 ‘외로움’이란 감정은 진하게 남아 있는 자못 생생한 꿈이었다. 아마도 나는(또는 누군가) 꿈속에서 옷을 찬찬히 개고 있었다. 망자의 것이었으리라. 아무도 없이 홀로 죽은(나 또는 누군가) 흔적은 바로 그 옷 하

논문보다 어려운 보고서, 대체 왜?

2025-04-09T00:31:15Z

연구 논문이라는 것을 굳이 의인화해보자면 깔끔하게 떨어지는 성격의 소유자라고 볼 수 있다. 논리 정연하게 말할 줄 알고 행동에도 불필요함이 없이 딱딱 적절하다. 그렇게 핏이 좋은 한 편의 논문이 나오려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지 대충 상상을 해볼 수 있다. 별 것 아닌 실험 같아 보여도 막상 논문 퀄리티가 되려면 반복 실험과 충분한 양이 필요한 법이

리더의 말이 아쉬운 순간들

2025-04-07T12:24:47Z

연구 기획과 운영 업무를 하게 된 이후 다양한 성격의 회의와 미팅에 참석하게 되었다. 만나게 되는 조직이나 사람들이 넓어지게 되니 나도 모르게 그들을 관찰하는 눈이 생겼다. 특히 ‘말’을 할 때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지 관심이 깊어졌다. 조직장 A. 평소 그와 대화를 할 때는 경외심이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연구

혁신 기술 보다, 가치 있는 기술

2025-03-22T20:25:29Z

기업의 연구자로 지내오면서 가지고 있는 많은 고민 중 한가지는 기업의 연구란 무엇인가?라는 그럴싸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은 (어떤 회사에 다니고 있느냐에 따라 정의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기업’ 연구원에게 바라는 기대에 대한 해석일 수 있다. 명확한 방향성이 전제될 때 일의 가치와 의미,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의 종류가 달라

마침내, 반백살.

2025-04-05T12:37:27Z

마침내 되어 버렸다. 50살. 또는 반백살. 조선 시대 정도면 장수했다고 했을 나이지만 100세 (또는 그 이상) 시대인 현대엔 전체 인생의 고작 반만큼 도달한 나이이기도 하다. 고작이라고 표현을 하자니 여기까지 온 내 인생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 같아 수사를 바꿔야겠다. 벌써 (음..) 이제 (?) 드디어 (?!) 아니다. 이미 말하지 않았던가. 글

연구자에겐 기획이 어렵다

2025-04-05T12:37:54Z

최근 들어 집중적으로 몇몇 사람을 인터뷰하는 기회가 있었다. 지금 일하고 있는 부서는 기술 연구원의 전반적인 변화 관리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 부서의 일원이 된 뒤 약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도하는데 일조했다. 변화를 이끄는 조직과 현업에 바쁜 조직 사이에는 꽤 큰 온도 차가 생기게 마련이다. 일하는 방식은 관성이 있는

성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건, 학습

2025-03-19T14:02:39Z

중학생 아들의 공부 습관을 들이려고 집 근처에 있는 공공 도서관에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함께 다니곤 했다. 몇 달 지나자 내가 거추장스러워진 것인지, 이제 그만 같이 가자고 해서 혼자 다니게 두었다. 그러기를 한두어 달 했을까? 굳이 멀리 다니지 말고 아파트에 있는 독서실을 다니는 건 어떨지 엄마가 추천했다. 이용에 따른 비용이 들긴 하지만 가깝고 편의성도

기업 연구에서 자율성 vs. 효율성의 딜레마

2025-03-19T23:00:14Z

“연구에서 중요한 건 자율성인데, 자꾸 효율만 강조하니까 혁신적인 결과가 안 나오지” 예전에 기초 연구 부서의 소장님과 인터뷰 중에 들었던 말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도 찜찜했다. 자리에 돌아온 뒤 계속해서 이 말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혁신적 결과는 차치하고라도 기업 연구에서 자율성과 효율성이 동시에 만족될 수 없을까라는 생각 말이다. 효율성은 투자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된다는 것.

2025-02-26T13:39:55Z

<남과 여>라는 유명한 영화가 있다. 내가 어렸을 때 - 그러니까 대략 10대 초반일 것이다 - TV에서 해주는 영화로 본 적이 있다. 영화를 직접 본 사람은 없어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주제가는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지금 찾아보니 1966년 영화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각본상,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등을 수상했다고 한다. 어린 마

강조해야 하는 가치의 설득력

2025-03-12T10:24:33Z

회사에서 문화를 바꾸는 건 노력하고 노력해도 성공 여부를 담보할 수 없다. 문화는 깊숙하게 뿌리 박힌 돌을 애써서 빼내는 것과 비슷하다. 그에 비해 IT 시스템을 바꾸는 건 ‘상대적으로’ 낫다. 차마 쉽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이것도 거의 일하는 문화에 일조하는 수단으로써 고착화되어 있을뿐더러, 나를 비롯하여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기

로프 없이 산을 오르는 용기

2025-02-09T09:42:25Z

‘남자들이 빨리 죽는 이유’라는 제목의 인터넷 짤들이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정말 목숨을 걸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저 무모하게 위험한 행동을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다. 왜 이러는 걸까 싶다가도 보고 있노라면 오금이 저린다. 하지만 최근에 본 영화 <Free Solo>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느낌을 받게 된다. 실제 상황을

여행은, 편견을 지우는 것

2025-02-08T22:34:30Z

1.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지레 겁먹는 것 중 하나는 입국 심사에서 뜻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필요한 걱정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그런 일을 겪었다. 호주에서는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적 행위에 기분이 좋지 않았고, 베트남에서는 돈을 뜯어내려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미국 입국 심사는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계의 많

1 on 1 미팅이라는 신세계 - 보고가 아닌 협의 방식

2025-01-25T21:02:03Z

앞선 글(일을 성사시키는 보고의 기술)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었다. -상사에게 보고하는 것도 전략이다 -적당한 타이밍을 살피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정보의 노출도 적절히 하자 /@naymore/571 새로운 조직으로 이동한 뒤에 생긴 큰 변화는 직무(연구에서 전략)도 있지만, 직속 상사(상무)와의 교류에 관

일을 성사시키는 보고의 기술

2025-02-01T08:13:23Z

업무의 기본 중 하나는 리더에게 진행 상황을 보고(report)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하고 꽤 그럴듯한 미래의 아웃풋이 그려진다고 해도, 상사에게 매시간 매번 진행과정을 노출하지 않는 것을 권하는 편이다. 지나치게 기대를 높이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기도 하지만, 보통 리더들-특히 의사결정권을 가진 위치에 있는-의 관심사

남들보다 일찍 출근한 시간

2025-01-14T20:32:37Z

나의 주중 기상 시간은 거의 일정하다. 기상 시간을 결정하는 건 출근 시간인데, 보통 7시 전후로 도착하기 위해 6시 2분에 알람이 맞춰져 있다. 정확하게 6시가 아니고 2분 지나서 일어나게 되어 있는 건 이상한 성격 때문이다. 어쩐지 딱 6시는 싫고, 5분은 너무 긴 것 같으니 중간 지점으로 타협한 것이 바로 6시 2분 정도가 되어버렸다. 루틴처럼 반복

글감은 언제나 주변에 있을 뿐

2024-12-27T09:54:06Z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머릿속이 폭발할 것 같았다. 한 편의 글을 써 내려가는 와중에도 새로운 글감이 마구 떠올랐다.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뇌의 해마와 편도체를 자극하여, 마치 고구마 줄기가 뻗어나가듯 글감은 옆으로 옆으로 뻗었다. 또는 불길이 번져 나가듯 커졌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한바탕 쏟아내고 난 뒤에 고맙게도 글감은 종종 찾아오곤

퇴사인사를 대하는 태도

2024-12-25T12:22:42Z

연말, 쌀쌀해진 날씨를 더 춥게 만드는 건 퇴사자들의 인사말이다. 다른 회사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내가 근무하는 연구소에는 보통 퇴사하는 사람들이 떠나기 직전 구성원 전체를 향해 메일을 남기는 문화(?)가 있다. 잘 모르는데 오가며 얼굴이라도 몇 번 마주쳤던 사람들의 퇴사 메일에 대한 감흥은 그리 크지 않지만, 개인적이든 일 때문이든 관련이 있었던 사람들이

2024 브런치 자체 시상식 - 생각의 성장 주사

2024-12-15T16:55:57Z

어느덧 12월도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연말이 되니 작년처럼 한 해 동안 썼던 글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어른의 생각도 자랄 수 있을까? 적어도 내게는 ‘글을 써온 이유’와 ‘(다 큰 어른의) 생각이 자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전혀 연관성이 없었다. 그런데 2024년 브런치 회고를 위해 일 년 간 썼던 글들을 가만히 돌아보며 무관

청소가 필요한 시간

2024-12-08T02:28:54Z

주말 아침, 평소보다 느지막이 깨어 일으키기 싫은 몸을 이끌고 거실로 나온다. 햇살이 집안 깊숙하게 침투하듯 스며들어 따스함이 느껴진다. 따스한 빛이 밝히는 곳을 무심코 바라보면 언제나 뽀얀 먼지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 청소기를 돌린 것 같은데 또 있다. 실은 어젯밤만 해도 깨끗해 보이던 거실 바닥이었다. 밝은 햇살이 비추어 주지 않았다면 모를 일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