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 아이들이 사랑한 그림책

2025-04-21T14:09:21Z

아이들을 키우며 나도 그림책 보기를 즐겼다. 그중에 존버닝햄의 그림책은 아이들이 무척 사랑한 책이다.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제목부터 아이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첫 장에 엄마가 등장해서 기차놀이를 하는 아이에게 빨리 잠을 자라고 말한다. 내일 아침 일찍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것이 지금 당장 자야 하는 이유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이는 기차

기찻길옆 도서관 가는 길

2025-04-20T16:03:50Z

어느 날은 바람이 좋아서 그냥 걷고 싶어 진다. 기분 좋은 따뜻한 바람이 발갛게 상기된 볼을 간질인다. 사람들은 열차에서 내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편안한 집으로 향한다. 나는 서울로 나갈 때 GTX를 타면 빠르지만 웬만하면 타지 않는다. 조금 시간이 오래 걸려도 경의중앙선을 탄다. 그 이유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자연을 이동하는 내내 창밖으로 만날

뱃속의 아기도 놀이를 하나요?

2025-04-18T09:43:13Z

태교는 단순한 임신 관리가 아니라, 태아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한 전통적인 교육 활동으로 여겨져 왔다. 조선 시대에는 태교신기(胎敎新記)라는 책이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태아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부모가 되는 사람들은 임신과 출산의 모든 과정이 두렵고도 신비롭게 다가온다.

나는 꽃이 되었어요 - 세월호 11주년을 맞아

2025-04-17T13:39:01Z

나는 꽃이 되었어요 남효정 네가 없는 봄에도 네 방 창가의 목련꽃은 피고 학교 운동장엔 벚꽃이 날려 우리가 걸었던 산책로엔 제비꽃 민들레 어여쁘고 네가 놀던 놀이터엔 라일락 연보랏빛 곱게도 피어나는구나 꽃은 모두 돌아와 봄이 된다 너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봄밤을 헤매이느냐 봄이라도 밤은 어둡고 추운데 작은 몸 감싸줄 따뜻한 이불 덥고 있는지 봄은

나의 어릴 적 놀이 - [아이를 살리는 놀이] 새 책 연재를 시작하며

2025-04-16T08:20:56Z

아이들이 뽀로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이들도 뽀로로처럼 노는 게 제일 좋기 때문이다. 놀이는 배고픔도 잊게 할 정도로 강력한 즐거움과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아이들이 노는 것은 그들이 살아가고 배우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럼 나는 어떤가? 나도 노는 게 제일 좋다. 심지어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이번 글은

그림책 '여름이 온다' - 손기정 어린이 도서관에서

2025-04-14T13:12:04Z

얼마 전 서울시 중구 손기정 어린이 도서관에서 이수지 작가의 대단히 음악적인 그림책 <여름이 온다>를 만났다. 어릴 적에도 그림책을 보면 마음이 봄날처럼 활짝 피곤했는데 엄마가 되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는 왜 이렇게 그림책에 마음이 가는 걸까? 신기하다. 도서관이 아주 작다. 1층은 유아존 어린이존으로 나뉘어 있고 유아는 좌식으로 초등이상의 아이들은 의

봄이 익는 호숫가에서

2025-04-13T06:13:27Z

어릴 적부터 나는 봄이 오고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괜스레 발이 지상에서 한 뼘은 떠오른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마음이 어지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어른이 된 이후에도 다른 계절에 비해 봄에는 더 바람 부는 날의 벚꽃 가지처럼 일렁인다. 비교적 평온하게 살아오던 일상으로 생동하는 자연이 스며들며 그들의 에너지와 함께 나도 봄춤을 추게 되는 것일지도

커피를 마시며 홍목련 꽃을 본다

2025-04-10T13:11:58Z

커피를 마시며 홍목련 꽃을 본다 남효정 사월의 햇살이 투명한 공간에 사선을 그리며 빗줄기처럼 내리는 커피집 통창가에 앉아 쓴 커피를 마셔봅니다 나는 오늘 커피의 향기도 몰라요 커피가 쓴지도 몰라요 언제 내가 커피를 이만큼 홀짝홀짝 마셨나요 마음은 온통 활짝 핀 홍목련 고운

이 책을 쓰는 이유

2025-04-09T12:21:36Z

첫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는 거의 모든 시간 사랑스러운 아이를 바라봅니다. 맑은 눈빛과 작은 손과 발, 한 번도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없는 신비로운 움직임으로 나를 매혹시키는 작고 예측 불가능한 존재... 이제부터 엄마의 시간은 이 작은 아이에게 맞춰집니다. "내가 이 아이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엄

제주 비자림을 걷다

2025-04-10T11:03:16Z

왜 그런지 나는 두 해 전 2023년 1월에 다녀온 제주 비자림의 겨울숲이 가끔 생각난다. 어떤 연상작용에 의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다가 기억 저편에 놓아둔 무언가가 알 수 없는 작용에 의해 의식의 표면으로 가만히 떠오르듯 내게 모습을 드러낸다. 평온하고 다정한 토닥거림, 발끝에 닿는 보드라운 흙의 느낌...... 그것은 한마디로 '위로'라는

벚꽃 그늘에서 - [이제 꽃을 보고 시를 씁니다] 3집을 마무리하며

2025-04-03T11:46:39Z

벚꽃 그늘에서 남효정 벚꽃 그늘에 앉아 꽃잎과 함께 춤을 춥니다 바람이 불어 머리칼이 날리고 함박눈처럼 포근하게 꽃잎이 나에게 나립니다 전화카드를 꺼내 공중전화로 달려가던 꽃이 좋다고 하늘이 푸르다고 끝없이 종알거리던 스물다섯의 내가 거기 꽃그늘 아래 그대로

시린 봄날의 목련

2025-04-01T09:25:27Z

시린 봄날의 목련 남효정 한 송이 꽃이 피어날 때 먼 우주의 별빛이 야윈 가지 위에 꽃봉오리 위에 아낌없이 쏟아져 내려야 한다 오늘 바람 불고 눈 내리는 삼월 잎도 없이 서둘러 피는 목련이 고개를 쭉 빼고 파란 하늘에 수줍게 우윳빛 입맞춤을 보낸다 까맣게 내려앉은 석가래며 산산이 조각난 창문 유리조각 흔적도 없이 사라진 가족사진 손때 묻은 세간살이가

봄숲에 나타난 너구리

2025-04-01T03:41:41Z

늦은 아침을 먹다가 창밖을 보니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2025년 3월 29일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는 이때 함박눈이라니 기온의 급격한 변화에 어리둥절해진다. 어젯밤 베란다 밖 화분걸이에 내놓았던 레몬트리와 아보카도 나무, 매발톱이며 함박재스민 등을 거실로 들여놓은 것을 안도하며 눈 내리는 밖을 바라본다. 식사가 끝날 즈음 다행히도 눈은 그쳤으나 바람이 세

매화꽃과 꿀벌

2025-03-27T10:12:15Z

매화꽃과 꿀벌 남효정 꿀벌이 없다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화단 앞에서 나는 요 몇 해 얼마나 마음 졸였나 붕붕 거리며 날으는 소리 삐삐롱스타킹의 긴 양말무늬 닮은 줄무늬의 경쾌함을 너무 오래도록 찾지 못했다 화엄사 들러 복수초를 눈에 담고 깊은 계곡 청아하고 도도한 물소리 가슴에 담고 걷는 길 청매화 피고 홍매화 피는 꼬불꼬불 남도의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절집 마당에 핀 복수초

2025-03-26T10:23:23Z

지리산 절집 마당에 핀 복수초 남효정 봄이 온다고 꽃이 핀다고 봄마중을 나갔어 고즈넉한 산사 뒤쪽 차 마시는 집에 우리네 무명옷 같은 작은 마당 하나 한 세상 온갖 풍상을 제 몸뚱이에 그대로 간직한 모과나무를 제 생긴 대로 그대로 기둥 삼아 지은 자그마한 절집에 복수초가 제홀로 샛노랗게 피어 봄볕 따사로운 빈 마당을 가만히 바라보네 댓돌 위에 놓

화엄사 그리고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2025-03-23T06:55:24Z

한 장의 사진에서 나는 멈춘다. 작년 이맘때의 고즈넉한 산사에 붉디붉은 자태로 피어나는 홍매화 관련 기사를 본 것이다. 바로 지리산 화엄사 각황전 옆의 홍매화다. 노트북에 띄운 신문기사 속 홍매화는 모니터를 넘어 강렬하게 나에게 온다. '아름답다'는 느낌을 넘어서 '화엄세상'그 자체이다. 그 이후 나는 줄곳 지리산 자락에서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름

눈의 여왕 이베리스

2025-03-20T09:11:57Z

눈의 여왕 이베리스 남효정 일 년 내내 하염없이 눈이 내리는 나라에 이베리스 여왕이 살고 있어 새하얀 옷을 입고 백두산 호랑이를 닮은 신비한 동물을 타고 순식 간에 산을 넘어 골짜기로 날렵하게 움직였다지 밥을 굶는 백성은 없는가 하고픈 한마디 말 맘속에 꾹 담고 사는 사람 그 푸른 얼굴에 그림자를 거두어주리 환복을 하고 백성들 사이를 거닐며 그들의

나의 향기별꽃 이야기

2025-03-18T07:51:27Z

나의 향기별꽃 이야기 남효정 그대를 기다리는 마음 그윽하게 차올라 흙먼지 이는 공기 속에서 산수유 몇 송이 대견하게 피어난 밤 창밖에 함박눈이 끝 모르고 내려온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불면의 밤 타는 듯한 목마름 홀로 차 한 잔을 마시는 밤 코끝에 살며시 와닿았다가 살그머니 뒷걸음치는 나의 향기별꽃 이야기 별을 닮은 보랏빛 꽃잎에 샛노란 꿈을 품고

우장산 유아숲을 걷다

2025-03-16T02:59:26Z

봄이 아직 오지 않은 우장산을 걷는다. 봄이 오기 직전의 날씨는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로 진학을 앞둔 봄방학 같기도 하고 흙먼지 이는 긴 길을 걸어가며 언제쯤 외할머니댁에 도착할까 인내하는 시간 같기도 하다. 무언가 밝고 따사로운 존재를 향하여 가는 길인데 아직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조금 지루하고 조금 답답해도 감내해야 하는

봄밤의 무스카리

2025-03-14T13:49:30Z

봄밤의 무스카리 남효정 어딘가 네가 와 있을 것 같아 나는 차가운 도시를 헤매이며 낯선 골목을 기웃거린다 바람도 불지 않는 먼지 내음만 가득한 날 폭풍전야의 그날처럼 나무는 고요하다 모두가 숨죽이는 봄 숨 막히는 고요 옥수수 알 튀어올라 팝콘으로 피어나듯 봄꽃이 일제히 일어설 거야 마음이 수군대는 밤 설렘과 상심이 들락날락 소란스러운 밤 전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