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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선 Aug 12. 2024

그림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구요? 갑자기요?

책 <영화처럼 산다면야 동상이몽 제작일지 #15

그런 거 있잖아요. 언제부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너무나 당연스럽게 내가 맡아서 하는 걸로 모두 생각하고 있는 일. 보통 여럿이 같이 일하는 회사에서 이런 경험이 많죠. 팀장 입장에서는 누군가에게 아무 생각 없이 특정 업무를 툭 맡긴 걸지도 몰라요. 혹은 어떤 사람이 그냥 선의로 아무도 모르게 어떤 일을 찾아서 하는 경우도 있죠. 카지노 게임 사이트고 그 일이 잘 처리가 된 거죠. 누가 그 일을 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스무스하게, 아무에게도 불편함을 끼치지 않고. 그 순간 그 사람은 그 업무 담당자가 되어버립니다. 자연스럽게. 어쩌다가 그 업무가 빵꾸가 나서 사람들이 "이거 그동안 누가 했던 거지?" 하며 의문이 들 때까지는 적어도. 하지만 어쩌다가 그 일을 맡게 되었는지는 전혀 기억도 안 나는 거죠.


이번 책을 쓰면서도 도대체 어쩌다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그리게 되었는지는 솔직히 전혀 기억이 안 납니다. 언젠가부터 너무나 당연스럽게 제가 삽화를 그리는 걸로 되었더라구요. '엥? 갑자기요?'라고 따질 경황도 없이 말이죠.


뭐 사실, 이연 작가님과 처음에 호흡과 스타일을 맞춰 볼 겸, 손 풀기 식으로 영화 <니 얼굴에 대해 쓴 적이 있었죠. 은혜 씨의 재능을 부모가 전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을 보고 약간 부러움의 심정을 담아서. 어릴 적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그렸던 에피소드를 쓴 적이 있는데, 그래도 그것 때문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그리게 된 것 같지는 않아요.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한테 돈 내고 사라는 책을 만드는 건데, 제가 어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그리는 인간인지 확인도 안 한 채 덜컥 삽화를 맡기긴 쉽지 않았을 것 아녜요. 이연 작가님과 블로그 댓글을 나누면서도, 가끔 손 풀기 식으로 그린 걸 보여 드린 적이 있는데, 그것도 마찬가지. 상업용 책에 들어갈 삽화 퀄리티로 증명을 하기에는 그냥 낙서 수준이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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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게임 사이트처음에는 평어체로 쓰는 서간문 형식의 글을 고려했습니다
"아, 왜, 이 따위 카지노 게임 사이트만 그려! 사는데 불만있어?"라며 아내가 질색했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 이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보고 삽화를 맡기시다니... 참... 이연 작가님.. 배짱이...




그러다가, 연초에 제가 잠시 글을 놓고 있는 동안, 이연 작가님이 <위시라이프 출판사와 얘기를 어느 정도 마쳐 놓으셨더라구요. 계약서만 안 썼지 위시라이프에서 책을 내는 걸로 99% 확정, 그리고 전체 분량이나 구성에 대해서도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삽화도 그리는 걸로 결정이 났더라구요. 그런데 사실 여기서 서로의 기대치나 좀 차이가 있었습니다. 편집부에서 생각하는 삽화란 책 사이 공백을 채워주는 어떤 예쁜 도안 같은 거였어요. 영화책이니까, 간단하게 데포마쥬 된 필름이나 카메라 모양의 아이콘 같은 거요. 각 영화 챕터의 시작을 짝수 (왼쪽) 페이지에서 시작하자고 정했다 하더라도, 이전 글이 꼭 홀수 페이지에서 끝나는 게 아니니까. 빈 공간이 남을 건 자명했죠. 그리고 솔직히 이때까진 전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못 할 것도 없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요.


오히려 이때쯤 제게 가장 큰 걱정은 제 글에 관한 거였어요. 내가 뭐라고.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쓰는 건지. 같이 한국 땅에서 부대끼며 고생하는 사람이 이런 글을 쓰더라도 듣기 싫은 경우가 많은데, 정작 본인 살 당시에는 아무것도 안 하다가 자발적으로 탈출을 해놓고는 무슨 자격으로 훈장질을 하는 건지... 에 대한 자각이었죠. 딴 건 몰라도 주제파악은 좀 하는 편이거든요. 공산당처럼 말이 많아 분량이 차고 넘치는데도 굳이 존칭형 어미를 고집했던 것도 조금이라도 덜 재수 없어 보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고 말이죠. 그래서, 만일 삽화를 그려야 한다면, 그냥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장식품보다는 어떤 기능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불평불만이 담긴 제 글을 받아들이기 조금이라도 쉽게. 그래서 개그 만화 같은 걸 넣었으면 했어요, 처음엔. 좀 심각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싶었거든요.


칫. 먼 말도 못 하게 해. 그래도 세상에 한 권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주신 분들께 너무나 감사ㅠㅠ




초고가 나오고, 책의 윤곽이 좀 보였지만 당장 만화를 몇 컷을 그려야 하는지는 아직 감감했습니다. 초고라고는 하지만 인디자인에 얹어봐야 분량이나 여백 같은 게 보일 상황이었고, 또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이후에 원고를 수정하면 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문제였거든요. 그렇다고 쓰게 될지 버리게 될지도 모르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무작정 그리는 것도 좀 암담했고 말이죠. 마침, 이연 작가님과 같이 글을 쓰면서 비공개로 블로그에 댓글을 단 부분이 있었는데, 이 수다로 각 영화 사이 빈 공간을 채우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위기 환기도 되는 것 같았고요. 제작 뒷얘기 같이 은밀한 느낌도 나고.


이런 식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려고 했습니다만... 그럼 친애하는 공저자께서 너무 실망을 하실 것 같아서, 결국은 제가, 제 입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그리겠노라 선언을 했습니다. 삽화가 아니라, 우리 글에 어울리는 우리만의 영화 포스터를 말이죠. 그리고 각 챕터 앞에 들어가는 게 어떤지. 이때가 한국시간으로 4월 2일. 이때까지만 해도 6월 출간을 목표로 삼고 있었으니까, 3개월 안에 18편의 포스터를 그리기로 한 거죠. 회의 도중 그게 가능하겠냐는 걱정이 당연히 나왔었지만, 어쩌겠어요. Ai를 족치는 수밖에. (근데 Ai가 생각보다 일을 안 도와줘서 처음에는 무척 당황했더랬습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잘 그리는데, 뭔가 논리가 안 맞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그려서. 예를 들어 <업 포스터에 들어갈 카메라 감독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했더니 무슨 카메라 한 대에 렌즈를 여러 개 달아두질 않나, 필드 모니터는 달아 놓고 정작 카메라 감독은 뷰파인더를 쓰고 있질 않나...)


1차 회의 안건



렌즈가 여러 개 주렁주렁 달린 카메라. 논리가 없이 감각으로만 세상을 이해하려는 생성형 Ai의 세계관






제일 처음에 그린 건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였어요. 아마도 그 이미지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그리고 '자각약'이라는 제목을 글을 구상할 때부터 생각났었던 것 같습니다. 한나가 목을 매어 스스로 단죄하는 모습이, 저에게는 마치 자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책을 딛고 뛰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으로 표현해 내려고 했어요. 그리고 그 모습이 거울을 통해 보이는 것처럼 하고 싶었죠. (아... 이렇게 자기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자화자찬하다니 ㅠㅠ) 여전히 글만큼이나 선언적이긴 했지만,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꼭 집어넣고 싶었던 것 같아요.



카지노 게임 사이트고 그만큼 구상이 쉬웠던 건 <토니 에드만이었습니다. 이연 작가님의 '니 인생 살어' 글을 읽자마자, 오래전 그날로 돌아가 이 사랑스러운 두 부녀의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싶다, 하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혹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속 털북숭이 괴물의 정체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왓차’에서 영화 <토니 에드만을 꼭 보시길). 너무나 고맙게도, 이연 작가님이 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보시고 꼬박꼬박 감동해 주셨어요. 게다가, 처음에 2도 인쇄 레이어 분리에 애를 먹고 있으려니, 편집장님께서 선뜻 CMYK 칼라 인쇄로 밀어붙여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도 힘을 내서 계속 그릴 수 있었습니다.



참고를 위해 밤나무 이미지를 Ai로 검색했더니 또... 이런 만행을... 밤 열매가 주렁주렁



결국 이거네요. 누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그리라고 강요한 적도 없고, 칼 들고 협박한 적도 없는데, 결국 제가 꼭 하고 싶어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그린 거였네요. 어떨 수 없어요. 보통 일복이 많은 사람들이 다 이렇게 구시렁 대는데, 결국 보면 지 승질에 못 이겨서 자기가 하게 되거든요.


그래도,


이연 작가님이랑 카덴자 편집장님 덕분에 다시 깨달았잖아요.


사실 내가 그림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걸,


무척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수록 포스터 초기 구상안들




몇차례 수정을 거쳐 책에 실리게 된 최종안(이라고 믿고 싶은 것들)




맨 처음 완성한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포스터



책에 수록된 <토니 에드만 포스터



종합하면, 내 승질머리에 못 이겨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그리게 되었다는.








덧 1, 표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포스터의 초기 스케치입니다.


덧 2, 소소한 실수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짧은 데드라인 안에 어떤 이미지를 상상하고 그걸 연출하는 데 있어서 midjourney 생성형 Ai 기술의 도움이 무척 컸다는 걸 이 자리를 통해 밝힙니다.


덧 3, 8월 24일 오전 11시 서울 시민청 동그라미 홀에서 조촐한 출간기념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폴폴 작가님 사회로 진행되고, 이연 작가님은 현장에, 저는 화상회의로 참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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