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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yunseul Dec 22. 2024

오늘은 녀석의 카지노 쿠폰입니다.

Happy birthday to you

오늘은 내 카지노 쿠폰이다. 가족들과 함께 카지노 쿠폰을 축하하고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점점 기분이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큰일이네, 그 녀석이 왔다. 우울감. 마치 자신의 존재를 알아 달라는 듯 엉겨 붙는 통에 하루 종일 답답함과 씨름을 해야 했다. 안아달라는 건지 밥을 달라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일단 진짜 속내를 드러낼 때까지는 숨죽여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엄마가 왜 그러냐 물으면 좀 우울하다는 말을 할 뿐이다. 나도 얘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으니.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버지 차를 타고 역으로 이동하던 중, 창밖을 가만 내다보다가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래도 작년보다 괜찮아져서 다행이야." 그 말과 동시에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많았다. 힘겹게 스스로와 싸우던 나날, 감정이 휘몰아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던 날, 일을 더 해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잠 못 이루던 날.


예전처럼 무 힘드니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카지노 쿠폰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하게 매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사는 건 고달프고 힘든 일은 맞고 앞으로 나는 이 무거운 쇳덩이를 맨 채로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하기에 억울함 역시 공존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아주는 이는 없었다. 시시각각 나를 향해 뿜어대는 독, 그러니까 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이 뿜어내는 독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 때면 정신 차리라 더 독하게 절벽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그 비극을 바라보는 이들은 내 곡예에 박수와 환호,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너처럼 살고 싶다며, 대단하다며 말이다. 찢겨가는 살갗을 보지 못한 채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나를 내몰았다.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될 플레이 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나는 그 독에서 나를 구원할 것들을 찾아 헤매었고, 카지노 쿠폰의 이 하루를 위해 무수한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다시 탄생을 축하하는 날을 맞이했음은 분명했기에 그 고생한 나를 위해 소리를 삼킨 채 눈물만 꾸역꾸역 흘렸다. 남들보다 좀 더 많은 핸디캡을 가진채 1년을 버티고 다시 한번 카지노 쿠폰을 맞이한 나를 위해. 그동안 우는 법을 잊어버렸던 만큼 서글피.


엉겨 붙어 계속 달래 달라 칭얼거리던 녀석을 안아 들고 눈물을 쏟아내고 나니 좀 후련했다. 사실 그 녀석은 우울이 아니었다. 감정을 잘 달랠 줄 모르다 보니 어느새 내가 견디기 힘들 만큼 거대해져 버린 내면, 그 아이를 두고 내가 힘드니 우울감이라 이름을 붙여버린 것이다. 녀석은 버거웠고 무서웠고 죄스러웠고 부담스러웠고 두려웠고 원망스러웠고 조급했고....... 생각해 보면 그동안 버거울 만도 했건만 우는 법을 잊어버리다니 나의 어리석음에 한탄을 했다. 조금만이라도 녀석을 위해 울어주었다면 좋았을 것을.


똘망똘망 괜찮냐고 바라보는 것만 같은 녀석의 손을 잡고 함께 카지노 쿠폰초를 불어 본다.


"너도 나랑 같이 살아내느라 참 고생이 많다. 아마 또 힘들 테지만 내년엔 아마 좀 더 나을 거라 약속할게. 카지노 쿠폰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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