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목련 위로 꽃보다 흰 눈이 내린다. 잿빛 구름이 몰려오더니 갑자기 눈이 쏟아졌다. 세차게 부는 바람을 만나 눈은 곧 눈보라로 변했다. 병원에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을 만났다. 3월 30일. 꽃피는 봄에 만난 눈이 낯설지만 신기했다. 벚꽃처럼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흩날리던 눈은 10분쯤 지나자 잠잠해졌다. 여름날의 소나기를 닮은 봄날의 소낙눈이었다. 눈이 그치고 바람도 멎었다. 구름이 물러가면서 해가 얼굴을 드러냈다. 도로 위로 하얀 햇살이 느리게 쏟아졌다.
갑자기 내리는 비보다는 눈이 낫다. 봄날씨는 제멋대로다. 맑다가 눈이 내리고 따뜻하다가 갑자기 찬바람이 몰려오면서 기온이 뚝 떨어진다. 며칠 전 낮기온이 22도를 기록했다. 거리에서 반팔 입은 사람 몇 명을 마주쳤던 날이다. 그러나 불과 3일 만에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어젯밤 최저기온은 -3도였다. 개나리와 벚꽃이 피었는데 눈치 없이 눈이 내렸다. 사람의 마음처럼 날씨는 변덕스럽다. 그래서 이맘때는 옷 입기 애매한 계절이다. 봄옷이라는 개념이 점차 희미해지는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봄이면 바버재킷이나 매킨토시 코트를 입었다.
하지만 옷장을 채우고 있던 봄옷을 대부분 당근 해버렸다. 종잡을 수 없는 한국의 봄날씨는 외투를 입으면 덥고 벗으면 춥다. 작년 봄에 폴로의 바이스윙재킷이나 바라쿠다 재킷을 입고 나갔는데 너무 더웠다. 옷을 하루 종일 왼팔에 걸치고 다녔다. 올봄은 날씨가 들쭉날쭉 난리다. 더운 봄옷 대신에 후드티를 선택했다. 70% 할인세일 할 때 산 언더아머 후드가 내 일상복이자 홈웨어가 됐다. 오늘은 후드가 달린 트레이닝복 세트를 입었다. 상하의를 같은 컬러로 맞추는 것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입어보니 나쁘지 않았다.
옷장에 똑같은 옷을 수십 벌씩 쟁여놨던 스티브 잡스가 떠올랐다. 변덕스러운 카지노 가입 쿠폰 때문에 옷 입는 즐거움이 크게 줄었다. 여름멋쟁이 쪄 죽고 겨울멋쟁이 얼어 죽는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작년 한여름은 너무 더워서 리넨셔츠조차 입기 힘들었다. 겨울도 기온편차가 커서 코트를 걸치면 춥고 패딩을 입으면 더웠다. 사계절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이제 정말 여름과 겨울만 남은 것 같다. 봄가을은 더 이상 계절이 아니라 아침저녁에만 잠깐 느낄 수 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로 전락한 것 같다.
따뜻한 봄바람이 부나 했더니 눈이 내린다. 뚜렷한 계절의 경계선이 변덕스러운 간절기로 변하면서 꽃대신에 눈을 만나게 됐다. 버스를 타고 만안도서관에 도착할 때쯤 그쳤던 다시 꽃처럼 눈이 흩날렸다. 눈구름이 몰려오면서 하얀 햇살이 사라졌다. 정류장에 내려서 후드를 쓰고 도서관 계단을 올라갔다. 대출실에서 책을 찾다가 잠시 앉아서 창 밖에 카지노 가입 쿠폰 눈을 구경했다. 뒷산에 핀 목련을 보면 분명 봄인데 날씨는 아직 겨울이다. 봄이 오다가 떠나는 겨울을 만나서 함께 왈츠를 추는 것 같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