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1일 산책일기 - 들키면 어때서.

2025-04-21T05:06:58Z

2025년 4월 21일 아무것도 없던 가지였는데 하루 아침에 잎이 돋고, 다음날엔 꽃봉오리가 생기더니 그 담 날엔 온 천지가 다 꽃밭이 됐다. 목련이랑 개나리도 아직 조금, 벚꽃도 여적, 민들레는 어느새, 라일락 향기에 호화스러운 철쭉까지 벌써 한 자리에 다 모이니 이제 곧 여름 같고, 또 금방 겨울일것 같다. 시간의 흐름이 눈에 보이는 순간이 오면 들

8. 앙쉐르망 - Enchaînement

2025-04-18T08:10:51Z

*소설 '발레리나' 속 모든 에피소드와 인물은 허구입니다. 예주는 기운이 쏙 빠진 상태로 눈과 머리에 아무것도 담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번뜩 정신이 들었다. 스타벅스 파트너가 우렁찬 목소리로 '오직 예주님'을 부르짖고 있었다. 그 민망한 닉네임은 남편 짓이었다. 처음엔 그냥 '예주'라고 간단하게 이름 두글자만 저장했었다. 준석은 얼핏 들으

글리사드 - Glissade

2025-04-11T12:07:15Z

*소설 '발레리나' 속 모든 에피소드와 인물은 허구입니다. 영원한 삶, 영원한 안식, 영원한 행복! 죄의 사함을 통해 영혼의 구원을 받으라! 그곳에는 고통도 없고, 이별도 없고, 굶주림도 없으리라. 세속의 때와 원죄로 더럽혀진 인간들이여 하날님을 믿고, 그를 받아들이며 회개하고 기다리라. 물질과 육체의 노예로 살지 말라. 우리를 위해 하나 뿐인

데가제, 혹은 풋 인 더 도어 - Dégagé or Foot in the Door

2025-04-04T22:17:27Z

출근 시간이 늦은 편인 예주의 남편은 퇴근 시간도 늦은 편이었다. 보통 회사원들처럼 9-6가 아닌 10-7 시스템인 회사였기 때문이다. 통근시간도 긴데 퇴근시간까지 한시간이 늦으니 아무리 빨라도 저녁 식사는 8시 반이 지나야했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9시, 10시 저녁은 예삿일이었다. 언젠가 한번 엄마가 뭘 물어볼 게 있다며 밤에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2025년 3월 31일 산책일기 - 존재의 걱정, 걱정의 존재

2025-04-06T21:36:10Z

2025년 3월 31일 강아지도 한숨을 쉰다. 그리곤 우다다 한판을 뛰거나 눈을 꼭 감고 잠을 청한다. 별 걱정은 없지만 걱정할 일은 언제나 있다.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땅리에 - Temp Lie

2025-03-28T03:44:53Z

작은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에 사는 게 꿈이었던 예주는 이 집을 우연히 발견했다. 언제나 단독주택을 꿈꾸긴 했지만 그런 꿈은 환갑은 족히 넘어서야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두 곳 정도의 전세집을 거쳐 마련하게 될 자신들의 첫번째 집은 당연히 아파트일 거라고 믿었다. 그걸 원해서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남편 준석의 회사와 가까운

2025년 3월 26일 산책일기 - 늘 새로운 봄

2025-03-26T23:49:20Z

2025년 3월 26일 노력이나 조언 말고, 반드시 시간이 지나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미리는 알 수 없고 그냥 살아봐야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것들. 지금 아는 걸 그때 알았다 해도 달라질 건 없을 거야. 그걸 회한이 아니라 신입생처럼 두근 두근하면서 받아들여야지. 봄이다 봄.

드방, 데리에, 사이드 - Devant, Derrière, Side

2025-03-23T09:51:10Z

플리에가 끝나자 열이 훅 올랐는지 수강생들이 하나 둘 껴입었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예주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오버롤 땀복을 벗었다. 이제 겨우 바 순서를 하나 끝냈을 뿐인데 타이즈에 땀이 촉촉하게 베어 있었다. 새 땀복의 성능에 만족하며 바 앞에 미리 꺼내둔 쇼츠를 집어 들었다. 수업을 들을 땐 몸이 모두 잘 보여야 한다지만 민망하게 드러난 엉덩

플리에 - Plie

2025-03-14T03:28:16Z

*소설 '발레리나' 속 모든 에피소드와 인물은 허구입니다. 날씨가 갑자기 싸늘해져서 새로 산 땀복을 개시했다. 남편에게 결혼기념일 선물로 받아낸 챠코트 오버롤 땀복이었다. 생각보다 발레 땀복의 종류가 꽤 많아서 예주는 어떤 것으로 사달라고 할지 거의 한달은 고민했다. 그리쉬코는 러시아 발레리나의 몸에 맞춰져 있어서 다리 길이가 너무 길다는 평이

2025년 3월 10일 산책일기 - 도망대신 여행

2025-03-11T08:37:20Z

2025년 3월 10일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대. 그러니 도망 가지 말고 여행을 가자. 거기엔 낙원이 있을 거야. 괜찮아지면 돌아오자구.

스트레칭 - Stretching

2025-03-07T03:26:36Z

*소설 '발레리나' 속 모든 에피소드와 인물은 허구입니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예주에게 그렇게 뻣뻣해서 어떡하냐고 혀를 끌끌 찼었다. 아빠를 닮은 것이 분명한 그녀의 뻣뻣함은 종종 엄마의 유연함을 돋보이게 해줄 조롱거리로 요긴하게 사용됐다. 엄마는 다리를 양쪽으로 쫙 펼치고 상체를 앞으로 숙여서 가슴이 땅에 닿게 한 다음 고개만 살짝 들어서

2025년 3월 5일 산책일기 - 행복의 두께

2025-03-10T04:37:32Z

2025년 3월 5일 행복의 두께는 얇디 얇은 창호지 같아서 손가락에 침만 묻혀 문질러도 뚫릴 것 같고, 불행은 한 겨울 꽝꽝 언 호수의 빙판 같아서 드릴이라도 있어야 작은 구멍이나마 뚫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행복할 땐 나비 날개처럼 가벼운 행복이 언제 날아 갈지 몰라 불안하고, 불행할 땐 바위처럼 거대한 불행이 언제 치워질지 몰라 두렵지.

바가노바 - Vaganova

2025-02-28T05:07:53Z

*소설 '발레리나' 속 모든 에피소드와 인물은 허구입니다. 아름답지 않은 신체에 깃든 재능은 재능이 아니다. 이런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소리를 지껄인 사람이 실제로 있다. 아그리피나 바가노바. 러시아 발레 학교에서는 부모 뿐 아니라 조부모의 체형까지 확인하고 입학시킨다는 진짜인지 아닌지 모를 풍문은 아마도 그녀 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러시아인인

2025년 2월 24일 산책일기 - 행운 가능

2025-02-24T04:54:46Z

2025년 2월 24일 드디어 내가 가진 모든 것, 내가 이룬 모든 것이 철저히 행운임을 깨닫는 나이가 되었다. 팔다리, 손가락, 발가락 열개 모두 태어났을 때 가진 그대로다. 그게 내 노력이나 재능때문일리 없다. 자만하려할 때 생각해 본다. 내 모든 것은 내일 아침 일어났을 때 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 내 의지나 열정, 근면 성실함과는 상관없이. 내가

[마치는 글] 타로카드 읽는 가게를 닫으며

2025-04-05T08:54:50Z

안녕하세요, 타로카드 읽는 가게 문혜정입니다. 2020년 11월 15일 브런치 매거진으로 1회를 올렸던 '타로카드 읽는 가게'가 완결되었습니다. (2024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브런치북으로 새로 편집을 하였습니다) 구상을 한 것부터 시작하면 햇수로만 6년째 저와 함께 한 소설이었는데 드디어 끝이 났네요. 이 소설은 2017년 우연한 계기로

[최종화] 새로운 세계

2025-02-14T05:56:43Z

**브런치 북은 한 권당 30개의 챕터만 발행이 가능한 관계로 '타로카드 읽는 가게'는 30화까지를 1권으로 발행하고 31화부터 '타로카드 읽는 가게2'로 발행됩니다. 놓친 이야기가 없도록 마야의 브런치 구독을 꼭 눌러주세요!** 타로카드 읽는 가게 1권 바로가기 * [타로카드 읽는 가게'는 소설입니다. 모티브나 컨셉외의 모든 인물과 나오는 사연은 모두

지나가요.

2025-02-08T01:03:33Z

파괴의 다음은

2025-02-05T00:38:42Z

진짜 성숙한 마음

2025-01-29T04:13:54Z

뿌리의 문제

2025-01-21T09:22:40Z

문혜정 ma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