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만난 워킹홀리데이 이야기
캐리어 절반을 채우더라도 꼭 챙겨야 했던 전기장판과 롱패딩. 더블린에 도착하자마자 전기장판 없이는 잠을 못 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롱패딩을 꺼내 6개월 내내 입고 다녔다. 6개월이 지나 날씨가 따뜻해질 때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닥친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 이곳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한 가지는 ‘날씨’였다. 따뜻한 봄과 선선한 여름을 기다리며 세차게 부는 비바람이 얼굴을 사정없이 때려도 꿋꿋이 버텨냈다. 또 다른 결정적 이유는 오자마자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유명한 곳이나 국내 여행은 다 ‘날씨가 좋아지면’이라는 전제하에 다 미뤄두었다는 사실이다. 집에서 20분 거리의 유명한 스폿도 8개월이 지나도록 못 가다가 최근에서야 가볼 수 있었다.
코로나 확진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아일랜드 정부는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반드시 집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 심지어 자가에서도 모든 공적, 사적인 회동을 금지하고 커뮤니티 센터를 폐쇄했다.
- 필수적인 보건, 사회보장 또는 여타 필수적인 서비스를 위한 직장 출퇴근
- 식품 구매 혹은 음식을 받기 위한 목적
- 진료예약, 의약품 혹인 건강 관련 물품을 받기 위한 목적
- 어린이, 노약자 등을 돌보기 위한 가족 방문
- 자가로부터 2킬로미터 이내 거리에서 짧은 운동
- 식품생산 혹은 동물 관리 등의 농장 관리
그러나 한국음식을 사려면 2킬로 밖으로 나가야 했던지라 주말을 이용해 필요한 물건만 잠시 사 오기로 카지노 게임. 빠르게 다녀오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든든히 장을 본 후에 다시 버스에 올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집으로 향카지노 게임. 그러나 버스가 신호대기 중인 틈을 타 갑자기 경찰 한 명이 버스에 탔고,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나에게 물었다.
지금 어디서 오는 길이야?
두근두근하는 카지노 게임을 숨기고 장바구니를 보여주며 아시아마트에서 식료품을 사서 집에 가는 길이라고 얼버무렸다. (물론 사실이긴 하지만 집주소까지 대라고 할까 봐 조마조마했다.) 답을 듣고는 다행히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승객 모두에게 확인하고 나서야 경찰은 버스에서 내렸다.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일할 곳도, 의지할 수 있는 곳도 없는 상황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일기를 쓰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시기가 들어맞게도 매일 글쓰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났고, 나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별 탈 없이 집에서 머무를 수 있는 나의 상황을 감사하며 받아들이며 사소한 것에 감사하기로 다짐했다. 바이러스와 함께하는 나의 워킹홀리데이 생활의 목표는 3가지다.
1. 시간 :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몇 개월은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 기록: 나에게 집중한 시간 동안 들었던 생각을 기록카지노 게임 것은 미래의 표지판이자 나의 역사가 된다.
3. 건강: 건강하지 않으면 나도 없다. (feat. 쩌리초이님)
처음 목표로 했던 여행, 경험, 영어는 물 건너갔지만 바이러스 덕분에 인생의 진정한 목표를 얻었다. 어쩌면 지금 이 시기에 카지노 게임 만난 건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운명을 터닝 포인트로 만들어가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