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 _ 묵묵한

2025-04-16T07:15:59Z

# 쪽빛 : 짙은 푸른빛. ‘묵묵한’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묵묵한 삶, 묵묵한 사랑, 묵묵한 마음.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기웁니다. 그래서일까요. 혼자 있는 사람을 보면 눈길이 머뭅니다. 가던 길을 되돌아 자꾸 바라보게 되지요. 묵묵히 걸어가는 뒷모습. 묵묵히 일하는 사람.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묵묵히 제 빛을 잃지 않

검부잿빛 - _ 마음과 거리 두기

2025-04-20T02:57:22Z

# 검부잿빛 : 마른풀이나 낙엽 따위가 타고난 뒤의 재 속에 남은 불의 희미한 빛깔. 살아 보니 무탈한 하루는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생의 파도를 겪어내면 더욱 선명해지지요. 유리멘털의 울보. 지금 와 생각해 보니 어린 나는 유리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갈등 상황에서는 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해 자리를 피하곤 했어요. 간신히

구릿빛 - _ 오랜 인연

2025-04-02T23:26:10Z

# 구릿빛 : 구리의 빛깔과 같이 붉은빛을 많이 띤 갈색빛. 국어 시간을 좋아했습니다. 개인적인 견해와는 달리 분석되는 문장을 쪼개고 외워야 하는 것은 좋지 않았지만, 그 시간에만 느낄 수 있었던 일렁임의 순간들이 삭막한 학교에서 산소가 되어주었어요. 소설 속 여주인공 같이 여리고 예쁜 국어 선생님이 낭독해 주시던 알퐁스 도데의 『별』도 그랬지요.

귤빛 - _ 반짝임의 순간들

2025-03-26T12:38:19Z

# 귤빛 : 잘 익은 귤의 빛깔과 같이 노란빛을 띤 주황빛. 겨울에 만나는 귤나무는 반짝임을 품고 있습니다. 갈맷빛 잎 사이에서 향기로운 귤빛으로 인사하지요. 추운 계절 입안 가득 퍼지는 새콤한 귤처럼 시린 삶 속에도 빛나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러한 발견의 순간들 덕분에 마음은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갑니다. 각박한 세상살이에도 작은 숨 쉬어갈 수 있고요.

반물빛 - _ 그날이 오늘이라면

2025-03-22T05:10:24Z

# 반물빛 : 검은빛을 띤 짙은 남빛. 블랙아웃이 되는 꿈을 꾼 적이 있습니다. 공포감을 몰고 오던 죽음의 순간. 텔레비전 화면이 꺼지듯 눈앞의 세상이 사라지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떴어요. 꿈이라는 걸 깨달으면서도 한기에 몸을 떨었습니다. 살아가다 문득 생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어릴 때처럼 베개가 푹 젖도록 눈물을 흘리지는 않지만 두려움과 슬픔이 밀

풀빛 - _ 어른이란

2025-03-22T06:43:11Z

# 풀빛 : 풀의 빛깔과 같은 진한 연둣빛. 겨울이 쉽사리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시간들입니다. 코트 속으로 몸을 움츠리며 걷다가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추게 되었네요. 굳은 땅 사이로 돋아있는 풀빛. 하루 만에 땅은 봄을 솟아내고 있었습니다. 보물을 발견한 듯 감탄이 나왔어요. 앞으로 하루하루 풀빛은 갓난아기처럼 싱그러운 연초록으로 물들어가겠지요. 여린

웃음빛 - _ 내가 웃으면 내 삶도 웃는다

2025-04-10T08:32:28Z

# 웃음빛 : 웃는 낯빛. 옛 기억이 하얗게 부서지는 지난밤 꿈처럼 느껴집니다. 세월이 유년 시절을 빛바랜 몇 장의 사진으로만 남게 한 것이지요. 그 낡은 사진 중에는 가족도 친구도 아닌, 잠시 스쳐간 누군가의 일상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스틸컷 속의 어린 소녀는 아파트 복도를 걷고 있어요. 같은 동에 사는 아주머니에게 뭔가를 가져다 드리는 심부름을

갈맷빛 - _ 고독의 시간

2025-02-26T13:45:47Z

# 갈맷빛 : 짙은 초록빛. 살아가면서 문득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나간 모임에서 공감할 수 없는 그들만의 화제가 이어질 때. 가고 싶지 않은 회식이나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의 어쩔 수 없는 만남 속에서 애써 웃음 지을 때. 지인과의 대화 속에서 낯설고 커다란 벽을 마주할 때. 그런 날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도 허하고

물빛 - _ 샛길 여행

2025-02-21T03:34:53Z

# 물빛 : 물의 빛깔과 같은 연한 파란빛. 길을 잘못 들었다고 낙담했다가 되레 인생이 호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화나 소설에서도 샛길에 빠진 주인공의 성장 서사를 흔히 접할 수 있지요. 그런데 ‘샛길로 빠지다’라는 말은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정도에서 벗어난 일을 한다는 부정적 관용구로 쓰이는 편이에요. 비슷한 말인 ‘샛길로 새다’도 마찬가지고요.

무지갯빛 - _ 무지개처럼 피어나렴

2025-02-12T11:54:43Z

# 무지갯빛 : 무지개와 같이 여러 빛깔로 아롱져 보이는 색. "모를 수도 있지... 실수할 수도 있지... 거기서 중요한 것은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지는 거야." 무언가 속상한 일이 있었나 봅니다. 책상 앞에 앉아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렇게 적어 놓았더라고요. 같은 나이라도 막내는 엄마에게 늘 어리게만 생각되나 봐요. 그래서인지 어리광쟁이 열두 살 장군

봄빛 - _ 봄을 닮은 아이

2025-02-06T10:37:31Z

# 봄빛 : 봄을 느낄 수 있는 경치나 분위기. 기쁨이를 생각하면 봄빛이 그려집니다. 태명처럼 가족들에게 환한 마음을 선물해 주었지요. 결혼 후 1년, 반려자를 닮은 아이를 만나고 싶었던 내게 반짝이는 기쁨으로 찾아왔어요. 건강하셨던 쉰셋의 아빠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시며 혼절하셨던 엄마는 몰랐던 빚을 떠안고 집마저 넘겨야 하는 경제적 위기 앞에

꼭두서닛빛 - _ 손깍지

2025-01-31T06:16:15Z

# 꼭두서닛빛 : 꼭두서니를 원료로 하여 만든 물감과 같은 붉은빛. 새봄 같은 어린아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곁에 있는 아이 엄마의 얼굴에도 눈길이 머물러요. 젊은 엄마는 예쁘니까요. 멋스럽게 꾸미지 않아도 맨얼굴에 부스스한 모습조차 빛이 납니다. 그 시절의 내가 눈부심을 알아보지 못했듯 다시 십 년이 흐르면 지금의

파란빛 - _ 걷다 보면 길이 된다.

2025-02-06T03:35:34Z

# 파란빛 : 맑은 가을 하늘과 같이 밝고 선명한 푸른빛. 혼자만의 공간이 절실한 걸 보니 힘든 감정을 마주해야 할 시간인가 봅니다. 또다시 드라마 '미생'의 OST를 찾아 듣고 있네요. 그중에서도 한희정의 '내일'을 연속 재생하며 가만히 따라 부르고 있습니다. 매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새해가 되면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즐겨 듣곤 하는데 올해가

대춧빛 - _ 어떤 영화를 좋아하나요?

2025-01-17T09:42:12Z

# 대춧빛 : 잘 익은 대추 열매처럼 빨간 갈색빛. 조도를 낮추고 푹신한 소파에 누워 영화 보는 것을 즐깁니다. 영화관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추운 겨울 따뜻한 집에서 무릎담요를 덮은 채 이야기 세상에 빠지면 행복합니다. 무더위 속에서 한 겨울 영화를 보면 왠지 시원해지는 것 같아 좋고, 가을이면 그 계절에 더 깊이 빠지고 싶어 가을 배경의 영화를 고릅

흰빛 - _ 새롭게 그려가는 세상

2025-03-14T02:23:31Z

# 흰빛 : 눈이나 우유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한 빛. 마음을 머물게 하는 사진을 좋아합니다. 사진에는 피사체를 향한 찍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헤아리다 보면 위로를 받습니다. 그림은 달랐지요. 살아오며 시선이 닿는 그림도 있었지만 사진처럼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편하게 담을 수 있는 사진과 달리 그림은 문외한인 내게 부담이 되었

새벽빛 - _ 새해 새날

2025-01-02T01:35:00Z

# 새벽빛 : 날이 새려고 먼동이 트는 빛. 연말이 되면 다이어리를 마련해 첫 문장을 고민합니다. 새해 새날들을 이끌어 갈 올해의 문장으로 마음을 다림질하는 것이지요. 아직 겨울이 한창이지만 다이어리에 반듯하게 새겨 놓은 희망은 다가오는 봄에 대한 기대를 불러옵니다. 디자인과 색은 그 해에 대한 마음과 바람에 따라 고릅니다. 올해는 갈색과 더불어 좋아

가짓빛 - _ 첫사랑

2025-01-01T06:09:10Z

# 가짓빛 : 잘 익은 가지의 빛깔과 같이 남빛을 띤 보랏빛.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운전대를 잡은 손이 느슨하게 쥐어졌습니다. 첫사랑과 결혼하면 비 오는 날 생각나는 아련한 사람이 없어 가끔은 외로워진다는 말이었어요. 지금 곁에 있는 이 사람이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과 너무 달라 보일 때는 슬퍼진다고도 했고요. 나의 첫사랑을 떠올려 봅니다. 여

날빛 - _ 여행

2024-12-18T13:07:24Z

# 날빛 : 햇빛을 받아서 나는 온 세상의 빛. 온전히 시간에 머무르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불문학을 전공했기에 오래도록 동경했던 프랑스에 간다면 눈물이 흐를 것 같아요. 고흐의 그림을 따라 아를의 거리를 걸으면 하루종일이어도 지치지 않을 거예요. 긴 시간 머물며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 카페에서 글 쓰는 상상을 하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이제는

이슬빛 - _ 뒷모습

2024-12-12T10:14:03Z

# 이슬빛 : 이슬의 반짝거리는 빛. 뒷모습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밝은 인사를 보이며 제걸음으로 되돌아가는 길. 누군가는 아프고, 하염없이 무너져 내리고, 전에 없이 작아 보입니다. 어느 날은 경쾌하고 당당한 뒷모습 덕분에 환한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라보고 있을 사람을 위한 그날의 마지막 배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겨울빛 - _ 12월

2024-12-09T15:04:36Z

# 겨울빛 : 겨울을 느낄 수 있는 경치나 분위기. 12월의 겨울빛은 별을 품고 있습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하루 만에 거리의 풍경이 사뭇 다르게 느껴지지요. 별다른 일 없어도 괜스레 설렘을 주던 상점의 장식들은 여전한데 왠지 그 빛은 색을 잃은 듯하고요. 북적이던 축제 후의 텅 빈 허함이 거리 곳곳에 묻어납니다. 또다시 빠르게 지나버린 한

유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